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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모기 죽이는 다양한 기술…완전 박멸 가능할까?

2023년 04월 24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네,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요즘 날이 따뜻해지면서 벌써부터 모기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나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지난주에는 국내에서 예년보다 무려 두 달이나 빨리 올해 첫 일본뇌염 모기가 발견됐습니다. 모기는 성가실 뿐만 아니라 질병도 옮기기 때문에 여름철 '공공의 적'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과학계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과학계가 벌이고 있는 모기와의 전쟁 기술과 함께 성과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저도 이른 모기 출현에 놀랐습니다. 이게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온화한 기후가 늘어나면서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는 건 물론 모기 활동 기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 조지타운대 연구진은 지난 120년간 말라리아 모기 서식지가 매년 4.7km씩 남쪽으로 확장됐고, 서식지의 해발 고도도 매년 6.5m씩 위로 확장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연구진은 앞으로 20세기 후반보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말라리아 발생 기간이 1.6개월 길어질 것으로, 서태평양 등에서 뎅기열 발생 기간은 4개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2080년쯤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일부도 1년의 절반 이상 모기 감염병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세계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연구를 많이 진행해 왔잖아요. 지금 어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까?

[기자]
먼저 국제원자력기구와 유엔 산하 기구 등이 개발 중인 기술이 있습니다. 수컷 모기에 방사선을 쪼여서 불임을 만들고, 자연에 풀어놓는 기술입니다. 이들 수컷이 야생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더라도 자손이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 모기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수컷 모기가 자연에 방사되긴 하지만 수컷은 피를 빨지 않거든요. 때문에 질병이 옮을 걱정은 없습니다. 연구진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마리아넬라 가르시아 알바 / 아르헨티나 국립원자력위원회 생물학자 : 불임 수컷 모기를 점차 방사하면 질병을 옮기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연구진은 지난해 쿠바에 불임 모기 만오천 마리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모기가 9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방사 이후 두 달간 해당 지역에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그러니까 모기 매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실험 규모를 더 키워서 갈라파고스 제도에 모기 10만 마리를 풀었고요, 오는 11월엔 아르헨티나에 무려 50만 마리를 방사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대규모 방사 실험을 통해서 모기 수는 물론 질병 추이와 환경 영향 등을 지켜볼 계획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자손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는 거고 그렇다면 또 다른 기술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이번 기술도 방식은 유사한데 박테리아를 이용한 기술이 있습니다. 세계 모기 프로그램이라는 비영리 재단에서 추진하는 기술인데, 수컷 모기에 볼바키아 균을 감염시켜서 불임으로 만들고, 자연에 방사하는 기술입니다. 볼바키아 균은 자연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균인데, 모기 몸속에서는 다른 바이러스가 자라지 못하도록 합니다. 때문에 균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가 많지 않아서 많이 사람을 물더라도 질병을 옮길 확률이 낮은 겁니다.

또 균이 수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거나 암컷화하거나, 암컷 모기의 생식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연구진이 인도네시아 등에 볼바키아 균 감염 모기를 방사했는데 뎅기열 발병률이 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모기 개체 수가 95%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감염 모기를 앞으로 10년간 브라질 전역에 매년 50억 마리씩 방사하기 위해서 모기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앵커]
볼바키아 균은 몸속에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 주고 또 모기 개체 수 자체도 줄여주는 고마운 균인 거 같은데요. 이밖에 또 유전자 조작 기술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영국 연구진이 만든 기업 옥시텍의 기술입니다. 이 기술 역시 피를 빨지 않는 수컷에 작용하는 기술인데요. 수컷 모기 알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서 야생에 풀어놓으면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가 태어납니다. 이 모기가 야생의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태어난 알이 암컷일 경우에는 유충 단계에서 죽어버리고, 수컷이라면 아빠처럼 유전자 조작 모기가 됩니다.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서 500만 마리를 방사하는 실증 연구가 진행됐는데요. 암컷 모기가 무려 96%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설명해주신 기술을 보면 그러니까 모기가 번식을 못 하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효과가 굉장할 거 같습니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같은 방사선 모기나 균에 감염된 모기, 유전자 조작 모기가 대거 야생에 나오게 됐을 때 생태계 영향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모기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이를 먹고사는 다른 개체군도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서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건데, 한때 이 같은 모기 방사 실험에 반대하는 주민 청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실증 지역 주민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배리 래이 / 유전자 조작 모기 실증 지역 주민 : 우리 지역을 위험에 빠뜨릴 거면, 주민들에게 희생양이 되어 달라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겁니다.]

[기자]
또 모기 서식지가 사람과 밀접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인체 유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실험해본 결과 아직은 인간에서 알레르기나 독성 등 이상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런 우려를 없애고자 하고 있는데요. 모기 방사에 찬성하는 목소리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더그 메이더 / 수의사 : 생태계나 인간에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모기 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에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만약에 생태계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면 정말 전 세계 모기가 없는 그 날이 올 거라고 보십니까?

[기자]
모기 박멸 기술이 안전성과 효과를 모두 인정받는다면, WHO나 FDA 등 국제기관 혹은 각국 승인을 거쳐서 지역 사회에서도 쓰일 수 있을 텐데요, 일단 질병을 옮기는 모기들을 없애는 데에는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모기를 박멸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기 박멸 연구들이 주로 말라리아나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특정 모기 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에는 모기가 약 2,500종이 있다고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모기만 해도 50여 종이 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하는 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해충이지만, 아직은 빨간집모기에 대해서 박멸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건 가까운 미래에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앵커]
저도 모기에 잘 물려서 여름이 오는 게 무서운데, 부작용만 없다면 모기를 없애는 방법이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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