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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위클리] 美 신약개발 시 동물실험 의무 조항 삭제…이유와 파장은?

2023년 02월 01일 오전 09:00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인류의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해선, 인체 임상시험에 앞서 반드시 동물실험을 진행해야 했죠.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이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80여 년 만에 삭제했습니다. 그 이유와 바이오 업계에 미칠 파장은 무엇인지 이성규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바이오·의학 관련 뉴스를 보면 종종 실험실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는 이유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신약은 말 그대로 이전에는 없었던 새 약이잖아요. 이 약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사람한테 적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잖아요. 그래서 이 개발과정에서 인체 임상시험, 즉, 사람에게 직접 투약하기 이전에 어떤 독성이 있는지 실제로 효능이 있는지를 미리 알아보려는 차원에서 사람 대신 동물을 선택해서 실험을 하는 거죠.

미국에서는 관련법 개정 전까지 통상 생쥐와 같은 설치류 1종과 원숭이나 개와 같은 비설치류 1종에 대한 독성 시험을 요구해 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조항이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쉽게 말하면 동물실험은 인간을 대신해서 독성이나 효능을 알아보는 굉장히 좋은 툴인데 10년 전 부터 해왔던 건데 실제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임상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거든요. 바꿔 말하면 동물과 인간은 대사 과정이 일부 다르기에 동물실험을 통과하더라도 인체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떨어지거나 효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동물실험에서 인체 실험으로 넘어갔는데 일치하지 않을 확률이 90% 넘은 거에요. 동물실험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요. 최근 동물복지가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 것에 맞물리면서 동물실험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던 거죠.

[앵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동물실험의 의미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방금 말씀해주신 동물 복지가 최근에는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해 미 상원에서 동물 실험을 폐지하자는 관련 개정안을 발의됐는데요. 상원을 통과를 했어요. 지난해 말에 국회에서 통과가 됐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서 사실상 확정이 된거죠. 미국 농무부 자료를 살펴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실험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실제로 효용성이 없다 보니깐 비판이 많았던 거죠.

[앵커]
또 최근 일론 머스크의 바이오 회사 뉴럴링크가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켰죠?

[기자]
머스크가 창업한 회사 가운데 뉴럴 링크라는 바이오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사람의 뇌에 이식해 기계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적인 거예요. 그것을 우리가 뉴럴링크 칩이라고 하는데
이 칩이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죠.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죠. 문제가 뭐냐면 개발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생쥐와 같은 동물을 다 합치면 1,500마리가 넘게 죽었다고 알려지면서 뉴럴링크가 동물 학대가 아니냐고 논란이 됐고 미국 검찰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것 처럼 동물실험 의무화 조항이 삭제되면서, 동물실험은 선택 사항이 됐는데요. 그렇다면 동물실험 말고 다른 방법으로 실험을 하긴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기자]
개정법을 살펴보면 동물 실험을 비임상 실험이라고 하는데 이를 예로 든 것이 시험관이나 컴퓨터, 화학적으로 또는 비인체 생체실험으로 정의했는데요. 기술적으로 표현 하면 세포를 이용한 실험, 바이오 칩, 컴퓨터 모델링, 동물실험 등을 꼽았습니다.

[앵커]
동물실험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면서 비임상 실험의 예시에 동물실험이 포함되긴 했는데요. 동물실험 이외 바이오 칩이나 세포를 이용한 실험 등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요?

[기자]
우선 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오가노이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오가노이드의 의미는 인체 장기의 기능을 흉내 낸 유사체라는 뜻인데요. 미니 장기라고도 부르는데요. 줄기 세포를 이용해 인체 특정 장기의 기능을 모사한 3차원 구조의 세포 덩어리입니다.

오가노이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들어 특정 장기의 기능을 모사했다는 점에서, 실험 결과가 인체 임상시험에서 비슷하게 나올 확률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낭포성섬유증이라는 희귀질환이 있는데요.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어떤 약물이 잘 들을 것인지 예측을 하고 그 약물을 임상에 가져갔더니 높은 효율로 효과를 보여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장 오가노이드 뇌 오가노이드 등 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동물 실험 대신 어떤 방법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설명을 쭉 해주셨는데 이 바이오 칩은 어떤 기술인가요?

[기자]
바이오 칩, 일명 장기 칩이라고도 하는데요. 장기 칩은 전자회로가 놓인 칩 위에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올려놓아 해당 장기의 기능과 특성 등을 모사한 것을 말합니다. 오가노이드와 비슷한 개념인데 세포들이 특정 장기의 물리 화학적 반응의 기전을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어 신약개발이나 독성평가 모델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에 펜실베니아 주립대 한국인 교수가 세계 최초로 만든 폐 칩이고요. 이후 심장 칩, 신장 칩, 간 칩 등이 개발됐습니다.

[앵커]
오가노이드나 바이오 침과 같은 동물 실험 기술에 대해 바이오 업계의 반응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FDA가 의무에서 선택으로 바꿨잖아요. 오가노이드나 장기 칩 개발 회사의 경우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이걸 계기로 관련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못 갔지만 기폭제가 돼서 상용화에 다가설 것이다 기대하고 있고요. 현장에서는 동물 실험이 선택으로 바뀌었지만 독성 실험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동물 실험 망고 지금 당장 독성 테스트를 할 만한 마땅한 기술이 있느냐 또 그건 아니거든요.

앞서 개정법에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언급되긴 했지만, 실제 동물실험만큼 축적된 데이터가 없다 보니깐 그 어떤 신뢰도나 재연성이 약하거든요. 그런 단점에서는 동물실험이 선택으로 바뀌었지만 지금 당장 바뀌진 않을 것이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한계도 있다라는 얘기도 있고 FDA에 있는 독성학자들이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해, 동물 안락사 후 잠재적인 약물의 독성을 알아볼 수 있어 부분적으로 동물실험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물실험 대신에 오가노이나 바이오 칩같은 다른 방법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이번 법 개정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요?

[기자]
이번 법 개정이 강력하려면 선택이 아니라 아예 삭제가 됐어야 했는데 미국도 대체기술이 성숙하지 않았으니깐 당장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동물실험 대체법에 대한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촉진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사상이나 윤리 의식 또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네요. 동물 실험 대체 관련 기술이 좀 더 고도화 돼서 잘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성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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