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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쓰는 심리는?

2023년 02월 07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인간관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에 하나가 주변 사람의 평판입니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사람들은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쉽게 고치기 어려운 것 같은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타인의 평판에 내가 궁금해하는 심리에 대해서 이혜진 상담심리사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의 평판을 신경 안 쓸 수 없잖아요. 그런데 유독 이런 것을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주변 사람의 평판이 궁금한 심리는 뭘까요?

[인터뷰]
네, 이런 얘기 많이 듣지 않으시나요? "그 사람 실제로 어때?" 이런 말들 우리는 좀 궁금한 것 같아요. 혹 내가 아니더라도 "저 사람 어떨까?" 그런 모습을 우리는 궁금해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는 그 사람의 본 모습을 궁금해 하는 심리입니다. 사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땠는지를 듣는다고, 그것이 그 사람을 온전히 알 수 있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 사람을 경험한 한 명의 의견이니까요.

실제로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 면을 갖고 있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고 주변 사람에 의한 나의 평가도 궁금해합니다. 이와 같이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해서 내가 모르고 있는 건 뭘까?" 궁금해하는 심리가 있는 거에요. 오늘의 주제인 평판인데요.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내가 보이고 싶은 대로 보고 있을까?" 많은 경우, 나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평판을 궁금해합니다. 나에 대해 알고 싶긴 한데, 정확히는 모르거든요. 평판은 타인에게 달려 있는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남들이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않고 살라는 건 근본적인 솔루션이 될 수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면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네, 평판이란 단순히 생각하면 남들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나의 이미지를 궁금해하는 건데요. 심리학의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평판은 곧 평가입니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평판을 궁금해하고 대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알고 싶은데 모르니까 불안한 마음이 생기다 보니, 남들의 시선에 연연하며 평판에 지배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땐 남들의 시선이라는 스트레스 자극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앵커]
저도 생각을 해보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남들의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선, 남들의 시선이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는 나만의 사정을 알아차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별 이유 없이 나에 대해 공격을 하거나 험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니까요. 사람의 평가가 두려울수록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스트레스받는 마음을 알아주는 건 필요해요.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는 거에요. 평판을 신경 쓰는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불안해하고 상처를 받고 끝낼 것인가? 그 마음을 잘 알아볼 것인가? 이 두 접근은 큰 차이를 부릅니다.

[앵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하는 얘기에 대해서 그냥 받아들이기 보다는 왜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이런 것들을 근본적으로 궁금해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조금 전에 평판은 평가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평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조하리의 창 모델(Johari's Window model)”에 따르면, “눈먼 영역”과 “밝은 영역”이 합해진 것이 “평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죠셉과 해링턴은 자신들의 이름 앞자리를 조합하여 “조하리”라는 이름의 모델을 만들었는데요. 이 모델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설명하기로 유명합니다. 조하리의 창 모델은 '“내”가 알거나 모르는 영역'과 '“타인”이 알거나 모르는 영역'을 기준으로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나를 이해하는 데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첫 번째, 밝은 영역(open)은 나도 알고, 타인도 아는 영역입니다. 나도 예측이 가능한 평판이죠.

두 번째, 개인 영역(hidden)은 나는 알고, 타인은 모르는 영역이고요.

세 번째, 어두운 영역(unknown)은 나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영역입니다.

네 번째, 눈 먼 영역(blind)은 나는 모르고, 타인은 아는 영역, 즉 내가 신경 쓰이고, 알고 싶은 평판이 포함되는 영역입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4가지 영역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밝은 영역(open) 영역은 대외적으로 공유하고 있고,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반영하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이름과 머리카락의 색깔, SNS계정에 올라오는 정보 등이 합쳐져서 나도 예측 가능한 평판이 됩니다.

개인 영역(hidden) 영역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의 영역입니다. 프라이버시나 드러내지 않는 욕망의 영역이라고도 부를 수 있고요. 함부로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사생활에서 나타나는 나입니다.

어두운 영역(unknown) 영역은 무의식의 영역입니다. 정신분석과 같은 깊이 있는 정신의 탐구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어서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고 살아가는 영역입니다.

마지막으로 눈먼 영역(blind 영역)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내가 보이는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매너, 나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까지요. 나는 모르고 타인은 알기 때문에, 이 영역이 클수록 타인이 생각하는 평판을 걱정하게 됩니다.

[앵커]
방금 설명해주신 “눈먼 영역”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인 것 같은데 그러니깐 나는 모르고 남들이 아는 영역인 거잖아요. 말만 들어도 불안하기도 한데요. 눈먼 영역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우리가 차를 운전할 때도 블라인드 스팟을 늘 조심해야 하잖아요? 알수록 안전한 운전이 가능해지죠. 내가 못 보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평판에 대한 나의 걱정을 줄여줍니다. 다시 말해, 이 영역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 이 영역을 좁힐수록 평판 걱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접근입니다.

게다가 미처 몰랐던 부정적인 면을 알게 되면 막연히 걱정하기 보다, 평판을 어떻게 개선 시켜 볼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나에게 도움이 됩니다.
걱정이나 신경만 쓰는 것보다 더 건강한 대처인 것이죠.

[앵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깐 저도 저의 눈먼 영역이 궁금해지는데요, 눈먼 영역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인터뷰]
나에게 신뢰가 없는 사람은 눈먼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나에게 애정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점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들어도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내가 모르는 눈먼 영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정보를 들어서 기분이 나빠지면, 눈먼 영역이 더 커지고, 나는 또다시 나의 눈먼 영역을 걱정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앵커]
네, 남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이다 지레 짐작해서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겠고요.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시선이 더 많이 닿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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