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사이언스 취재파일] 태풍과 달리 지진은 왜 예측이 어려울까?

2023년 02월 20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튀르키예 강진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났죠, 추가 구조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튀르키예 당국에서도 수색·구조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는데요. 이번 강진으로 희생자가 4만 명이 넘게 발생을 해서 사상자가 정말 많이 나왔는데 참사 현장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시면서 아마 다들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지진을 예측했다면 대피를 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지진 예측과 관련된 기술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이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저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우리가 평소 날씨 같은 태풍이나 눈, 비는 미리 예측을 할 수 있잖아요. 지진은 미리 예측을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진이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 중에서 예측이 가장 까다로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태풍의 경우, 우리가 수많은 기상 데이터를 그동안 축적 많이 해왔고 기반으로 구름의 움직임이나 기압의 변화 등을 분석을 하죠. 그러다 보면 태풍의 발생 시점은 물론 예상 경로, 위력 같은 아주 자세한 정보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화산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요. 주변 지역의 열 변화 또 지진 발생 여부 또 지면이 부풀어오는 현상 등을 통해서 정확한 폭발 시기까지는 알 수는 없더라도 분화 임박 정도의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진 예측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진이 발생할지 혹은 발생하지 않을지 이건 아예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지진은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 단층이 언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미끄러지는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지진 규모를 나타낼 때 과거에 써왔던 리히터 규모라는 걸 만든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가 "실제로 지진을 만약 예측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바보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거처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우선 지진을 예측한다고 하면 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 일어날 위치를 알아야 하고, 또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일어날 시간도 알아야 하고, 그때 지진의 규모 유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잖아요. 지질학자들이 1960년 정도부터 지진 예측을 위해서 연구를 다방면으로 했습니다.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라도 예측할 수 있나 싶어서 연구를 했지만 그동안의 연구가 다 실패로 끝났습니다.

몇 가지 지진 예측 시도를 했던 연구의 실패 사례를 설명을 드리면 이해하시기 쉬울 거 같은데요. 우선 지진이 일어나려면 단층이 미끄러져야 한다고 했는데 단층에는 응력이라는 힘을 모아지는 힘이 쌓이면 단층 면을 따라서 쪼개지고 그러면서 지진이 발생을 합니다. 그러면 지면의 변형 정도를 우리가 알고 있다면, 지진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이 이렇게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지면의 변형 정도를 측정하는 것 자체는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관측한 지면의 변형이 계절에 따라서 땅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고 지하수가 들어오고 나가는 지하수 수위에 따라서 땅이 바뀌기 때문에 단층에 응력이 쌓여서 생긴 변형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를 구별할 수 없어서 이런 변화가 발생됐을 때 무조건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서 활용할 수 없었고요.

또 다른 시도는 지진 발생 전에 지각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균열을 가지고 지진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거였습니다.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지진을 만들어 보면 탄성파가 감지된다거나, 단층대에서 소음이 발생되거나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층선이 언제 어긋나는지를 예측을 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실제 자연에서는 거의 관측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지구를 가르는 단층선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균열인지 기존 단층선인지를 우리 땅 아래에 있는 어떤 변화들을 관측하기가 어렵고요. 또, 인간이 만들어내는 각종 공사장, 공장, 자동차 등 소음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땅에서 일어나는 균열 소음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새가 갑자기 날아간다든지 강아지가 먼저 짖는다든지 동물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은 지진 전조현상으로 볼 순 없을까요?

[기자]
이거에 대한 연구도 있는데요. 이번 튀르키예 강진 때도 강진 발생 전 새들이 시끄럽게 울면서 날아다녔다. 건물 상공으로 굉장히 많은 새들이 날아들었다. 제보들이 있었는데요. 동물들이 지진 전조 현상을 감지한다고 보는 건 사람보다 아주 민감한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지진이 발생하면 원래 두 가지 P파와 S파가 발생이 되는데 최초로 방출되는 진동파가 P파입니다. 진원에서 불과 몇 초 만에 수km씩 전달되는 굉장히 빠르지만, 힘은 약한 전파인데요. P파가 발생한 이후에 도달하는 S파가 위아래로 진폭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땅의 진동 S파가 있고 인간이 느끼는 겁니다.

인간은 P파를 현재는 알아차릴 수 없다라고 하는데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동물들이 P파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감각이 예민한 동물들은 땅이 흔들리는 S파 도착 전에 P파의 진동을 느껴서 지진이 올 것이다라는 걸 느낀다는 거죠. 실제로 일부 실험에서는 동물이 지진계보다 더 빨리 지진 발생을 감지했다는 연구도 있다는데요.

이거는 독일의 막스플랑크협회 산하 동물행동연구소에서 지난 2020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들은 이탈리아의 한 농장에서 소와 개, 양들에게 전자 태그를 부착하고 지진 감지 전후 행동 변화를 관찰을 했다고 해요. 그 결과 실험 기간 발생했던 8번의 지진 중 7번에서 지진이 동물들이 지진 발생 45분쯤 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소들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고 개들이 미친 듯이 짓기 시작했고, 시간이 더 지나자 멈춰있던 소와 양 같은 모든 동물들이 흥분상태를 보였던 건데요.

연구진은 동물이 잠재적으로 사람보다 먼저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거 자체는 맞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확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연구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렇게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도 있는데 지진 전조현상 중에 지진운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어떤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나라 제주 인근에서도 관측이 됐었죠. 당시 제주 인근 해역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때 양털 같은 작은 구름들이 모여서 넓게 퍼져 있는 지진운이 관측됐다고 해서 많이 보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운은 하나의 기상현상이지, 지진 전조현상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진운이라고 부르는 구름 양털 구름 같이 생긴 구름은 공기의 수직 운동으로 생기는 고적운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대기 운동에 의해서 자주 발생하는 구름이고, 지진의 전조현상이라기보단 일반적인 기상현상이고 날씨와 지진의 연관성은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것들을 종합해보면 그럼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 같은데 정말로 어떤 방법도 없을까요?

[기자]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절망적이기는 하죠. 지진 예측 자체가 어려운 것은 맞지만, 과학자들이 지진의 징후를 알려줄 수 있는 단서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알려드리면 지진 발생 전 단층대 위로 자기장 변화가 생기면서 지구 대기의 전리층까지 변화를 준다는 연구 결과와 주장이 나온 게 있는데요.

이건 지난 2010년 중국 베이징 지진예보연구소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중국 연구진들은 멕시코 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열흘 전부터 진원지 위쪽에 대기에 전자 교란 현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이후로 지구의 전리층의 이상 변화를 감시하기 위해서 2018년 지진-전자기 위성을 발사해서 실제로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해 중국 지진 네트워크 센터 연구진들이 2021년 5월과 2022년 1월에 중국 본토에서 일어났던 지진 당시에도 발생 15일 전까지의 시간 동안 전리층에서 전자 밀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 연구진은 논문을 쓰면서 지진 발생 이후에 대기의 전자 교란 현상 자체가 관측된 건 맞지만 이게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교란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고 또, 관측 데이터들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지진 발생 위치를 데이터가 역으로 특정하지도 못해서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이렇게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면 대비를 해야 될 텐데 지진을 대비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예측이 안 되니까 대비를 해야 되는데 아주 다행인 건 무작위로 아무 곳에나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구 내부에서 쌓인 에너지가 밖으로 나오려면 어떤 단층선을 따라서 끊어질 수 있는 부분을 따라서 지진이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단층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면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곳을 알 수 있고요, 단층의 크기 두께를 안다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의 강도로 땅이 흔들리고 피해를 일으키는지 정도를 예측할 수 있거든요.

이를 통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는 일 정도는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에 대한 일종의 지도를 만들어 놓고 주의를 해야 된다, 유의 깊게 지켜보자 이런 걸 해야 하고요. 또 그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 위에 건물을 짓게 된다면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 부분을 지켜야 합니다.

지질학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지진 자체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 건물로 인해서 사람이 죽는다.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해요. 실제로 이번 튀르키예 지진에서도 이 말이 증명된 셈으로 볼 수 있거든요. 건물 붕괴를 막는 것이 현실로서는 지진으로부터 인명 피해를 줄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만큼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내진 설계 기준, 비율 이런 걸 다 높여야겠습니다.

[앵커]
네, 이번 튀르키예 지진 당시에도 튀르키예에서 불법건축물이 허용되지 않았던 지역에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아직까지는 지진 발생 예측 기술은 부족한 만큼, 말씀하신 거처럼 내진 설계와 불법 건축물 규제 등에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