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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스포츠 경기 관전할 때 나타나는 심리는?

2022년 12월 27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지난주에 막을 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우리 국민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죠.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혹은 나빠지기도 하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심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는데요, 월드컵으로 잠시나마 삶의 활력을 느끼신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스포츠경기를 관전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인터뷰]
네, 월드컵 재밌게 즐기셨죠? 오랜만에 여기저기서 축구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우리는 스포츠를 실제로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스포츠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관람하면서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있어 생활이 더 즐거웠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71%가 '즐거웠다'고 답했는데요. 사실 스포츠를 하면서 느끼는 심리는 '즐김'이고요, 스포츠를 관람하거나 시청하면서 느끼는 심리는 '대리 만족'입니다.

음악을 즐길 때 가수나 작곡가에게 관심 갖는 것처럼 스포츠 미디어를 소비할 때에도 선수나 감독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해있는 입장을 자신의 상황과 관련지어 보는 차원과는 다릅니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관심을 두기는 하지만, 스포츠 미디어를 즐기는 심리는 선수들과 자기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해당 스포츠 콘텐츠 자체에 더 초점을 두는 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스포츠의 즐거움에는 즐기는 감정과 대리만족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왜 열광하는 걸까요?

[인터뷰]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현실성을 강조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도 기본적인 대본이 있는데, 스포츠에는 대본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본이 없어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느끼는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데요.

서스펜스는 사전적 의미로 연극, 영화에서 줄거리나 기교의 발전이 독자나 관중에게 불안과 긴장을 주어 관객들의 흥미를 북돋워 주는 기법을 말하는데요.이 서스펜스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인 '결과의 불확실성'이 스포츠에서도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박빙의 승부일수록 더 큰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데요. 서스펜스는 불확실한 부분 자체에서 오기보다는 부정적 상황을 확실히 인지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시청자가 이런 부정적 상황을 더 강하게 인지할수록 서스펜스 수준이 높아집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지면 어떻게 하나 마음을 졸이다가도 마침내 좋은 결과로 끝난다면 긴장 수준이 높았던 드라마의 대단원을 보는 것처럼 스포츠에서도 아주 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최종 승부가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않더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 경기의 과정 자체를 즐기게 합니다.

[앵커]
결과를 모르니깐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더 기분이 좋다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축구가 유난히 인기가 많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뷰]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시킨 제프 헤어베어거 감독은 "사람들이 왜 축구를 보러 가는지 아십니까?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며 해설위원인 안정환씨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라도 축구는 물음표다, 어떤 변화라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두 팀의 전력 차이가 크다고 해도 축구에서 강팀의 승리를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 이변이라고 하는 일도 더러 나오는 편이고, 그래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로 표현하기도 하죠. 스포츠 경기의 매력이 누가 이길지 모르는 긴장감에서 나오지만, 육상은 상대적으로 이변이 덜한 데 비해, 축구와 야구는 그 의외성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축구는 점수제 스포츠 중에서 가장 득점을 내는 것이 어려운 스포츠라서 1점의 가치가 그 어떤 스포츠 경기보다도 큽니다. 그래서 1점 득점의 순간에 참아왔던 긴장감과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죠.

[앵커]
이번 포르투칼 전도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 같아서 많은 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셨을 것 같은데 그런데 해외소식을 보면 스포츠에 너무 과하게 몰입해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더라고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과하게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스포츠는 팀이나 선수를 좋아하는 강도가 강할수록 부정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지고, 공감적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공감적 고통으로 인해 공감적 흥분이 강해지고, 이것이 시청자들의 인지적 평가와 연계하여 불쾌감이나 행복감으로 이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최고의 성적을 냈던 이전 경기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적 고통으로 인한 흥분을 느끼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처럼 선을 긋는 경향을 보입니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때는 자신을 그 선수에게 동일시하거나 애착을 느끼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과 분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죠.

[앵커]
이런 경향은 축구의 인기가 높은 유럽이나 남미에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선수와 동일시 한다 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대표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스포츠만큼 국민들을 한순간에 하나로 만드는 것도 없죠.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 한국인의 일체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2009년 일본과의 야구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한국인들은 선수들과 일체감을 느끼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요.

박태환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한국인들은 단순히 기분 좋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희열감을 느끼며 마치 자기가 김연아가 된 것처럼 들떠서 기뻐했습니다.

이런 것이 선수와의 동일시에 근거한 감정 이입과 대리 만족 등의 심리로 풀어낼 수 있으며, 이것은 유쾌한 대리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심리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등장인물에 동일시했던 과정과 유사합니다. 스포츠 관람의 심리에도 드라마 시청의 심리와 유사한 긴장감의 서스펜스, 동일시와 감정 이입이 개입된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이번에 또 메시가 우승컵을 들었을 때도 전 세계 많은 축구 팬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은데요. 또 스포츠는 승패가 나는 게임이다 보니,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경쟁을 통해서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인터뷰]
스포츠의 경우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성취감을 대리 만족하는 부분이 매력적인데요. 게임이나 스포츠에는 당연히 경쟁이 포함되고, 이것을 자신이 직접 했을 때는 실제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만족감이 큽니다. 그리고 스포츠를 시청하거나 관람했을 때에는 선수에게 동일시하여 감정 이입함으로써 이런 성취감 역시 대리 만족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시청자가 선수를 더 좋아할수록, 그 연대감이 더 강할수록 대리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더 커지게 되는 것이죠.

[앵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스포츠 선수들을 영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스포츠선수를 영웅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네. 시대별로 스포츠 영웅이라고 불렸던 선수들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스포츠에 대해 느끼는 심리와 스포츠 영웅에 대해 느끼는 심리는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는 드라마와 달리 등장인물 자체보다 경기 자체에 초점을 두는 장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런데 어떤 경기를 아주 잘하는 선수는 스포츠의 영웅으로 부각 되고, 그럴 때 스포츠선수라기보다는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스포츠 관련 심리보다는 미디어 인물 관련 심리로 전환됩니다. 스포츠 영웅은 시청자가 시청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고, 기업의 스타 마케팅 정책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앵커]
저도 이번에 우리 대표팀이 기적처럼 16강에 진출했을 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거든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구호처럼 힘과 용기를 주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미디어 심리학자 조연주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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