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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시청자는 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2022년 12월 13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실제 일어나는 일이나 사건 따위를 그대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하죠.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중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사람들이 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TV 방송을 보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시청자들은 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좋아할까요?

[인터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인간의 본능과 본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장르여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인간은 타인의 삶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훔쳐보고 싶은 '관음적 호기심'이 있는데요. 그만큼 자신과 타인의 삶의 모습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은 인간이 생존하기 시작한 이래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해서 '감동'을 주는가 하는 점인데요. 이런 점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특정한 상황에서 인물이 벌이는 현상 자체에 호기심을 집중시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과 특정 이슈들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알게 되며, 인간 본연의 성격과 행위의 근원에 대해 추론하게 됩니다.

[앵커]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형에 대해 알려주시죠.

[인터뷰]
네, 방송사의 다양한 시도 속에서 유사한 포맷과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꾸준했지만, 그 소재가 달라지고 있는데요. 인기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부터 육아, 먹방, 요리, 여행, 오디션, 컨설팅, 연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합니다.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형으로는 특정 사항을 지정하지 않고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리는 유형이 있고, 특정 과제를 주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유형, 그리고 특정 상황을 설정하면서 인간 상호 간의 협력, 갈등과 투쟁의 과정에 주목하는 유형이 있습니다.

[앵커]
요즘은 일상에 대부분의 모습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할 만큼 유형이 아주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모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성패를 좌우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네, 아무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패의 여부는 '현실성'이겠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방송 장르로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실제 현실을 전달하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편집되지 않은 모습, 즉 현실 그 자체를 시청자 앞에 옮겨 놓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미디어 장르에서는 '유사 사회적 상호 작용'과 '사회 비교 과정'이 작용합니다. '유사 사회적 상호 작용'은 미디어를 통해 경험되는 인물이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반응할 때 일어납니다. '실제 인물'의 '실제 상황'이나 '실제 행동'을 주로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유사 사회적 상호 작용'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나 능력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데요. 내 의견이 옳은지 알고 싶고, 내 능력이 뛰어난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 비교 동기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있는 것이죠.

[앵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하는 심리를 잘 이끌어 내면 프로그램이 흥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방송을 보면서 주변이 아닌 방송 속 인물과 비교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TV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창입니다. 같은 공간을 점유하며 살아가는 현실 속의 타인들과 비교할 수도 있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타인의 의견과 능력에 대한 정보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을 '평가' 하려는 욕구가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또 그들의 삶을 직접 추적하지 않아도, TV를 통해 얼마든지 쉽고 편하게 그들과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최근 짝짓기 예능이라고 불리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이 인기는 어떤 심리 때문에 올라간 걸까요?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은 표면적으로 가볍게 포장되어서 시청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프로그램 안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재 사회문제와 현상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이성 관계와 사랑은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인간에게 사랑은 음식처럼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인간은 음식과 사랑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대중문화는 당연히 이런 보편적 선호를 반영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본능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이에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경제적 여건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거기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사람에 대한 탐색이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연애 욕구의 분출구로 작용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현실에선 어려운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탐색하고, 공감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앵커]
연애 프로그램과 함께 쇼미더머니 같은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도 꾸준히 화제입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여기에는 어떤 부분이 시청자의 관심을 얻는 걸까요?

[인터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로 '경쟁'과 '우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참가자의 경쟁 구도에 기반을 둔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 간에 경쟁이 있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의미는 영화와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장르들과는 다소 구별됩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정한 서사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관찰하는 포맷을 지니고 있어서 제작자에 의해 미리 정해진 서사성도 있지만, 나름대로 서사를 지니고 있어 '우연'의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중요한데요. 등장인물 사이의 경쟁과 갈등, 협조, 협력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으로 인해 그러한 관계들이 형성되는가에 주목하게 됩니다. 나아가 특정 과제, 역할이 주어지면 각자의 역할들을 사회나 문화적으로 기대되거나 용인되는 방식으로 수행하는지 아니면 전혀 기대하지 않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가에 따라 별개의 의미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앵커]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부분 유명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 경우가 제 생각에는 더 많은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을 잘 반영해서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죠.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이유는 노멀크러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하다'를 뜻하는 노멀(normal)과 '반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크러시(crush)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인데요. 직역하면 '평범한 것에 반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인 노멀크러시는 특별하고 화려한 것보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고 시청자인 나도 접근 가능한 부분을 좋아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연애 프로그램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을 때의 감정들이 일반인의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때 더욱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요즘 많은 인원이 많은 집단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굉장히 인기인데요. 이러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집단'에 가치를 두었고, '관계'와 '대화를 중요시했습니다. 집단적인 대화로 관계를 유지하고 향상 시키는 과정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습니다. 프로그램마다 주된 해결 과제들은 다르지만 '집단 토크'와 '대화나 공동 활동을 통한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죠.

또 한국인의 정서는 모든 이야기를 쏟아 놓으면서 회포를 푸는 양상을 띠는데, 이것도 집단 토크의 진행 방식과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제3의 입장에서 이들의 집단 토크를 즐겁게 '목격'하며 가볍게 즐깁니다. 그 상황 자체에 몰입해서 마치 자기도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3인칭 관찰이 1인칭 화 되는 경험인데요. 내가 바로 TV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상대와 직접 이야기하며 활동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공동 대화와 활동의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오늘은 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지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너무 재밌다고 너무 몰입하면 부작용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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