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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영구 처분 미뤄왔던 사용후핵연료 포화 직전…고준위 방폐장 논의 시급

2023년 04월 03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지 올해로 45년째입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성은 차차 하더라도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저렴한 에너지를 써왔던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하지만 발전 이후 나오는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미래세대에 떠넘기며 계속 미뤄오기만 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 시설, 이른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앵커]
일단 이름이 어려운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이게 정확히 뭔가요?

[기자]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잖아요. 우리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나면 재가 남듯이 우라늄도 핵분열 후 남는 폐기물이 남습니다. 이걸 흔히 다 쓴 핵연료라고 해서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는데요.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4년 정도 사용하면 약 1% 줄어드는데, 1%라고 하면 더 쓸 수 있겠지 싶지만 더는 발전용으로는 쓸 수 없어 새로운 연료로 바꿔줘야 합니다. 이렇게 교체된 핵연료는 여전히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내뿜는데, 그래서 이걸 열과 방사능 준위, 그러니까 방사능의 강도가 높은 폐기물이라고 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도 부르는 겁니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방사성 폐기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특히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버릴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방사성 강도가 높은 폐기물인 만큼 정말 잘 버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경주에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는데 여기엔 버릴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는 폐기물로, 크게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구분되는데요. 고준위는 앞서 설명했듯이 사용후핵연료처럼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배출하는 폐기물을 말하고요.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 운영 시 발생하는 장갑이나 작업자들이 입는 방호복, 그리고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한 공구나 소모성 교체 부품 등이 포함됩니다. 또, 산업체나 연구기관, 병원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사용한 주사기나 시약병도 중저준위 폐기물에 속하고요.

현재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처분 중인데요.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하지만 원전이 가동됐던 1978년부터 만들어졌던 중저준위 폐기물이 임시 보관된 상태이기 때문에 임시보관 됐던 중저준위 폐기물을 꾸준히 반입해 처리해왔는데, 7년 만에 수용량의 25% 정도가 찬 상태입니다.

[앵커]
그러니깐 고준위 폐기물은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는 다룰 수가 없는 그런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사용후핵연료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앞서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현재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수조에 보관 중입니다. 계속 온도를 낮춰줘야 하기 때문에 냉각수가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임시 저장 수조라는 점인데요. 사용후핵연료가 인체나 자연에 해를 입히지 않을 정도, 그러니까 자연상태까지 방사선 수치가 떨어지려면 적어도 10만 년은 걸릴 것으로 보이거든요. 거의 구석기 시대까지 가야 될 만큼, 역으로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지나야지 가능 한건데 그렇다고 해서 10만 년 동안 계속 수조에만 넣어둘 수는 없으니 결국 영구 처분할 방법과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영구 처분 방식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수조의 용량이 거의 다 차고 있기 때문인 건데.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00톤씩 발생하는데, 현재 고리 원전은 86%, 한울 원전은 82.5% 등이 채워진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한빛 원전은 2030년, 한울 원전은 2031년에 임시 저장 수조가 꽉 차게 되는데, 이 시점이 원래 예상했던 시점보다 포화 시점이 1~2년 빨라졌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30년까지 원전 가동률을 높이기로 해서 재산정한 결과입니다.

[앵커]
결국,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할 공간이 없어서 원전 운전을 멈출 수 있다는 건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원전 발전을 시작 한지 올해로 45년이 됐는데 그동안 왜 고준위 방폐장을 만들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물론 아예 안 만든 건 아닙니다. 만들려고 시도도 했었고 준비도 많이 했었는데 수차례 논의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역 주민 반대에 의해서 모두 무산된 건데요. 사실 지금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만들 때도 여러 사건이 있었잖아요. 이른바 '부안사태'라고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2003년에는 전북 부안 군수가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를 선언하고,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유혈사태까지 일어났었거든요. 그만큼 방폐장 건설 추진은 기피대상 1호 시설이다 낙인이 찍혀있는 것도 있고 게다가 과거 경험으로 원자력과 관련된 불신, 불통의 이미지도 국민들에게 남은 상태라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논의 시작부터 좀처럼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주민들의 우려에 의해서 사실상 지을 데가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례가 궁금한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원자력을 운영하고 있잖아요. 거기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전 세계적으로 원전 운영국은 많지만, 고준위 방폐장을 만든 나라는 전 세계 단 하나, 핀란드가 유일합니다. 핀란드는 원전을 세울 때부터 버릴 곳,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함께 논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83년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확보를 시작했고요. 2001년 부지를 확정 짓고 2016년부터 영구처분시설, 고준위 방폐장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해 일반에게 시설을 공개하고 있는데, 빠르면 2년 뒤 2025년부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할 계획입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까지 완료한 나라는 핀란드뿐이지만, 현재 스위스랑 스웨덴은 부지 선정을 끝냈고, 캐나다와 체코, 일본, 미국 등도 고준위 방폐장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도 고준위 방폐장 건설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얼마나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할 텐데, 처분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하 500m에 지층에 영구적으로 묻는 심지층 처분입니다. 인간이 땅속 우라늄을 채굴해 사용했듯이 우라늄이 원래 있던 조건과 비슷한 땅속에 다시 깊게 묻어두는 방식인데요. 지하수가 거의 없고, 암반 변화도 적은 화강암반 등을 선택해 천연 방벽 효과를 얻고, 여기에 폐연료봉을 5cm 두께의 구리 캡슐에 넣고 밀봉한 뒤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벤토나이트라는 물질로 구멍을 메워 완벽하게 메운 뒤 격리하는 겁니다. 터널 한 개에 수백 개의 사용후핵연료가 모두 채워지고 나면 터널 자체도 메워 지상과 인류 모두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게 됩니다.

[앵커]
사실상 아주 깊게 땅을 파서 묻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말씀을 들으면서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데 왜냐하면 7년 후부터 포화상태가 될 거라고 했잖아요. 그럼 지금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가 지난 2021년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 계획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는 데까지 최소 3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도 빨라야 2060년에 고준위 방폐장이 세워지는 거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조사 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선정하는 데 13년이 걸리고요. 선정된 부지에 지하연구시설을 지어 14년에 걸쳐 실증 연구를 진행한 뒤, 이후 10년 안에 영구처분시설, 고준위 방폐장을 짓는 겁니다.

그러니까 로드맵에서 보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게 땅을 찾는 게 먼저죠, 그런데 땅을 찾는 게 제일 만만치 않은 과정이기도 합니다.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 등의 근거를 담고 있는 특별법 제정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현재 여야 의원 3명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사실상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앞서 임시 저장소가 빠르면 7년 후에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하셨는데 이 방폐장 건설이 37년이 걸린다고 하니깐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데 기간을 좀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고준위 방폐장 운영 시점을 10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고준위 방폐장 기본 계획에 따르면, 처분부지를 선정한 뒤 부지 내에 지하연구시설을 지어서 그러니깐 지하 500m에 지어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깐 지하 500m에서의 연구를 진행하는 거로 돼 있는데요. 실제 방폐장과 유사한 환경의 암반에서 처분 기술을 검증하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을 만들면, 2060년이 아닌 2050년에 고준위 방폐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건데요.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분 개념과 처분시설 설계 기술은 국내에서 이미 확보한 상태거든요. 앞으로 37개 관련 기술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 중 15개가 지하연구시설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라 지하연구시설을 처분 부지가 아닌 다른 데 따로 만들면, 전체 공사 기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지은 핀란드 역시 자국 내 지하연구시설을 따로 두지 않고, 암석이 비슷한 스웨덴의 지하연구시설을 이용해 연구와 기술 개발을 진행한 바 있어 핀란드에 방폐장을 지은 경험이 있거든요, 이 부분 역시 논의해야 할 사항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깐 부지를 찾는 동안에 다른 곳에서 연구라도 하자라는 말씀이시군요. 말 그대로 한시가 급한 사안인데요. 관련 논의뿐 아니라 행동까지 서둘러 진행해야겠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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