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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위클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원리와 이유는?

2023년 01월 04일 오전 09:00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좋은 제품이 값이 비싸듯,약도 좋은 약일수록 값이 비쌀 텐데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은 어떤 약이며,비싼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매번 승인될 때마다 최고가를 경신하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이성규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할까 가늠이 안 되는데요. 얼마 정도인가요?

[기자]
네, 사실 의약 관련 전문인이 아니라면 약값을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예전에 바이오 위클리에서 혈액암 치료제로 카티(CAR-T)라는 세포 치료제를 다룬 적이 있었죠. 그 당시 4억 원에 육박한다, 굉장히 비싸다고 얘기를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등극한 약은 무려 3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4억 원에 달합니다. 이 약은 B형 혈우병 치료제인데요. 미국 FDA는 지난해 11월 B형 혈우병에 대한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했습니다.

[앵커]
가장 비싼 약이 B형 혈우병 치료제이면서 유전자 치료제라는 설명인데요. 우선 B형 혈우병이 어떤 병일까요?

[기자]
어렸을 때 흔히 뛰다가 넘어져 무릎에 성차가 나 피가 났던 경험, 다들 있잖아요. 그런데 조금 지나면 상처에서 피가 멈추고 더는 안 나오게 되잖아요. 피가 멈추는 이유는 우리 몸에 혈액응고인자라는 물질이 있기 때문인데요. 혈우병은 우리 몸에서 혈액응고인자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유전병입니다.

혈우병의 80%는 A형 혈우병이고, 나머지 20%가 B형 혈우병인데요. A형 혈우병은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발병하고요. B형 혈우병은 9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데, 실제로 증상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혈우병과 관련해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제정 러시아 말기 황태자가 혈우병을 앓았는데요. 당시 혈우병 치료제는 당연히 없잖아요. 그런데 라스푸틴이 나타나서 '내가 혈우병을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황태자의 혈우병 증세가 개선이 됐어요. 그때부터 라스푸틴이 황후의 비호를 등에 업고 국정을 제멋대로 휘두르면서 러시아 혁명을 촉발한 큰 원인이 됐다는 얘기도 있죠.

[앵커]
네, 혈우병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이 B형 혈우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인데,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건가요?

[기자]
네, B형 혈우병은 9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고 앞서 설명했잖아요. 이 약은 여기에 착안해 정상적인 9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를 환자의 몸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유전자 자체가 치료용 물질로 활용된 건데, 이런 방식의 치료제를 유전자 치료제라고 부릅니다. 치료용 유전자를 목표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인체 해가 없는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이용하는데요.

이 약의 경우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5, 즉 AAV5 전달체로 이용했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전달체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이고요. 이 가운데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5는 간세포를 표적으로 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5에 9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를 탑재해 우리 몸에 주입하면 이 바이러스가 목표 세포인 간세포에 들어가고요. 그러면 간세포 안에서 9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9번 혈액응고인자가 생성되는 원리입니다.

[앵커]
유전자 치료제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원래는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 들어보니깐 치료 효과가 평생 가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기자]
이론적으로는 치료 유전자를 몸에 주입을 하니깐 평생 가야 하는데 사실은 일단 치료용 유전자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이 유전자는 일정 기간 지속해서 치료 물질을 만드는 데요. 치료용 유전자가 없어지지 않고 일정 기간 세포 안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 시험 3상 결과를 살펴보면 환자에게 최초 투여 후 6개월 차에 평균 39%의 9번 혈액응고인자 활성이 나타났고, 24개월 차에 36% 활성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근거해 약을 개발한 회사는 1회 투여로 치료 효과가 수년 이상 지속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론적으로는 평생 효과가 지속이 돼야 하지만 실제는 조금 약효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 약이 나오기 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도 유전자 치료제라고 하는데요. 이건 어떤 약인가요?

[기자]
지중해성 빈혈이라고 빈혈에는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거든요. 이 빈혈은 우리 몸에서 헤모글로빈이 형성되지 않아서 발병하는 질병인데 미국 FDA는 지난해 8월 지중해성 빈혈 치료제를 승인했는데요. 이 약 역시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이 약은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앞서 설명한 B형 혈우병 치료제의 경우에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이용했다고 설명 했잖아요. 이 빈혈 치료제의 경우에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아니라 렌티 바이러스를 이용했다는 차이가 있고 원리는 똑같습니다. 승인 당시 이 약의 가격은 280만 달러, 약 36억 원으로 당시로써는 최고가였습니다.

재밌는 점은 빈혈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유전자 치료제 2건이 미국 FDA가 승인을 해줬는데 승인이 될 때 마다 최고가가 계속 갱신 했던 거죠. 방금 설명한 2개의 유전자 치료제에 앞서 2019년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212만 달러, 약 25억 원에 승인됐고요. 2017년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가 85만 달러, 약 10억 원에 승인됐습니다.

[앵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약이라도 쓰겠다만 너무 비싸서 쓰지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너무 비싸면 일반인들은 쓸 수 없고 돈이 많은 재벌들만 쓸 수 있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이런 초고가 약이 승인이 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이 약이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는냐 안되느냐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앞서 설명한 4개의 유전자 치료제 가운데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 부담이 598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대폭 낮아진 거죠.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이 약이 24개월 소아 환자에게 투여되기도 했는데요. 이 약 이외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선 아직 건보 적용이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 약들에 대한 건보 적용 여부가 실제 환자 투여의 향방을 정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 할 수 있지만 초고가라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기자]
유전자 치료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전자를 치료 물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혁신적인 신약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고요, 병의 원인 유전자를 대신할 정상 유전자를 주입한다는 점에서 반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각광 받고 있는 건데 희소·유전병이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서 6천여 종은 단일 유전자가 병의 원인입니다.

원인 유전자가 하나이니깐 하나의 유전자만 우리가 주입을 해주면 그 병을 치료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고 최근 바이오 분야에서 신약 개발의 트렌도도 유전자 치료제나 아까 설명했던 카티 세포 치료제인데요. 시장 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반의 자료를 살펴보면, 전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1년 20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8배 증가한 18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깐 희소 유전병 환자들에게 유전자 치료제가 굉장히 희망이 되고 있는데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희망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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