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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한 발짝씩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설득의 기술

2022년 11월 29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상대에게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도록 말하는 행위를 우리는 '설득'이라고 하죠.그런데 남의 생각을 바꾸는 작업인 이 설득이 결코, 쉽진 않습니다.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설득의 기술! 상대의 공감을 얻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살다 보면 설득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데요.설득의 기술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설득이 무엇인지 정리부터 한 번 해주시죠.

[인터뷰]
네. 설득은 설득 메시지를 전달받는 사람에게서 공감을 끌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상황과 마케팅에서 제품을 홍보할 때, 광고를 집행할 때, 그리고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때도 설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타인을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문제는 일과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요. 같은 이야기도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설득은 소소한 일상생활부터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까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설득은 우리 삶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에 필요한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설득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신중한 시도이기에 설득자는 다른 개인의 태도나 행동을 변경하려고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설득 과정은 개인의 내적인 상태인 태도나 신념에서부터 외현적인 상태인 행동의 변화까지를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도와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태도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모두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태도와 행동 사이에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욕구'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도와 행동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태도와 행동이 다른 경우 심리적 불편함이 발생하고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데요. 태도와 행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설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앵커]
설득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 태도와 행동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효과적인 설득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네. 첫 번째 설득의 방법은 Foot-in-the-door, 우리말로 '문간에 발 들여놓기'입니다. 작은 부탁으로 시작해서 점차 큰 부탁을 하는 방법인데요. 판매원이 왔을 때 문을 열어주면 거실로 올라서게 되고, 다음은 소파에 앉게 되고, 설명을 열심히 듣다가 물건을 안 사기 어렵게 되는 겁니다.

1966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프리드먼과 프레이저 연구팀이 캘리포니아 주부 15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A그룹은 '문간에 발 들여놓기'를 실시했고, B그룹은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주부에게 전화를 걸어 8개 문항의 간단한 설문 조사를 부탁했고, 설문 조사가 '문간에 들여놓은 발' 역할이었습니다. B그룹에게는 설문 조사를 부탁하지 않았고요.

사흘 뒤 두 그룹 주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방문해서 찬장과 창고에 있는 제품을 살펴봐도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모르는 타인이 집에 들어온다는 부탁이었는데, '문간에 발 들여놓기'를 실시한 그룹은 52.8%, 실시하지 않은 그룹은 22.2%의 수락률을 보였습니다. 작은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더 큰 부탁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고 '문간에 발 들여놓기'가 효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앵커]
생각해보니깐 마트에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고 안 살수가 없어서 샀던 경험이 있던 것 같은데, 이런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기법이 상대를 설득하는데 도움되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이 전략이 통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이미 쌓아 놓은 신뢰를 깨고 싶지 않은 속성을 가지고 있고, 일관성 있게 행동하며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탁을 한 번 들어주면 일종의 의무감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데 그러면 더 큰 부탁을 해도 흔쾌히 들어주게 되는 것이죠.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자신이 작은 부탁을 먼저 들어준 것에 대해 원래 내가 돕고 싶었던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이미 부탁을 들어줬는데 억지로 도와줬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기분만 더 불편해지니까요.

사람은 정서와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면 어느 쪽으로든 일관성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이때 '인지 부조화'를 막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부탁이 있다면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기보다는 작은 부탁부터 시작하는 게 신뢰를 쌓는 방법입니다.

[앵커]
설명을 들을수록 흥미로운데요. 이 '문간에 발 들여놓기'관련된 실제 사례를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
네, 정말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전략은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하는데요.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직원들은 장을 보는 사람들에게 "맛보고 가세요."라는 쉬운 부탁을 합니다. 이런 부탁을 들어준 사람들에게 "어때요? 맛있죠? 이게 신제품인데 지금 구매하시면 하나 더 드려요. 이럴 때 사가세요."라고 말하면서 물품을 꺼내 안겨줍니다. 이런 과정으로 예상 구매목록에 없던 물품이 카트에 들어오게 되죠.

또, 옷가게 판매원들은 고객에게 옷을 소개하면서 한 번 입어보라고 권유합니다. 대부분 고객은 그 옷을 살 생각이 없어도 한 번 입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의 함정에 빠져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매원의 첫 번째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에 다음 요청을 거절하려면 더 많이 애를 써야 하기 때문이죠.

결국, 원래 살 계획이 없던 옷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작은 요구를 들어주면 마치 문간을 넘어선 것처럼 상대는 더 큰 요구를 하게 됩니다.

[앵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두 번째 설득의 기술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두 번째 설득의 방법은 Door-in-the-face, 우리말로 '면전에서 문 닫기’입니다. 이 전략은 처음에 들어줄 수 없을 만큼 큰 부탁을 했다가, 작은 부탁으로 바꾸면 더 잘 들어주는 것을 뜻합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오겠다고 했을 때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면 미안한 마음이 생겨 다른 작은 부탁이라도 들어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요.

두 번 거절하는 것은 어렵기에 '내가 처음에 말한 건 못 들어줬지만, 이 정도라면 해줄 수 있겠네.'하는 마음을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한 방송에서 진행한 실험을 보면, 8주 동안 연탄배달 봉사를 부탁했더니 다들 힘들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럼 1주 만이라도 봉사를 해달라고 하자 대부분 사람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수락합니다. 그래서 혹시 처음부터 한 번이라는 작은 부탁을 했어도 들어주지 않았을지, 실험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대부분 거절했습니다.

이것이 큰 부탁과 작은 부탁 중 어느 것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설득 성공률이 달라지는 '면전에서 문 닫기' 전략입니다.

[앵커]
저도 설명을 들어보니깐 친구가 뭔가 큰 부탁을 했다가 거절하고 나서 미안해할 때 작은 부탁을 하면 안 들어줄 수가 없었던 그런 기억이 많이 떠오르는데요,이 전략이 설득에서 사용될 때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네. 이 전략은 거절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덜어줄 기회를 주는 것처럼 작은 부탁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탁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두 번째 작은 부탁을 수락하게 하는 것이죠.

만약 지금 5만 원이 필요한데, 5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쉽게 수락하지 못할 거예요. 그때 다시 5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면 상대의 부담이 확 줄어서 수락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면전에서 문 닫기' 전략은 흥정이나 타협에 많이 사용됩니다.

[앵커]
설득의 두 가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설득할 때 요의 할 점은 뭘까요?

[인터뷰]
네. '면전에서 문 닫기' 전략은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당연히 상대가 거절할 거라고 예상해서 무리한 부탁을 했는데, 만약 선뜻 한 번에 들어준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너무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말했는데 당연히 안 받아들일 줄 알았던 첫 요구를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이용하면 어려운 것도 이룰 수 있지만, 부작용도 클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앵커]
살다 보면 반드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는데요. 알려주신 점 잘 기억해두면 좋겠네요. '한 길 사람 속은?'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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