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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쌓은 돌이 주는 의미는?…'우고 론디노네'

2023년 03월 10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화려한 색깔의 큰 돌을 기둥처럼 일렬로 쌓아올린 작품, 혹시 보신 기억이 있나요? 우고 론디노네라는 스위스 조각가의 작품인데요. 자연에 존재하는 단순한 소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 또 보는 이의 잠재의식을 일깨워내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죠.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현대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 우고 론디노네. 어떤 사람인지 소개 해주시죠.

[인터뷰]
네, 스위스 브루넨에서 태어난 우고 론디노네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찍이 방탄소년단의 RM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혀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우고 론디노네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던 부모님을 따라 스위스로 이주한 1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후 스위스 뿐만 아니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작업을 하다가 뉴욕에 정착하게 되는데요. 200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스위스 대표로 참가하기도 하면서 인지도를 쌓고요.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과 특유의 과감한 연출로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수많은 비평가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앵커]
저도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BTS RM 때문인데요. RM이 이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방탄소년단의 RM이 미술에 관심이 많고 또 직접 작품 소장도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RM이 우고 론디노네의 설치 작품 앞에서 찍은 인증샷 때문에 국내 팬들과 대중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는데요. 미국 서부의 관광지로도 유명한 '세븐 매직 마운틴스'입니다. 알록달록한 돌들이 쌓인 이 대형 설치물들은 라스베가스로 가는 사막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제작하는 데에만 약 4년이 걸린 이 거대한 작품들은 2016년부터 전시되고 있고요, 전 세계에서 찾아와 인증샷을 남길 정도로 유명해져서 기존 전시 철거 기간이었던 2018년에서 전시 기간이 연장되어서 2027년까지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공공 설치 작품들은 항상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들러서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사방이 모래 뿐인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 형형색색의 대형 돌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서 강렬한 대비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사막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우고 론디노네 특유의 위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인데요. 특히 우고는 자연과 인공을 결합한 작업을 주로 하는데, 이 작품 또한 돌이라는 자연물을 인공적으로 쌓아 올리고 컬러 또한 화려하게 표현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앵커]
네, 풍경에 무지개빛 돌이 있으니깐 참 인상적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 돌을 쌓은 설치물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나요?

[인터뷰]
네, 우고 론디노네는 사막 위에 세븐 매직 마운틴스을 설치하기 전에, 사실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 앞에도 돌을 쌓은 작품을 설치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는 작품의 형태가 마치 두 다리를 딛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또 형형색색의 컬러가 아닌, 원래 돌이 지닌 그대로의 색을 가지고 있는데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록펠러 센터 앞에 이런 자연물인 거대한 돌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세븐 매직 마운틴스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대비와 함께 오묘한 조화가 특징입니다.

[앵커]
네,지금 소개 해주신 두 작품 모두 돌을 소재로 한 작품 같은데요, 우고 론디노네가 자연물에 주목한다고 하셨는데, 또 다른 소재로 한 작품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고 론디노네는 돌 뿐만 아니라 태양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에도 주목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방돔 광장에 설치되었던 나무 형태의 작품이 있는데요. 'Summer Moon'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수 천년의 세월을 거친 올리브 나무를 본떠서 알루미늄으로 주조해 작업했는데요. 앞서 함께 보신 '세븐 매직 마운틴스'와 비슷한 맥락이죠. 나무라는 자연물을 인공적인 모습으로 치환해서 재탄생 시킨 겁니다. 이처럼 우고 론디노네는 자연물,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전혀 다른 인공적인 모습으로 바꿔서 관람객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 또 시간이나 영원에 대한 사유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앵커]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수천 년 된 올리브 나무를 소재로 만든 작품, 여기까지 잘 봤는데, 또 어떤 대표작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우고 론디노네가 태양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있는데요. 이 작품은 설치 작품이 아니라 평면작 입니다. 'SUN' 시리즈인데요, 캔버스 안에 원의 형태가 반복되면서 여러 색상들이 조합 되어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마다 동심원의 형태와 색상의 조합이 다른데요, 우고 론디노네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며, 그 안의 아름다움과 공포, 신비와 어떤 의미 등을 제시합니다.

[앵커]
네, 작품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것 같은데 우고 론디노네가 국내에서도 전시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요.

[인터뷰]
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를 통해 세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는데요. 세 번째 전시는 국제갤러리 서울점과 부산점에서 동시 진행됐습니다. 우고 론디노네는 자신의 작업 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을 잘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처럼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게 우고의 전략 중 하나라고 하거든요. 자신의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동선에 직접 개입해서 관람자가 작품 사이를 어떻게 이동하는가, 또 그 경험을 통해서 눈과 귀로 무엇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갤러리와 함께 깊게 고민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개최된 개인전에서도 우고의 돌 설치작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작품이 수녀 그리고 수도승처럼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우고 특유의 컬러풀한 색채 조합으로 대비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큰 돌 위에 작은 돌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막의 세븐 매직 마운틴스나 록펠러 앞의 돌 설치물과는 또 다른 약간은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있으면서 또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작은 석회암을 본떠서 청동 주물로 제작해 작업했는데요. 거의 3m에 육박하는 대형 작품이어서 실제로 보면 압도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고 론디노네는 40여 년의 작가 인생 동안 끊임없는 시도와 과감함으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실제로는 나서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알려졌지만, 작품만큼은 굉장히 도발적이고 색채가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앵커]
네,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을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저는 보면서 '힙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유명 브랜드들도 러브콜을 보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작품 또한 다채로워서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이 우고 론디노네에게 협업을 제안하곤 하는데요. 특히 가장 최근에는 국내 대표적인 작가죠, 박서보 화백도 콜라보를 했던 루이비통의 아티카퓌신 협업에 우고 론디노네도 함께했습니다. 우고 론디노네가 자주 사용하는 형광빛의 컬러를 모티브로 아티카퓌신백을 만들었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우고 론디노네가 영화의 캐릭터죠, ‘할리퀸’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합니다. 할리퀸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토대로 아티카퓌신을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이 가방을 만드는데 100시간 이상의 수작업으로 총 15,000개의 비즈를 직접 수놓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진짜 장인 정신이죠. 또 가방의 손잡이는 무지개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 우고 론디노네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무지개를 통해서 통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성 정체성의 자유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고의 작품들처럼 이 콜라보 역시 특유의 위트와 자유로움, 개성이 담겨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론디노네의 작품이 말씀 해주신 것처럼 굉장히 트렌디하고 자연을 넘어서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치, 아름다움, 신비로움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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