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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폐의류 더미에서 고순도 폴리에스터 추출

2023년 02월 02일 오전 09:00
■ 조정모 /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탄소연구센터 박사

[앵커]
의류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의류 생산량은 매년 증가 추세이지만 폐의류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버려져 환경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폐의류에서 폴리에스터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탄소연구센터 조정모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시죠.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폐의류에서 폴리에스터를 다시 뽑아내서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하니까 참 놀라운데요. 어떤 기술인지 먼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최근 플라스틱 분리수거,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죠? 그런데 우리가 입고 버리는 옷을 생각해 보면, 분류하지 않고 그냥 헌 옷 수거함이나 일반쓰레기로 많이 버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류도 면, 실크와 같은 천연섬유, 나일론,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까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텐데요, 특히 전 세계 의류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폴리에스터’라는 합성섬유는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쉽게 분해되지 않고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류 폐기물들도 소재마다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달라, 각각 분리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또한, 의류 염색에 사용한 염료는 한번 가공이 되면 제거하는 것이 어려워, 의류 폐기물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자연에 버려지게 되고요, 재활용률은 당연히 저조할 수밖에 없겠죠.

저희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의류 폐기물로부터 폴리에스터를 선별하고, 이를 저온에서 분해하여 합성 이전의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개발된 기술에서는 기존에 분리가 어려웠던 이물질들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고요, 이를 통해 최초 합성에 사용됐던 원료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품질을 갖는 재생원료로 다시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원의 소비-배출-재활용이 무한히 반복될 수 있도록 하는, 자원 순환형 기술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에는 폐의류에서 폴리에스터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나요?

[인터뷰]
지금까지 상용화된 기술은 없다고 보시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분류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고, 사람의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폐섬유에 근적외선을 조사하여 반사되는 빛으로부터 화학적 구조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나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도 한데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아주 많은 데이터의 축적과 안정적이고 빠른 처리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구성이 필수적입니다.

또, 소재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는 초분광학 장비는 분류 효율에 비해 현재까지 아주 고가인 편입니다. 사람이 수작업을 통해 분류하는 것과 비교해 정확도를 일부 개선할 수는 있지만, 경제성과 기술성의 한계 때문에 실용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상 실용화 되어 있는 기술이 없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섬유 폐기물은 별도 수거 방법 없이 여러 재질이 혼합 폐기되고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렇다면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그 기술은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신 겁니까?

[인터뷰]
해당 기술에서는 폴리에스터와 여기에 사용된 염료, 이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화학적 결합 특성을 조절하는 추출제가 사용됩니다. 먼저 개발된 추출제를 섬유 혼합물에 접촉을 시키면 폴리에스터에 도입된 염료에만 화학적으로 작용하여 탈염료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폴리에스터 이외의 다른 섬유에 대해서는 전혀 특성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추출제 접촉 이후에 색의 변화가 일어나는 섬유만 골라내고 이것이 폴리에스터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죠.

원래 색이 희거나 없던 섬유에는 반대로, 염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분리할 수가 있겠죠? 염색에는 앞서 염료 제거에 사용됐던 추출제를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물질이 제거된 고품질의 폴리에스터 소재만을 얻을 수 있었고요, 인체 유해성이 낮고 자연에서 잘 분해되는 저가 화합물이 추출제로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적 방법에 따라 폐의류를 재생함은 물론이고, 재활용 공정의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탈염료화나 염료화를 통해서 골라낼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오물이 묻은 의류에서도 똑같이 재활용이 가능할까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재활용 과정에서는 재질 선별과 정제 기능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염료나 안료는 물론, 다른 이물질까지 대부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음식물 찌꺼기로 오염된 식품 용기, 유색 PET병, 그리고 두꺼운 화장품 용기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던 저급 폐플라스틱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버려지는 소재의 오염 정도나 재질에 상관없이 높은 품질의 재생원료로 다시 제조할 수 있어서, 의류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량 또한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을수록 참 놀라운데요.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내용을 보면 선별까지 해놓은 것 같은데 그럼, 최종적으로 폴리에스터를 추출해 낼 수 있는 원리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우선 전체 과정은 ‘탈색-선별-분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부분은 탈색-선별까지의 단계였고요, 이러한 단계로부터 준비된 폴리에스터는 완벽한 재활용을 위해 마지막 단계인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는 고분자인 섬유나 플라스틱을 잘게 분해해서, 이들을 합성하기 이전의 상태인 원료로 되돌리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저희는 이 과정을 해중합이라고 부릅니다.

이 해중합 과정을 거치게 되면 고분자 상태였던 폴리에스터 섬유가 잘게 분해되고, 이로부터 생성된 단분자 물질은, 이후 용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새로운 소재를 합성하는데, 재사용될 수가 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폴리에스터의 해중합 공정에서는 200℃ 이상의 고온 조건이 필요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우리 연구팀에서는 이런 기술들을 저온에서 처리할 수 있는 그런 해중합 기술을 개발했고요. 150℃에서도 폴리에스터를 빠르고, 완전하게 분해할 수 있고, 반응 후 제품을 추가로 정제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인 기술입니다.

[앵커]
정말 자원을 순환하는 재활용 기술이 아닌가 싶은데요. 섬유 폐기물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터는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새로운 폴리에스터 섬유뿐만 아니라, 불순물 관리 기준이 엄격한 식품용 포장용기나 정밀도가 요구되는 전자제품용 필름 소재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최근 환경에 대한 우려와 자원 재활용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명한 생수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재활용 의류가 개발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는 단순히 병을 녹여 형태만 섬유로 변형하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법에서는, 재활용 횟수가 반복될수록 품질과 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재활용의 방향과 용도가 한정되기 때문에 자원이 계속 순환되는 형태의 재활용 방법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소재가 합성되기 이전의, 원료 수준으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방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염료와 같은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 재활용하더라도 초기 원료와 동등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섬유에서 추출하였다고, 다시 섬유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순도, 고품질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여러 장점이 있는 기술인데 이 기술이 현재 상용화가 되었나요?

[인터뷰]
버려지는 의류는 분리가 어려운 다수의 이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염료나 안료 등은 세탁이나 빛에 노출되었을 때 제거나 변성이 되지 않도록 설계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물질들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여 그동안 상용화가 어려웠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저희 연구팀에서는 폐섬유를 재활용함에 있어서 극복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 특히, 재질 분류나 오염된 이물질 제거와 같은 기술적 장벽들을 단순한 화학적 원리를 통해 해결하였고, 에너지 소모량이 낮은 반응과 정제 기술을 동시에 운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현실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개발된 기술들은 이미 관련 산업에 기술 이전이 이뤄졌고요,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르면 2024년까지 폐섬유를 만 톤가량 처리할 수 있는 데모 설비를 완성할 예정이고, 이듬해인 2025년에는 본격적 양산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폐섬유에서 폴리에스터를 다시 재생해서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의료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환경보호에 앞으로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학의 달인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탄소연구센터 조정모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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