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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국내 1세대 행위 예술가 이건용 화백 이야기

2022년 12월 16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육체 그 자체를 통해 실행하는 예술 행위를 '행위 예술'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행위 예술 분야에서는 '이건용' 화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1세대 행위 예술가로 불리는 '이건용'화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이건용 화백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이벤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라는 설명이 있더라고요. 이건용 화백, 어떤 작가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미술계에서도 굉장히 관심받는 사랑받는 예술가죠. 이건용 화백은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설치, 영상 작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의 행위예술의 크게 이바지한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특히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캔버스에 움직임을 남기는 '바디스케이프'가 대표작인데요. 이건용 화백은 1942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홍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합니다. 초기 작업에서는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들을 주로 합니다. 73년에 제8회 파리국제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쌓고요.이후에 꾸준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리스본 국제전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행사에 참가하며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1975년부터 80년까지 5년간 50점이 넘는 작업을 할 정도로 다작을 하기도 했고요. 이후에 꾸준히 자신의 신체를 매개 삼아 장소 성과 결합하는 듯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면서 우리나라 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고요, 또 30여 년간 국립군산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파리 국제 비엔날레 참여 과정에서 발생한 유명한 에피소드도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1970년대 파리 비엔날레 참여할 때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작가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던 때였는데요. 비엔날레에 참가하려면 프랑스 비행기 표를 사야 했는데,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해서 당시 이건용 화백의 화실 근처의 다방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커피를 시키고, 일어나서 나라를 위해 파리 비엔날레에 대표로 참가해야 하는데 항공료가 부족하다고 협조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굉장히 용기 있고 적극적인 행동이죠.

그때 한 50대 남성이 홀트양자회에서 유럽에 입양 가는 고아를 데려다주겠다고 이야기하면 비행기 표를 주니 가보라고 알려줬다고 합니다. 파리 비엔날레는 9월 예정이었는데요, 8월에 입양될 아이 2명이 있어 아이들을 인계해주며 비로소 파리에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선진국이 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참 안타까운 삶이 있었군요. 그런데 이건용 화백 어떤 작업을 보여주었길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나요?

[인터뷰]
이건용 화백이 파리 비엔날레 당시에 '신체항'이라는 작업을 선보였는데요. 이 작업은 실제 나무 기둥과 뿌리, 흙 등이 작품 소재입니다.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 밑동을 흙까지 통째로 떼어서 전시장에 옮겨놓은 건데요.

어느 날 이건용 화백이 경부고속도로의 공사 현장을 지나가는데, 뿌리째로 뽑혀있는 나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나무를 집으로 그대로 가져오면서 이 '신체항'이라는 작업이 시작됐고요. 이건용 화백은 이 작업은 '예술은 무엇이고, 예술품은 무엇인지 물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비엔날레 당시에 전시된 나무는 프랑스 정부가 국립공원에 수(나무) 하나를 기증해준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신체항'이 전시됐을 때 자연물이 인공적인 장소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낯설게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의도에 대해서 깊은 생각에 잠겼을 수도 있겠는데요. 바로 이런 질문과 담론 자체가 작가의 의도와 잘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인 거 같은데요. 기존의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 방식 화법도 굉장히 독특할 거 같은데 이건용 화백이 추구하던 화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이건용 화백은 1970년대부터 캔버스라는 평면의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탈평면'을 지향하는데요. 그러면서 신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예술에 주목합니다. 이건용 화백은 행위예술에 대해서 '공연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늘, 여기 있는 사람과 함께 개념과 상황을 공감하고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이처럼 캔버스를 마주 보고 가만히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신체의 움직임 자체에 주목하면서 신체 드로잉, 바디스케이프와 같은 작업들이 나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서도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신체 움직임에 주목한 신체 드로잉, 어떤 작업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1976년에 발표한 '신체 드로잉'이라는 작업이 있는데요, 이건용 화백이 자신의 신체에 어떤 제한을 두고 드로잉을 진행한 작품입니다. 이 작업에서 설정한 상황들은 총 7가지인데요, 캔버스의 뒤에서, 앞에서, 옆에 서서, 또는 팔에 깁스하거나, 양팔로 그림을 그리는 등의 설정입니다. '신체를 구속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 설정 안에서 반복적으로 직선을 그리거나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양팔을 꾸준하게 위아래 움직이며 그림을 그릴 경우에, 캔버스에 그려지는 선이 이건용 화백 팔이 실제 움직이는 만큼만 반복해서 그려졌겠죠. 즉, 팔의 궤적에 따라 화면에 나타나는 선의 형태가 결정된다는 건데요. 이런 식으로 전통적인 회화 방식, 단순히 캔버스를 마주하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시도들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이 '신체드로잉' 시리즈는 이건용 화백의 다양한 방법론에 의해서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림은 그저 손으로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팔로 온몸으로 그리는 거 같은데요. 행위를 새롭게 시도하는 관점이 굉장히 신선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작품, 또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또 '달팽이걸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1979년에 참가했던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인데요. 이 작품 또한 행위예술로, 이건용 화백의 발자취를 그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정말 자신의 발자취가 기록된 작품인데요, '달팽이걸음'이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바닥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달팽이처럼 천천히 걷습니다.

바닥에 선을 그으면서 전진하는데요, 이 작업은 디지털 시대의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의 속도를 달팽이 걸음으로 가로질러보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복되어 그려지는 선과 그 선을 가로지르는 이건용 화백의 발자취를 보면 마치 그동안의 삶과 작가로서의 발자취 같기도 한데요. 이처럼 이건용 화백은 캔버스를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이용해서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앵커]
작품을 보니까 이름과 딱 맞는 작품이 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은 도전적인 예술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최근에는 NFT에도 뛰어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유명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NFT화 했는데요, 이건용 화백도 국내 대표적인 작가 중에서는 꽤 발 빠르게 NFT에 뛰어든 작가입니다. 에트나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NFT를 선보이는데요. 이 에트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디지털 아트를 공유하고 NFT형식으로 소유하고 또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입니다.

에트나에서 이건용 화백의 디지털 아트 작품을 차례로 선보이겠다고 일찍이 발표했었는데요. 특히 대표작 중 하나인 하트 형태를 하고 있는 신체 드로잉 형식의 '바디스케이프' 연작을, 이건용 화백의 신체를 본떠서 만든 아바타를 이용해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 아바타 또한 실제 이건용 화백처럼 신체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디지털 캔버스에 작업을 한 건데요. NFT의 특징이죠, 대체 불가능한 하나뿐인 작품들이고요, 특유의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 작품의 구매자가 직접 원하는 색상을 고를 수 있고 하트의 디테일, 물감이 흐르는 형태까지 모두 달라서 경우에 따라 수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발 빠르게 NFT시장에도 진입한 이건용 화백인데요. 지금 국내에서 이건용 화백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호텔이나 백화점 등 다양한 곳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기도 하는데요. 내달 2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까지 이건용 화백의 대표작들을 선보이는 'love Christmas with 이건용'이라는 전시를 진행합니다. 갤러리아는 다가오는 성탄절을 맞이해서 이건용 화백, 그리고 앞서 소개해드린 nft 플랫폼인 ‘에트나’와 함께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용 화백의 대표작인 '바디스케이프 76-3'의 회화와 드로잉, 그리고 이 작품을 디지털화한 nft 형식의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76-3' 모두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제 연말이기도 하니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이건용 화백의 원작과 디지털 작품 모두 볼 수 있는 전시 꼭 한번 관람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앵커]
이달 5일에서 25일까지라고 하셨죠. 요즘 송년회가 잦은데 전시회 모임으로 대체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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