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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냉방없이 실내온도 낮추는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 기술 개발

2022년 12월 22일 오전 09:00
■ 이응규 /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앵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을 가동하면 에너지 소비에 따라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요. 이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겨 더 심한 더위가 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냉방을 하면서도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냉방 없이 실내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 필름 기술을 개발한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이응규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을 이용해서 에어컨 같은 다른 장치 없이도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어떤 기술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이번 기술 개발의 정확한 명칭은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인데요. 한 단어씩 풀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투명한" 이란 단어는 사람이 인지하는 가시광선에 투명하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 부분은 모두 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다음 단어는 조금 어려운 "복사냉각" 부분인데요. 복사냉각은 "어떤 물체가 흡수하는 빛 에너지가 방출하는 빛 에너지보다 작을 때 물체의 온도가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여름철 새벽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복사안개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그리고, "필름"입니다. 여기서 필름은 광학필름을 의미합니다. 광학필름이란 두께가 수백 나노미터인 태양 빛과 상호작용하는 필름입니다. 참고로, 1㎚(나노미터)
는 10억 분의 1M에 해당합니다. 태양 빛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광학필름이 특정 파장영역은 투과시키고 나머지는 반사 시키는 현상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광학필름이 바로 유리창이고요. 하지만 유리창은 두께도 매우 두껍고, 적외선 및 자외선을 포함한 모든 태양광을 잘 투과시키는 필름인 것 이죠.

종합해보면,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은 오직 가시광만을 투과해 태양광 흡수를 줄이고, 이를 통해 복사냉각의 효율을 증가시켜서 실내의 온도를 낮추는 "창문 코팅 필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단어를 풀어서 설명해주시니까 이해가 굉장히 잘되는 것 같네요. 실내의 온도를 낮추는 '창문 코팅 필름'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원리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은 두께가 약 1,200nm 정도 되는 판상형 적층 구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면 마치 여러 개의 팬케이크를 위로 쌓은 구조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팬케이크는 산화규소, 산화알루미늄 등과 같은 광학 물질에 해당이 됩니다.

중요한 점은 필름의 광학적 성질이 구조의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점입니다. 즉, 총 몇 개의 층이 있는지, 각 층의 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두께가 얼마인지에 따라 광학적 성질이 바뀝니다.

말씀을 드리면 저희가 원하는 것은 가시광선은 100% 투과를 시키고, 적외선/자외선은 100% 반사를 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성질을 갖는 구조의 조합을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실제로 연구에서 저희가 조사해야 할 경우의 수가 무려 약 100조 개 정도 되었습니다. 각 경우를 모두 조사하는 경우 약 800만 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사실상 각 경우를 모두 조사하는 방법은 비 현실적이고요,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희는 양자컴퓨팅 기법의 하나인 양자어닐링을 하드웨어를 사용했고요. 이 방법을 통해서 수일 만에 아주 좋은 조합의 구조를 찾았습니다.

[앵커]
네, 일단 두께가 나노미터 단위로 나가니까 '뽁뽁이'처럼 사람이 손으로 바르는 그런 형태는 아니겠군요?

[인터뷰]
그렇게 되면 정말 실용적이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런 형태가 아닙니다.

[앵커]
이번 기술에서 '양자어닐링'이라는 양자컴퓨팅기법을 사용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이 말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풀어서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양자어닐링 하드웨어는 방금 말씀드린 "많은 경우의 수"문제에서 제일 좋은 조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장비입니다. 저희는 D-wave라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양자어닐링 하드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하드웨어에는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양자비트가 있고요. 이 양자비트는 저희가 알고 있는 비트와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비트는 0 또는 1을 표현할 수가 있죠. 반면에 양자비트는 0과 1이 섞여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결정되어 있지 않은 양자 상태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가 갖는 조합 문제를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핵심 정보를 추출해서, 양자어닐링 하드웨어에 입력하면 양자비트들이 양자터널링 등의 현상을 거쳐서 제일 좋은 0과 1의 조합으로 결정됩니다.

저희는 양자어닐링 하드웨어가 찾은 0과 1의 조합으로부터 일정한 규칙을 통하여 광학 구조를 재설계하고 그 성능을 시뮬레이션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의 구조를 찾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양자어닐링 기술을 통해 찾은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태양광에서 가시광선은 약 42% 정도를 차지하고요, 나머지 58%는 적외선 및 자외선이 차지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은 가시광의 90% 정도를 투과하고요. 적외선 및 자외선의 60%를 반사합니다.

만일, 건물의 창문에 코팅된다면 불필요한 적외선 및 자외선을 차단하여 실내의 태양광 흡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절감 온도 및 절약 에너지는 빌딩의 구조, 물질, 창의 모양,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로 말씀을 드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약 14평 정도 넓이에 창문 2개가 있는 1~2인 주택의 경우, 여름철 24도 온도를 평범한 에어컨으로 유지한다고 하면 기존 유리창 대비 대략 30% 정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미국의 피닉스에서 매우 작은 크기의 방 약 5cm x5 cm x5 cm 크기의 방을 만들어서 직접 실험해본 결과, 기존 평범한 유리 대비 약 3도에서 최대 6도 정도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앵커]
3~6℃ 정도면 이게 숫자로 보면 적지만 이게 온도로 따지면 되게 시원해지는 온도인데요. 연구를 더 하시면 냉방의 정도를 더 낮출 수도 있는 건가요?

[인터뷰]
확답은 못 드리지만, 온도를 더 낮추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앵커]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창문 코팅 필름을 통해 온도를 낮추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인데요.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양자어닐링 기반의 광학 구조 디자인 기술 분야입니다. 본 기술은 다양한 목적을 갖는 광학필름의 구조를 찾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개발된 필름은 여름철에만 매우 유용합니다.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실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코팅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양자어닐링 기반 광학 구조 디자인 툴을 사용하면 목적에 맞는 코팅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본 연구에서 개발된 투명 냉각복사 필름을 자동차의 유리 등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여름철 자동차 내부의 온도를 올리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 하나는 자동차의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불필요한 적외선 및 자외선입니다. 개발된 코팅을 사용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 주정차 시에 자동차 내부의 온도 증가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개발하신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 기술과 비슷한 기술이 이전에도 있었을까요?

[인터뷰]
우선 기존 기술은 가시광선만을 투과하는 광학필름이 있는데요. 이 기술은 은과 같은 금속을 이용했습니다. 금속박막을 사용하면 디자인 측면에서 장점은 있지만, 금속에 의한 태양광 흡수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태양광 흡수가 발생하면 광학필름 온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금속박막의 기계적 변형이 발생하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희는 금속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용된 물질은 산화규소, 산화알루미늄, 산화티타늄, 질산화 규소입니다. 모두 다 태양광을 거의 흡수하지 않습니다. 기계적 변형도 막을 수 있고, 대기에서 모두 다 안정적인 물질이라 수명도 길 거라 예상합니다.

[앵커]
저도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 여름철에 차가 정말 뜨거워서 곤란했던 적이 많은데, 이런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 기술의 상용화,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투명 복사냉각 필름으로 전기료도 줄이고, 대기오염도 막는다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만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실험하기 위해 사용한 박막증착기술은 매우 정밀하게 박막의 두께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 단가가 매우 비쌉니다. 디자인대로 잘 만들면 그 성능이 실험적으로 관찰됨은 확인했지만, 상용화는 또 다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용화를 하려면 창문의 크기 정도 되는 큰 면적에 다층박막을 정해진 두께로 균일하게 코팅하는 공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요. 공정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한 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갈 길이 멀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획기적인 기술인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교수님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네. 첫 번째는 상용화를 목표로 투명한 복사냉각 필름을 같이 개발할 파트너를 찾아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극복하면서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물은 에너지 절약 등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이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도 실용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자어닐링 기반 디자인 기술의 그 한계성을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성능을 갖는 광학 구조를 목표로 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추후 양자어닐링 시장을 선점할 원천 기술 확보에 도움이 되고, 또한 학생들에게 미래가치가 있는 연구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중요할 텐데요. 앞으로 더 큰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과학의달인,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이응규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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