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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소리 다 듣겠네!] 없는 줄 알았는데 있어 온 그것!…암흑 물질·에너지

2023년 02월 20일 오전 09:00
[앵커]
'허공'이라는 말은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말이죠. 한자로는 '빌 허' 자와 '빌 공'자로, 글자 그대로 텅 빈 공간, 드넓은 우주공간을 이르는 말인데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다고 굳게 믿어온 이 공간이 실제로는 그 무엇으로 가득 차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라고 하는데요, 색깔이 검어서 암흑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알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있는 그 정체 불명의 물질을 오늘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홍성욱 / 천문연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열여섯 번째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홍성욱입니다. 오늘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별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 암흑물질·암흑에너지, 두 존재의 정의와 차이점은?!

[홍성욱 / 천문연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네, 먼저 암흑이라고 하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것처럼 사악하거나 비밀스러운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그런 건 아니에요. 보통 천문학자들은 눈에 안 보이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암흑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은 우리 우주 전체 에너지의 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5%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여기서! 보이지 않는 95% 중 25%를 ‘암흑물질’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물질은 빛을 반사하니까 우리가 색과 형태를 볼 수 있는건데, 이 암흑물질은 빛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직접 볼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워낙 양이 많아서, 중력을 통해 보통 물질이 우리 우주에 퍼져 있는 모양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요. 특히, 우주 공간에는 물질이 아무렇게나 퍼져 있지 않고, 수억 광년 규모로 그물 모양을 띠고 있어요. 이것을 ‘우주거대구조’라고 하는데, 암흑물질이 여기에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다음으로 95% 중, 암흑물질을 뺀 나머지 70%를 ‘암흑에너지’라고 하는데요. 사실 영화 어벤저스 1편에 “암흑에너지 연구소”라는 기관이 나와요. 하지만 거기서 말하는 암흑에너지는 인피니티 스톤을 말하는거고, 실제 우리 우주의 암흑에너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왜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 라고 부르냐 하면, 도무지 물질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래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엿이 있으면 엿을 길쭉하게 늘리면, 엿의 전체 양은 정해져 있으니까 대신 두께가 가늘어집니다. 그런데 만약 암흑에너지로 이뤄진 엿을 크리를 늘린다고 하면 크기를 늘려도 두께가 전혀 가늘어지지 않을거에요. 이렇게 이상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질이라고 불러줄 수 없어서 그냥 암흑에너지라고 부릅니다.

Q.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존재 사실을 알 수 있나요?!

[홍성욱 / 천문연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네, 좋은 질문이에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나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둘 다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암흑물질의 존재는 별, 은하, 또는 은하가 수백 개 이상이 모인 은하단의 운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천체를 보시면 가스가 있는 부분이 밝게 빛납니다. 만약 이 가스가 이 천체에 있는 물질의 전부라면, 뉴턴의 중력이론을 통해 주변 천체가 어떤 속도로 움직일지를 예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구한 속도와, 실제로 관측한 주변 천체의 속도가 너무 크게 차이나는 거에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다가, 1970년대 이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따로 있다고 인정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과정은 또 다른데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공간에 물질이나 에너지가 있으면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집니다. 또한, 공간에 어떤 종류의 물질,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따라, 공간이 커지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 만약 보통 물질, 암흑물질, 빛 밖에 없다면, 우주 공간이 커지는 속도는 항상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져야 해요. 그런데 1990년대 말에 가까운 우주 공간이 커지는 속도를 직접 쟀는데, 그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빨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성이론으로 이것을 설명하려면, 보통 물질, 암흑물질, 빛 등 과는 성질이 전혀 다른 무엇이 있어야만 해요. 그래서 이렇게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입니다.

Q. 최근 발표된 '암흑에너지는 없다', '암흑물질 이론이 틀렸다' 각 논문의 내용은?!

[홍성욱 / 천문연 이론천문센터 책임연구원]
네, 먼저 ‘암흑에너지는 없다’ 라는 주장은 Ia형 초신성이라고 하는 특별한 천체를 연구하면서 나왔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Ia형 초신성은 밝기가 바뀌는 패턴이 일정하다 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연구에서는 우주의 나이에 따라 그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선 연구에서 Ia형 초신성을 이용해 쟀다는 은하까지의 거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시간에 따라 우주 공간이 커지는 속도를 예측한 것도 잘못되었다는 내용이죠.

다음으로‘암흑물질 이론이 틀렸다’ 라는 주장은 은하의 회전속도를 연구하면서 나왔습니다. 다 양한 은하의 회전속도 정보를 알게 되면서, 단순한 암흑물질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암흑물질이 있다면 특별한 성질을 띠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또는, 뉴턴의 중력이론을 고친다면, 암흑물질이 없어도 은하의 회전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거죠.

위의 주장을 제외하면, 아직 우주배경복사나 우주거대구조 등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는 대부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결론내립니다. 하지만 위의 주장을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성질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주를 아주 넓고 깊게 바라보면서 수많은 은하가 어떻게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암흑에너지 분광기기 DESI라고 하는 대규모 국제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가느다란 광섬유가 달려 있는 로봇을 이용해서, 천체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먼 우주에 있는 은하의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 DESI의 목표죠. 현재 DESI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한 멋진 플라네타리움 영상도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올해 중에는 가까운 과학관에서 보실 수 있을테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면서 이상으로 오늘의 별소리를 마치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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