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의 달인] 움직이면 전기 만들어내는 생체친화 기술 개발

2022년 12월 08일 오전 09:00
■ 김회준 / DGIST 로봇 기계공학과 교수

[앵커]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 에너지 하베스팅을 인체에 적용해 인체의 물리적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움직여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생체친화 기술 개발'에 대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로봇 기계공학과 김회준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교수님 전공은 로봇 기계공학이신데 에너지와 관련해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시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네, 저는 기계공학의 재료역학, 열공학, 동역학 등을 기반으로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이 가능한 에너지 기술, 기능성 재료 개발, 다양한 환경인자의 측정이 가능한 센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에너지 측면으로는 실생활에서 버려지는 기계적-열적 에너지를 수확하고 이를 의미 있는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변환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 바로 에너지 변환 소재인데요, 특히 친환경적이면서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진 신소재의 합성, 공정법 개발 등의 개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을 적용하여 휴대폰, 휴대용 의료기기에 탑재가 가능한 미세먼지, 유해가스와 같은 환경오염 인자의 측정이 가능한 환경 센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앵커]
말씀을 듣다 보니까 물리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기술 정확히 무엇인가요?

[인터뷰]
페로브스카이트와 폴리머 복합체를 활용한 유연 압전 에너지 하베스터를 개발했는데요. 먼저 에너지 하베스팅은 말 그대로 에너지를 주변 환경에서 수확하는 기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보행 또는 호흡과 같이 다양한 기계적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어떻게 보면 버려지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를 효율적으로 하베스팅해 의미 있는 전기적 에너지로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다양한 에너지 변환 기술의 활용이 가능한데요, 그 중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방금 말씀하신 압전입니다. 영어로는 Piezoelectric이라고 하는 현상인데요. 높은 결정성을 지닌 특정 세라믹 소재의 경우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질 때 생기는 구조적 변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전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외부 압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전기가 발생한다고 하셨는데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압전 기술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일상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저희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일 때 "틱틱" 이렇게 소리가 나는데요, 이때 압전 소재를 사용하여 스파크를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압전효과 자체가 물리적인 변형으로부터 전기를 생성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진동, 기계적인 움직임에서 에너지를 하베스팅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2개의 다른 표면이 맞닿았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를 수확하는 마찰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온도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열전효과, 온도의 변화율에 의존적인 초전효과 등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등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앵커]
다양한 하베스팅 기술에 대해 알려주셨는데요. 이 중에서 교수님께서 개발한 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와 폴리머 복합체를 활용한 유연 압전 에너지 하베스터 라고 들었는데요. 내용이 어렵게 들리거든요. 쉽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이 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페로브스카이트는 3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입니다. 높은 결정 즉 크리스탈 형태로 존재하는데요, 정육면체 구조를 이루고 있고 주로 세라믹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수천 개 이상의 물질 조합이 가능하기에 다양한 기계적-열적-전기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관심받은 분야는 바로 태양전지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중 일부 물질들은 빛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광전효과가 우수한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높은 압전특성 보여주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이 세라믹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세라믹은 딱딱한 형태라서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요?

[인터뷰]
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세라믹 즉 딱딱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요, 사람의 몸에 부착하거나 굴곡진 표면에 적용하여 에너지를 수확하는 데에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능성 압전 폴리머에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를 혼합하여 복합체를 제작하였고 이를 통해 높은 신축성과 기계적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연하고 늘어날 수 있기에 웨어러블 기기나 인체에 직접 적용이 가능한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구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인체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번 기술 개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친환경 (생체친화적) 소재를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소재인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일반적인 페로브스카이트 세라믹은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어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환경적인 부분 외에도 생체친화적, 즉 인체에 적용해도 해를 가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있는데요,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PZT라는 압전소재는 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에 생체친화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개발한 생체친화적 소재는 향후 인체 부착형 또는 삽입형 의료기기 등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먹는 알약의 캡슐 성분으로 사용하는 금속 유기 골격체를 활용한 마찰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사탕수수·코코넛 껍질과 같이 단단한 식물 섬유를 활용한 압전 에너지 소자들을 병행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동물의 뼈, DNA 등에서도 압전 특성이 보고되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해서 설명 듣고 있는데, 에너지를 수확한다라는 뜻이잖아요. 이름이 재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어디에 활용이 가능한 건지 좀 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역할이 가능해서 소형 전자기기나 센서 등의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착용하는 마스크에 유연하고 얇은 압전 에너지 하베스터를 부착하면 호흡이나 기침으로 인해 움직이는 마스크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호흡 패턴 분석이나, 재채기와 기침을 구분하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활용분야는 바로, 압전 에너지 하베스터를 장착한 신발입니다.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보행 자세와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짝 발 등 보행이 얼마나 불량한지 등을 정량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전력원으로도 사용하고 일상생활의 패턴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인 것 같은데요. 방금 알려주신 사례 외에 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인터뷰]
특히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다양한 기계적 움직임 또는 에너지를 감지하는 센싱 입니다. 배터리, USB 충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효율을 지니고 있으나, 센싱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한 전력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압력, 힘, 진동 등을 실시간으로 외부 전력의 필요 없이 측정할 수 있는 자가발전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용자의 건강상태도 진단 또는 옷감에 부착하여 걸을 때 생기는 마찰로 에너지를 수확하거나, 스피커 또는 인체의 목 부위에 부착하여 소리를 감지하는 기술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태양열,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방금 말씀해주신 기술의 우수성과 단점이 무엇인가요?

[인터뷰]
신재생 에너지와 비교를 했을 때 역시나 가장 큰 단점은 출력 가능한 에너지가 많이 낮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기계적 움직임이 발생한 어느 시스템에서든지 적용할 수 있고 또한 소형으로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기적인 정비를 필요로 하지 않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 설명을 들으니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것도 움직여서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하게 되는데요. '과학의 달인'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경북과학기술원 로봇기계공학과 김회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