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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넓은 공간 빠르게 청정…오존 걱정도 없어

2023년 04월 17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네,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최근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적으로 대기 질이 좋지 않았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지하철 역사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공기청정기술과 달리 필터를 쓰지 않는 방식인데, 유해물질이 발생할 위험도 없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는데도 이제는 코로나보다는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지하철 같은 다중시설 미세먼지 수준 어느 정도 인가요?

[기자]
네, 다중이용시설은 여러 사람이 수시로 출입하기 때문에 공기 질을 쉽게 개선하기가 어려운데요, 가정집처럼 좁은 공간의 경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면 공기 질이 금방 좋아지는 것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특히 지하철 역사는 철로가 마모돼서 생긴 먼지까지 더해지고, 지하 특성상 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안 좋은데요, 지난해 전국 지하철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29㎍로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현재 지하철에선 공기 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상준 / 대전교통공사 시설환경처 : 2019년부터 지하 역사 공기질 개선 대책을 추진해 왔는데요, 전 역사의 공기청정기 설치, 밀폐형 승강장 안전문을 완전 밀폐형으로 개량하고, 공조기의 필터를 초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필터로 교체하는 등 다양한 시설 개선을 해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어떤 기술이죠?

[기자]
한국기계연구원이 기존의 지하철 공기청정시스템과 달리 필터를 없앤 청정 시스템을 도입해서 넓은 공간을 더 효과적으로 청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기가 필터에 막히지 않아 한번에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고 정화할 수 있는 방식인데요, 먼저 영상을 보시면 청정기 상단에 전극이 있는데요, 전극에 낮은 전류를 흘려보내 공중에 마이너스 성질을 음이온이 분사되는데요, 이 음이온이 지하철 역사 공중에 있는 초미세먼지에 붙어 초미세먼지가 마이너스 성질을 띠게 하는 겁니다. 마이너스 성질을 띤 초미세먼지는 청정기 하단의 플러스를 띤 부위로 흡입되고,결국 집진부에 포집됩니다.

나중에 이 집진부 먼지를 제거하려면 여기에 진공청소기를 대고 먼지를 흡입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오물을 버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건식 세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방법은 공중의 초미세먼지가 정전기적인 성질을 띠게 된다고 해서 '정전기 집진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앵커]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고 이해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청정 효과는 어느 정도였나요?

[기자]
연구팀은 청정기가 빨아들인 공기에서 초미세먼지가 90% 이상 줄었다면서, 청정 효과가 기존과 비슷하게 높다고 말했고요, 기존 기술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서 같은 시간 안에 1.5배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선 속도가 1.5배 빠르다는 점이 큰 효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수시로 먼지가 유입되는 공간에서는 효과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실증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한얼 / 한국기계연구원 박사후연구원 : 현재 바깥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입니다. 공조실에서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의 공기를 한번 필터링하고 다시 깨끗해진 공기를 승강장에 공급했을 때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했을 때 승강장 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에서 좋음으로 상당히 개선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자]
또 여기에 더해서 이번 시스템엔 필터와 같은 소모품이 없기 때문에 필터 교체 비용이나 인력이 필요 없습니다. 지하철 역사 한 곳 기준으로 필터 교체 비용만 매년 500만 원 이상씩 든다고 추산되는데,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필터 방식의 경우 필터 교체 주기가 다가오면서 성능이 저하됐는데 이번 기술은 미세먼지를 90% 이상 제거하는 성능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연구팀은 기존 지하철 공조기에서 필터 부위만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이번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서 설치에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우리가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도 필터 때문에 골치 아픈 경험이 많은데요. 필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점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음이온을 이용한다고 하셨는데 음이온을 이용하는 청정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자]
네, 기존에도 정전기 집진 방식의 청정 기술이 있었습니다.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유해 물질이 생성된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널리 쓰이지 않게 됐는데요, 기계에서 음이온을 분사하기 위해서 전극에 전력을 흘려보낼 때 높은 전기가 흐르면서 순간적으로 스파크가 발생하는 경우 오존이 만들어지는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오존에 호흡기나 눈이 노출되면 기침이 나고 눈이 따끔거릴 수 있고, 심할 경우 폐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세사 전극을 사용했고, 비교적 약한 전력을 사용해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학준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존 정전기 집진 방식은 아주 굵은 전극에서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오존이라고 하는 오염된 물질이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주 작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오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요.]

[앵커]
네, 설명을 들어보니깐 그런 부분도 해결이 된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 기술은 언제쯤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기자]
한국기계연구원은 국내 초미세먼지 저감 기술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전 유성온천역 등 전국 몇 군데 승강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실증 연구를 하고 있고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앞으로는 승객이 기다리는 지하철 승강장뿐 아니라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지하철이 달리는 터널 속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서 공기 질 변화를 확인해볼 계획입니다. 또 이번 기술이 지하철 역사뿐만 아니라 학교나 사무실, 건물 등 다양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대기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이러한 '청정 기술'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이번 공기청정기술이 모두의 일상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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