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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포모(FOMO) 증후군

2023년 04월 25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소셜미디어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자신만 뒤처지거나 유행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 불안감과 소외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자신만 소외된다는 불안감 '포모 증후군'이 왜 생기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극복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포모 증후군 이름이 좀 생소한데 SNS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더 주목받는 개념이라고 들었습니다. 포모 증후군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죠.

[인터뷰]
포모(FOMO) 증후군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Fear of Missing Out’의 앞글자를 딴 '포모(FOMO)'와 '증상'을 뜻하는 Syndrome이 결합된 용어로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소외 불안 증후군' 또는 '고립 공포감'이라고 합니다.

포모는 처음에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었어요.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한정 수량', '매진 임박'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제품의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구매를 유도합니다. 이는 집단 흐름에서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성인 '소외 불안'을 구매 행동으로 유인하는 전략입니다.

최근엔 재테크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도 많았죠. 포모(FOMO) 증후군은 마케팅 용어로 시작해서 사회병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심리학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남들과 내가 좀 다를 때 불안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집단 흐름과 나의 흐름이 조금 다를 때 불안감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셨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인터뷰]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1단계 욕구인 생리 욕구부터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있는데요. 여기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첫 지점이 사회적 욕구인 소속 욕구입니다. 인간은 생리 욕구와 안전 욕구를 충족하면 집단을 이루고 소속되어 동료들과 교제하고 인정받고 싶은 소속과 애정 욕구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타인과 연결되지 못하면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에 취약해 지면서 불안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소속감 결여는 사회적 감정의 결여와 같아서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집단에 소속되고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앵커]
얼마 전에 벼락 거지라는 단어도 있었는데 이게 투자 광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던 그런 현상이 있었잖아요. 이런 게 포모를 이해하기 쉬운 어떤 사례 중 하나일 거 같은데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맛집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취미로 즐겁게 찾아다니는 분들도 있지만, 남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은 한겨울에도 몇 시간씩 기다려서 꼭 먹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 핫한 맛집인데 가 봤어?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유행에 뒤처지기 싫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나도 알아야 하는 마음이 본능 속에 있는데요. 나도 그 식당에서 먹어본 사람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겁니다.

또 몇 년 전 10대들 사이에서 모 브랜드 패딩이 유행했었죠. 부모 등골이 휘청할 정도로 비싼 금액 때문에 '부모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지만, 친구들은 모두 있는데 나만 없으면 소외감 느낀다는 자녀의 이야기에 금액이 부담스러워도 구매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타인의 SNS를 보면서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재밌고 멋지게 사는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도 포모의 사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저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거 같은데요. 사실 만약에 저런 분들이 모두 포모 증후군이라면 우리 모두 포모 증후군을 앓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마 아니겠죠. 포모 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 좀 내가 포모 증후군을 앓고 있나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누구나 불안한 마음 느낄 수 있죠. 정도의 차이나 상황에 따라 다를 텐데요. 포모 증후군의 증상으로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습니다.

1. 주위에서 하는 것들을 보면 나도 해야만 할 것 같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질투심과 소외감이 느껴진다.
2. 유행하는 물건은 일단 사고 본다.
3. 대화할 때 내가 모르는 주제가 나오면 불안하다.
4. 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참석해서 분위기를 따라가야 마음이 편하다.
5. 여행지에서 남들이 ‘여기 오면 꼭 봐야 한다’는 곳은 필수 코스로 정한다.
6. 핫한 장소나 음식은 반드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7. 대화에 끼려고 주변 사람들이 재밌다는 드라마를 취향과 상관없이 본다.
8. 주말이나 휴일에도 인맥 관리 때문에 SNS를 손에서 놓기 힘들다.

이 중 5개 이상을 체크 했다면, 포모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다른 사람 시선에 사로잡혀 사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데요. 소외감이나 질투심이 핵심 키워드 같습니다. 이 밖에도 중요한 특징이 있을까요?

[인터뷰]
'포모'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던 미국의 벤처 투자가인 패트릭 맥기니스는 매주 금요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하룻밤에 파티 7개를 다니다가 이 '포모'라는 표현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포모 증후군이 부각 된 결정적 계기는 SNS의 확산이죠. 현대인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SNS에 매달리는데요. 더 빨리 더 새로운 정보를 강박적으로 알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누가 어떤 정보를 공유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요즘 어떤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다니는지 습관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관찰하고 정보를 얻습니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일수록 강박적으로 SNS를 이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이렇게 포모 증후군은 반복적이고 강박적으로 염려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심리적으로 가상의 고립을 만들어서 불안해하는 것이죠.

[앵커]
말씀하신 거처럼 심리적으로 가상의 고립을 만들면 이게 불안이 불안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습니까?

[인터뷰]
네, 맞습니다. 포모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 사회불안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정서가 유발됩니다. 이 부정적 정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사회적 고립이나 소외의 정도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부채질해서 부정적 정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포모를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불만족스럽고,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특정 상황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끼쳐 정신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포모 증후군은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는 동시에 관계의 욕구가 높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소외 되기 싫은 소속감의 욕구 때문이죠. 그런데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심리적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공허함이 증폭될 때 SNS 중독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SNS 중독은 부정적 감정의 만성화, 대인관계 기피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앵커]
포모 증후군이라는 게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있는 증상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포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시죠.

[인터뷰]
첫 번째는 싱글태스킹 (single-tasking)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동시에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multi-tasking)이 사회적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지만, 생산성이 가장 높은 것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싱글태스킹 상태입니다. 두 개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면 할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고 일의 효과도 현저하게 저하됩니다. 지금 현재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싱글태스킹이 포모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중요합니다.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SNS나 기계와 나누는 대화보다 사람과 마주하고 나누는 깊은 대화가 필요해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대화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기회들을 생각해 내느라 대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면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불안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죠.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직접 대면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이 도움되는데요. '진짜 관계'를 통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느낀다면 포모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요즘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단, 그저 유행을 따라가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요. 오늘 내용을 듣고 내 이야기다. 싶으신 분들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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