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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비운의 뭉크, 무엇을 절규했을까?

2023년 02월 10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혼비백산 놀란 듯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은 얼굴을 깊이 감싼 채 힘껏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장면! 어디서 본적이 있는 모습이죠. 바로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인데요. 대상을 단순화해 인간의 깊은 내면을 묘사한 작가 뭉크는 절규하는 사람의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오늘 '사이언스 in Art'는 비운의 화가 뭉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 디렉터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뭉크의 '절규',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다 보셨을만한 작품인데요.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들려주시죠.

[인터뷰]
네, 저도 이 작품은 어렸을 때부터 접했던 것 같은데요. 워낙 유명해서 패러디도 많죠. 뭉크의 '절규'는 1893년에 그려진 작품이고요. 뭉크가 살면서 굉장히 다작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특히 뭉크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커서, 같은 그림을 여러 점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뭉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친구와 산책을 나갔는데,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고 나는 한줄기 우울을 느꼈다. 친구들은 앞으로 걸어가는데 나만 공포에 떨며 서 있었다.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듯했다.” 뭉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실제 경험을 모티브로 그려졌는데요, 작품 속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 남성은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뒷배경 속 작은 두 인물은 함께 산책하던 친구들이겠죠.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뭉크에게, 걷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불안과 혼란한 감정이 시각적으로 잘 묘사되어있는데요. 붉은빛의 하늘과 또 강렬하게 대비되는 우울한 푸른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마치 아주 더운 여름 아지랑이 피듯이 일렁이는 형태들. 그리고 공허하게 열린 입과 단순히 뚫려 있는듯한 눈의 생김새가 해골 같기도 하고요. 약간은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뭉크의 '절규'에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우울함과 불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극대화되어 그려져 있는데요. 뭉크 자신이 살면서 가장 가까웠던 감정들이기 때문에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뭉크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와 절규에 대한 작품을 보면 왠지 뭉크가 굉장히 힘든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요. 뭉크에 대해 소개 해주시죠.

[인터뷰]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에드바르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뭉크의 삶에 일찍부터 불운이 닥치는데요. 뭉크에게는 굉장히 잘 따랐던 누나와 3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누나가 모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거든요. 뭉크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요, 가족이 연달아 사망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무척 커집니다. ‘죽음’은 훗날 뭉크의 작업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기도 하죠.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 남겨진 아이들을 아버지와 이모가 돌보게 되는데, 아버지가 종교에 기대면서 점점 광신도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뭉크는 이 영향으로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리는데요. 안 좋은 일은 몰아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설상가상으로 뭉크의 여동생은 어린 나이에 정신질환을 앓고, 남동생은 결혼 후 얼마 안 되어 사망하게 되면서 어린 뭉크의 삶이 비극적으로 치닫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게 바로 미술인데요. 10대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혼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뭉크의 아버지는 뭉크가 공학도의 길을 걷길 바랬기 때문에 기술대학에 입학해 물리와 화학, 수학 등을 공부하는데요. 건강악화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예술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합니다. 1889년, 첫 개인전을 통해 인정받으면서 파리로 떠나게 되고요. 고갱과 고흐, 로트렉 등 대가들의 전시를 통해 깊은 영감을 받습니다. 파리뿐만 아니라 베를린, 크리스티아니아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굉장한 다작을 하는데요. 수많은 작품을 시에 기증한 후 1944년, 8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앵커]
절규라는 작품명처럼 뭉크가 삶에서 수없이 많은 절규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뭉크의 연애사까지 불행했다고요?

[인터뷰]
네, 뭉크가 1881년에 크리스티아니아에 있는 아트 앤 디자인 스쿨에 입학했는데요. 1년 후에 동료들과 함께 작업실을 차리게 됩니다. 이후에 전시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게 되는데, 이 전시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프리츠 탈로라는 작가의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뭉크가 이 프리츠 탈로의 형수였던 하이베르그 부인을 사랑하게 되는데요. 이 부인의 이름은 밀리 탈로입니다.

워낙 어둡게 살았던 뭉크에게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무척 순수한 감정으로 좋아하게 되는데, 극도로 자유분방했던 이 부인 때문에 뭉크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주로 불행한 연애를 했던 뭉크는 결국 여성을 혐오하는 수준까지 갔고요. 뭉크의 작품 중에 '마돈나'나 '흡혈귀' 등에서도 여성에 대한 증오와 내면의 상처가 드러나 있습니다.

[앵커]
뭉크의 이런 여성들 말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하지만 가장 사랑했던 여성으로 유명한 연인들을 작품 속에 담기도 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뭉크가 사랑했던 ‘툴라 라르센’이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툴라는 일방적으로 뭉크를 힘들게 했던 다른 연인들과는 다르게, 서로 깊게 사랑하게 되는데요. 다만 너무 과해져서 뭉크에게 집착을 했다고 합니다. 뭉크에게 결혼을 요구하면서 자살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데, 이를 말리던 뭉크가 툴라가 지니고 있던 총에 맞게 되면서 손에 부상을 입습니다. 이 일로 뭉크는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잃게 되는데요. 후에 뭉크는 이 일을 작품에 담습니다.

'마라의 죽음'이라는 작품인데요. 이 '마라의 죽음'은 원래 자크 루이 다비드라는 작가가 그린 작품명입니다. 다비드의 원작은 전라의 모습으로 순교자처럼 생을 마감한 자신의 친구를 기리는 작품인데요. 뭉크는 툴라로 인해 부상을 입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과 서있는 툴라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침대 위에 전라로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 그 옆에 낭자한 혈흔이 그려져 있고 슬픈듯하면서도 태연한 툴라의 표정이 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둘은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앵커]
사랑이 지나쳐서 아주 끔찍한 사건까지 일어나게 됐던 거군요. 조금 전에 뭉크가 다작을 했다고 하셨잖아요. 얼마나 그림을 많이 그렸던 겁니까?

[인터뷰]
오늘 다루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불행한 일이 계속됐는데요. 그럼 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했습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닥친 비극 속에서 얻게 된 불안감이나 우울함,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뭉크 작업의 불쏘시개 같은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뭉크는 심약한 정신 상태와 잦은 음주, 그로 인한 다툼 등으로 환각이 심해지는 등 점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병원에 입원해서 요양하면서 상태가 나아지게 됩니다.

뭉크는 활동하며 번 돈으로 스퀘옌과 에켈리 라는 지역의 땅을 사서 20여 년간 꾸준히 작업하고요. 8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뭉크가 자신의 작품을 전부 시에 기증합니다. 유화 약 1,100여 점과 드로잉 4,500여 점, 18,000여 점의 판화 등을 기증했다고 하니 사는 내내 굉장한 양의 작업을 남긴 셈입니다.

[앵커]
2만 점이 훨씬 넘는 작품을 그렸고 또 그걸 기증된 셈인데요. 어느 미술관에 가면 이 엄청난 작품들을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뭉크 미술관입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데요. 뭉크 미술관이라는 이름처럼 뭉크의 작품만 다루는 곳입니다. 1994년에 뭉크 사망 50주년을 맞이해서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가 2021년에 새롭게 재개관했습니다. 13층의 거대한 건물이고요. 1963년에 세워진 기존 뭉크 미술관에 비해 5배가 넓어졌는데요. 뭉크의 작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렇게 넓은 곳으로 재개관하게 됐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건축가인 후안 헤레로스의 건축 회사가 설계를 맡았고요. 오늘 소개한 뭉크의 대표작이죠, '절규' 또한 이 미술관에서 소장 중입니다.

특히 뭉크 미술관은 단 한 명의 예술가의 작품으로 채워진 미술관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노르웨이에 여행을 가신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앵커]
사실 '절규'가 너무나 익숙한 작품이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밌는 장면에 삽입되기도 하는데, 뭉크의 깊은 애환이 담겨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사이언스 인 아트'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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