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환 /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앵커]
국내 20~30대의 젊은 고혈압 환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7년 19만여 명에서 2021년엔 25만여 명으로 4년 새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 증가하는 젊은 층의 고혈압,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중앙대학교병원 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조준환 교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깐 저도 걱정이 되는데요. 최근 세계적으로 고혈압 진단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를 고혈압의 기준으로 보고 있나요?
[인터뷰]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요. 최근 고혈압의 진단 기준이 강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2018년부터 미국에서 고혈압의 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0mmHg 이상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는 수축기 혈압이 140 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 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합니다. 현재 고혈압은 혈압의 정도에 따라 혈압이 약간 높은 ‘1기 고혈압’과 이 보다 혈압이 높은 ‘2기 고혈압’, 2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기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에서 160 mmHg 사이,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mmHg에서 100mmHg 사이인 경우로 정의하고, 2기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6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100 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혈압은 주변의 환경이나 감정,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할 수 있기에, 안정된 상태에서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앞서 고혈압의 진단 기준이 강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알려주셨는데요.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고혈압은 더 일찍 발견하고 치료, 관리할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을 적시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 하면 뇌졸중, 심부전증,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다양한 합병증을 겪게 됩니다. 이와 같은 심장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질병 부담이 크고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0mmHg 낮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40% 정도 감소하고, 심근경색의 경우 약 2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 진료비용도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환자 개개인의 예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앵커]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데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질환을 인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요. 고혈압을 적시에 발견하는 방법은 혹시 없나요?
[인터뷰]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많이 이야기하죠. 큰 문제와 후유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두통, 두근거림,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는 고혈압성 응급으로,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으로 매우 높아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본인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신체검사나 건강검진 중에 우연히 발견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건강검진사업을 통해 20세 성인의 경우 2년마다 규칙적으로 혈압을 측정하여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집에서 직접 혈압을 재는 가정혈압 측정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이 고혈압이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서 크게 늘고 있다는 건데요. 현재 우리나라 2030 세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네.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 세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10.4%입니다. 올해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21년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2030 환자 수가 약 25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이는 4년 전의 약 19만 명과 비교하면 30%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렇듯 이제 청년 에서도 고혈압은 드물지 않지만, 아직 고혈압에 대한 인지율은 17.4%에 그치고, 치료율 또한 14%로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앵커]
20~30대의 10명 중 1명 이상이 고혈압이라고 하니깐 정말 놀라운데요, 이처럼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젊은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비만과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최근 젊은 연령에서 자극적인 음식 섭취와 외식은 늘었고 신체활동은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체중이 많이 늘었고요.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점점 증가하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신체활동은 더욱 줄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 것도 하나의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고혈압 환자들은 진단 후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언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먼저 혈압 측정 결과 고혈압 환자로 진단되면, 심뇌혈관 위험도를 평가합니다. 심뇌혈관 위험도는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병력, 무증상 장기손상 유무, 그리고 체중, 음주, 흡연 등을 비롯해 건강 관련 요인을 조사하여 평가합니다. 평가 결과, 심뇌혈관 위험도가 저위험군인 1기 고혈압 환자는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우선 시작해야 하고, 이후 환자의 혈압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반면, 중 위험군 및 고위험군 1기 고혈압 환자인 경우 진단 즉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다만 고혈압은 약물치료와 비 약물치료인 생활요법 개선 노력을 병행할 경우 혈압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므로,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심뇌혈관 위험도가 위험군 1기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우선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고혈압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좋다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혈압 조절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생활습관 개선은 혈압 조절에 있어서 꼭 해야 하는 필수치료 중에 하나인데요. 하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서만 혈압을 충분히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활습관 개선으로 '고혈압약 1알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은 '치료한다'는 개념보다 '적정 혈압으로 유지하고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적정 혈압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혈압약 복용은 물론 건강한 생활습관을 함께 실천하시면 더욱 큰 혈압 조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저염식의 채식 위주로 식사하시는 습관을 가지시거나, 체중 감량, 금연, 절주, 꾸준한 운동 등을 실천하면 고혈압 관리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앵커]
사실 병이 있으면 약을 무조건 거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약을 거부하기 보다는 말씀해주신 생활 습관과 함께 병행해서 잘 치료 하는 게 중요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고혈압 치료제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치료제들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시죠.
[인터뷰]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혈압 치료제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순서대로 ACE 억제제/안지오텐신 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이 있습니다. 각 약제마다 고유의 적응증과 금기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혈압의 정도, 동반질환, 위험인자의 유무 등을 고려하여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춰 고혈압 치료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안지오텐신 차단제와 칼슘 차단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의 생성과 작용 과정을 막아서 혈압을 낮추게 됩니다.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혈압강하, 심장 보호뿐만이 아니라 신장(콩팥)도 보호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병성 신장병증이나 만성 콩팥병이 있는 분들한테도 꼭 사용해야 하는 약입니다. 칼슘 차단제는 비교적 발현 시간이 빠르고 안전한 게 가장 큰 장점이고요. 또 관상동맥 확장 작용이 있어 협심증이 있는 분들께는 매우 효과적인 약제입니다.
[앵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겠죠. 고혈압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고혈압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상시에 고혈압 위험요인을 잘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고혈압의 위험요인에는 조기 심혈관 질환 가족력, 흡연 및 음주, 이상지질혈증, 당뇨, 복부 비만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혈압이 어느 정도인지 잘 점검하는 것, 특히 가정에서 자주 혈압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혈압 수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혈압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생활수칙도 훨씬 더 잘 지키게 되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정에서도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앵커]
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고혈압이 나이가 어리다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질병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됐는데요. 위험요인도 잘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혈압 체크도 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중앙대 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조준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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