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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부르는 말습관 이면의 심리

2023년 03월 07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요. 그런데 가끔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받거나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 에서는 평소 나의 대화습관을 돌아보고 왜 이런 갈등이 생기는지 이유와 해결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인간관계에서 오해 때문에 갈등을 경험하는 분들 참 많은데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인간관계가 스트레스가 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요. 관계에서 상대방이 자주 오해한다면, 내가 모르는 나의 대화습관을 찾아야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거든요.

[앵커]
그럼 평소 대화습관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오해를 부르는 대화 습관, 대표적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가장 대표적인 대화습관은 바로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왜 저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해하지요. 그러면서 할 말도 제때 하지 못합니다. 특히 불편한 이야기를 못 하고 미루죠. 소통은 끊긴 상태로 관계가 방치됩니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 때 이런 경우가 생기죠. '저 사람 분명히 나한테 불만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불만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내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저 사람의 결정에 너무너무 불만인데 직접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표정으로 시그널을 최대한 보내보자!' 이런 양쪽의 현상들이 다 스트레스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짜증이나 우울, 불안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앵커]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않는 것 정말 듣기만 해도 답답한데요. 이렇게 오해가 커지는 대화습관의 특징이 뭐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예를 들면 이렇게 대화합니다. 1번, 애매하게/모호하게/돌려 말한다. 이면의 심리를 살펴보면 이런 마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직접적으로 말하면 날 안 좋게 볼 것 같은 불안이 있어요. 그래서 완곡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모호한 대화습관으로 이어져 오해를 부릅니다.

2번,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말이 길다/불필요한 말을 한다. 이면의 심리를 살펴보면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안 되어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하면서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사전에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어려워져 전달하는 자와 전달받는 자 간의 오해가 생깁니다.

3번, 비언어적 신호로 표현한다. 이면의 심리를 살펴보면 수동공격이 있을 수 있어요. 공격하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여기는 상태가 숨어있는 것인데요. 공격성은 어떻게든 표출되고 싶기 때문에 비언어적 신호로 티가 나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결국 내가 나의 공격성을 표현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상대방은 당황스럽고 오해하게 되고요.

4번, 속단한다/독심술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겠지?"라고 임의로 결론을 내리는 습관인데요. 이면에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상대방의 필요 확인 절차에 대한 생략이 포함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결론을 내린다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겠죠.

5번, 아무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말과 비언어적 신호를 모두 포함해서요. 그 이면의 심리는 소통을 철회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어요.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요. 상대방은 어떤 이유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 마음이 도대체 뭔지? 오해하게 됩니다.

[앵커]
들어보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이런 대화 유형이 한 번씩 튀어나오는 거 같은데요. 이렇게 오해를 부르는 대화습관이 왜 나타나게 되는 걸까요?

[인터뷰]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보편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불쾌할 때, 건강하게 표현해보는 습관이 없이 성장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불쾌감을 느낀다면 내가 그에게 뭘 원하는 지, 나의 필요를 정확히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한데요. 아쉽게도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상호작용방법이나 의사소통법을 배우지 않습니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자란 결과, 다양한 신념들이 우리 안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이 신념들은 나뿐만 아니라 관계를 망칠 수 있는데요.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예시가 있습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아는 거 아냐?', '사람이라면 내가 이 정도로 표정을 지었으면 눈치껏 알아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내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괜히 모르는 척하는 거 아냐?'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죠. 저 사람은 초능력자인가? 독심술을 쓸 줄 아는가? 독심술을 바라는 건 나의 큰 욕심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말이죠.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고는 상대방의 마음, 그 진짜 의도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잖아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만큼 깊고도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은 내가 추정한다고 알 순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서로 간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앵커]
정말 그야말로 저희 코너 이름처럼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는 건데 이걸 넘겨짚는다고 하면 오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노력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인터뷰]
오해를 줄이는 대화습관을 기르려면 우선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1번.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시 말해, 서로의 차이는 정상, 서로의 필요는 당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 하는 거예요. 표현을 안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모르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인 거죠.

2번. 내 생각을 정리한다. 저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나, 이 사안과 상관없는 다른 불만 섞어서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내 생각부터 정리한다.

3번. 정확하게 전달한다. 멋들어진 발성이나 당당한 태도, 카리스마 있는 몸짓 등과 같은 외면에 초점을 맞추는 걸 우선시하지 말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해서 전달한다. 말이 어려우면 정리해서 메일, 카톡, 문자도 좋다.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1~3번을 생각하면서 대화에 임하다 보면, 오해는 줄어들고,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됩니다.

단,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내가 이렇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단번에 신뢰하게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해의 역사가 있다면, 당장 성과가 안 나와도 이 행동을 끈질기게 유지하려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앵커]
우리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잖아요. 스스로 대화 습관을 돌아보면서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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