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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불안한 영혼의 아이콘 에곤 실레

2023년 02월 17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내면과 성적인 욕망을 볼품없이 벌거벗은 육체로 표현해낸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를 아십니까?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사람의 육체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그려내 수많은 화제를 불러온 화가 에곤 실레를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 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에곤 실레가 불안한 영혼의 아이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요. 어떤 분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에곤 실레는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데요. 주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나 인물화, 풍경화 등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에곤 실레는 1890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에서 태어났는데요. 16살 때인 1906년에 빈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지만 3년 후 중퇴하게 됩니다. 빈 분리파의 멤버로, 신예술가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요. 이 시기에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초기 작품들 이후에는 좀 더 표현주의적인 성격의 작업을 합니다.

특히 에곤 실레는 본능적인 욕망과 죽음에 대한 불안감 등을 주 소재로 삼는데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낄법한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작품 속 인간의 육체로 그려냅니다. 에곤 실레가 그려내는 육체는 풍요롭고 아름답기보다는 굉장히 건조하게 뒤틀려있고 왜곡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처럼 성과 죽음을 주로 작품에 담았기 때문에 당시 자극적이라는 누드화를 그린다는 점 때문에 여러 논란도 있었고요, 자유분방한 사생활과 미성년자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 때문에 실제로 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1915년에는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한 후 안정을 찾고 작가로서도 성공하게 되지만 머지않아 안타깝게 사망하게 됩니다.

[앵커]
그런 에곤 실레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와도 친분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요?

[인터뷰]
네, 에곤 실레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친구이면서 사제 관계이기도 했는데요. 클림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인 특징들을 초기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평소 클림트를 굉장히 존경하고 따랐기 때문인데요. 클림트 또한 에곤 실레의 재능을 보고 드로잉 실력은 자신보다 높다고 인정했다고 하죠. 후에 에곤 실레는 클림트가 이끄는 ‘오스트리아 예술가 동맹’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빈 분리파 전시에 함께하게 됩니다.

[앵커]
클림트는 '키스'라는 작품으로 굉장히 유명한 작가잖아요. 그 그림과 분위기가 비슷한 거 같았는데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에곤 실레가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하셨는데, 표현주의는 뭔가요?

[인터뷰]
에곤 실레의 초기 작업에서 클림트의 작품과 비슷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후에 그런 장식적인 특징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감정 표출이 명확하고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되거든요. 이처럼 표현주의는 작가의 감정이나 내면의 심리 자체에 주목해서, 사물의 형태를 보여지는 것보다 왜곡시키거나 과장되게 그리고, 강렬한 색감을 써서 표현하는 게 특징인데요. 1910년 전후에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미술 사조입니다. 에곤 실레 외에도 뭉크 같은 작가가 표현주의에 속합니다.

[앵커]
앞서서 에곤 실레가 빈 분리파의 멤버였다 말씀해주셨는데요. 여기서 빈 분리파가 어떤 단체였을까요?

[인터뷰]
빈 분리파는 1897년 클림트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입니다. 에곤 실레가 굉장히 활동적인 클림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 빈 분리파라는 명칭은 ‘분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인 ‘secedo’를 어원으로 하는데요. 기존 미술계의 전통적인 사상에 의존하지 않고 거기에서 분리되어서 미술을 매개로 교류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활동하자 라는 목표를 가진 집단이었습니다. 1897년에 클림트를 초대 회장으로 선발했고요, 이전의 보수적이고 엘리트주의였던 미술계의 시스템에서 분리되어 자체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빈 분리파 멤버들에게 어떤 특별한 미술 사조나 공통된 양식은 없었지만, 이들의 전시장 입구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각 세기마다 고유한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이 집단의 공통적인 목표는 기존의 전통을 타파하고 국적을 초월하는 자유로운 표현으로서의 미술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무척 자유분방하고 틀을 깨려고 했던 작가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에곤 실레의 대표작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에곤 실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포옹'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17년에 그려졌는데요. 두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데, 윤곽선이 단순하고 깔끔한 게 아니라 굉장히 복잡하게 뒤틀려져 있죠. 특히 머리카락과 신체, 그리고 이불의 주름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했는데요. 에곤 실레 특유의 마르고 왜곡된 신체 묘사가 돋보입니다.

과장된 듯하지만 너무 아름답게 미화된 신체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약간은 불안한 분위기도 풍기는데요. 이 작품은 똑같이 두 남녀가 끌어안고 있는 에로틱한 분위기의 작품, 클림트의 '키스'와 함께 거론되기도 하는 대표작입니다.

또,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일 텐데요. 에곤 실레의 자화상 중 한 점입니다. 바로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인데요. 에곤 실레는 살면서 많은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굉장히 훤칠하고 얼굴도 작았던 미남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옷도 잘 입고 워낙 잘 꾸미고 다녀서 금전적으로 궁핍했을 때마저도 겉모습만큼은 아주 단정하고 깨끗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거울 보는 걸 즐겼다고 하죠. 어머니에게 받은 전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작품에 담았는데요. 이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에곤 실레의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납니다.

작품 속 에곤 실레의 표정이 굉장히 매혹적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요. 뭔가 친화적이거나 열려있는 느낌의 눈빛은 아니죠. 호기심이 보이기도 하고, 불만이 가득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배경에 그려진 붉게 익은 꽈리 열매가 한층 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용을 하는데요.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이 모습이 치기 어린 청춘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에곤 실레의 작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두 작품을 보면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그린 건데요. 에곤 실레가 풍경화도 그렸다고요?

[인터뷰]
네, 아무래도 에곤 실레 하면 흔히 누드화나 자화상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에곤 실레는 빈 근교에 있는 툴른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요. 강변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의 마을입니다. 에곤 실레는 이 마을을 그리곤 했는데요, 다만 밝은 느낌의 풍경화는 아니고, 어두운 분위기가 담겨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에곤 실레는 14살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게 되는데요.

이때 에곤 실레는 친구인 안톤 페슈카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왜 아버지가 살던 곳을 찾아 헤매고 굳이 쓰라린 마음을 끄집어내는지 아무도 이해 못할 거야. 조금의 기억이지만 희미하게나마 내 안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했는데요.

에곤 실레의 풍경화에는 밝은 색감보다는 어둡고 음울한 색채가 많이 보입니다. 특유의 왜곡된 묘사가 풍경화에서도 나타나는데요. 건물들을 뒤엉켜 그리기도 하고, 밝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보다는 시들거나 저물어가는 식물, 환하게 떠 있는 태양보다는 지는 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앵커]
풍경에서도 에곤 실레 특유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거 같습니다. 에곤 실레의 삶이 담긴 영화가 있다고요?

[인터뷰]
에곤 실레의 생을 그려낸 영화가 있습니다. '에곤 실레:욕망이 그린 그림'이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힐데 베르거의 소설 '죽음과 소녀-에곤 실레와 여자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28살의 이른 나이로 요절한 천재 예술가인 에곤 실레의 삶 전반이 담겨있고요. 특히 에곤 실레의 작업 인생에서 큰 영향을 끼쳤던 4명의 여인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또 에곤 실레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와의 만남과 작업에 대한 고뇌 등이 담겨있는데요. 에곤 실레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기실 추천드립니다.

[앵커]
네, 최근에 미디어 등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가 잘 반영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말씀을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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