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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내가 왜 그랬을까…후회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2023년 05월 02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사

[앵커]
누구나 지나간 일을 후회할 때가 있죠.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후회에만 머물지 말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 에서는 후회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정말 궁금한 주젠데요, 후회라는 게 일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나를 괴롭게 하는 감정이잖아요. 이번에는 후회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고요?

[인터뷰]
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후회가 우리의 발전을 돕는 강력한 감정이라고 제안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오늘은 ‘후회’에 대해 다시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후회 없는 삶이 좋은 삶일까? 무조건 후회를 줄여야 할까? 그렇다면 이미 후회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생각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후회를 하니까요. 심지어 커피나 점심 메뉴를 선택하고 나서도 후회하잖아요?

[앵커]
오늘도 한 3~4번 정도 후회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후회를 어떻게 하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우선 후회의 사전적 정의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 혹은 뒷날에 만나는 일' 이라고 합니다. 전인수 교수 등의 연구에서 재인용한 'Hilton and Slugoski 1986'의 심리학 논문에 따르면 후회는 선행조건이 바뀌었더라면 현실과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 "상상"하는 일종의 '멘탈 시뮬레이션' 이라고 정의를 했는데요.

실제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후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생각들이죠.

"후회할 것 같아 선택을 못 하겠어"
"과거는 절대 돌아보지 않겠어"
"자꾸 후회할 선택을 하는 내가 한심해"
이렇게 대체로 후회를 부정적으로 경험합니다. 그래서 실제 후회를 다음과 같이 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괜히 그 사람이랑 결혼했어_결혼하지 말걸.."
"괜히 일을 그만뒀어_퇴사하지 말걸.."
"괜히 헤어지자 그랬어 헤어지지 말걸...."

바로 그럴 때 곁에서 위로한답시고 그렇게 말하죠. "잊어버려~ 다 지난 일이야" 실제로 큰 도움은 안 되고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후회에 대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로 설명했는데요. 최선을 찾는 Maximizer, 즉 '극대화 자유형'은 항상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한 끼를 먹어도 최고의 식사여야 하는 거에요. 이 말은 자신의 선택이 최고가 아니었다는 증거가 발견될 때마다 후회를 하기 쉬운 겁니다.

반면에 적당히 만족하는 Satisficer '만족자 유형'은 최선의 선택을 지향합니다. 최소의 필요 조건, 즉 어느 정도 자신이 가진 기준과 조건에 맞다면, 더이상 다른 것을 고민하지 않는 유형이에요. 최선의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앵커]
후회를 느끼는 사람의 유형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설명을 듣다 보면 후회라는 감정이 자꾸 기억이 나면서 부정적인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후회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후회하면 이런 사자성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후회막급(後悔莫及)”, 다시 말해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가 말하듯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후회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문화적인 맥락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특히 우리 한국의 문화적 맥락이 후회에 대해 오해와 부정적인 시각을 강화합니다.

세 가지 사례를 보자면 첫째, “긍정적인 게 최고야” 이런 말 많이 듣지 않나요? 사람이 긍정적이어야지. 그런 말을 듣고 살다 보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건데요. 많은 경우 후회를 하다 보면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더 대처가 어려워지는 것과도 연관이 되지요.

둘째, “과거는 보지 마!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강한 멘탈의 소유자야!?” 대표적으로 후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데 기여 하는 말인데요. 후회를 쓸모없는 것으로 보면서 “후회하지 않음”을 우월한 가치로 보게 만듭니다. 그런데 후회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고, 과거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후회하지 말자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 “정답이 있어! 한 번 선택이 평생 간다!”이런 말도 참 많이 듣죠. 특히 결혼이나 직업/직장처럼 중대한 선택을 할 때 정답이 있을 것처럼 생각해서 더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실제 삶에서 늘 정답만 택해왔다 하더라도, 정답이 아닌 것을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을 피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후회를 하게 되죠. 마치 정답을 놓친 것만 같아서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럴 때 심리적으로 여파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차피 후회나 잘못된 선택을 피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이라면 후회를 막으려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는 후회에 대처할 줄 아는 지혜를 확보하는 것이 나에게 이로울 테니까요.

[앵커]
그렇다면 후회를 다른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실제로 후회가 가치 있다고 보는 다양한 논의들이 있어 왔어요. 우선 톨스토이는 후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에 대해 중요하고도 가장 본질적인 구분은 후회하는 인간과 후회하지 않는 인간이다. "또한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후회한다고 이미 늦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좌절하는 사람에게 톨스토이의 명언은 위로가 되어주고요. 실질적으로 심리학을 포함해서 철학, 문학 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후회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지난 일을 분석해서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혜롭기에 오히려 후회를 활용하자는 접근입니다. 하병학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후회를 회피하는 사람은 그 불편한 사건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일이 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후회는 자신의 과오와 관련된 일,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회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에 직면할 필요가 있어요. 결과를 떠나서 내가 한 일이니까요.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했던 일에 대해 복기하면서, 그 과정이 주는 의미에 대해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 또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지나간 사건에 대해 솔직할수록 나를 객관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더 건강해지는 길이죠.

[앵커]
후회를 회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찾아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후회를 좀 더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내가 그랬더라면..."라고 후회할 때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내가 그러길 바라는구나. 그런데 그땐 그랬었구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구나. 그래도 이것만은 남았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순 없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거죠. ‘괜히 일을 그만뒀어’라고 후회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겁니다.‘내가 그 일을 계속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구나. 그런데 그땐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 너무 지쳐버렸었거든. 그래도 좀 쉬니까 이젠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회복됐네. 건강은 남겼어. 그렇다면 난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떤 회사에서 하면 좋을까?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지만, 지나간 일에 대한 나의 해석, 그리고 앞으로의 대처는 바꿀 수 있으니까요.

후회를 통해 내가 더 바라는 방향을 인식했다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의 행동이 시작된다면, 다음에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원리입니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는 모두 나이기에, 그 모든 나를 조금 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을 키워나갈 때 후회에 대해 보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내가 되어가는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지혜롭게 후회하는 방법 같은 프로세스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앞에서 설명 드린 예시를 프로세스 측면으로 정리해볼게요. 후회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4step 생각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step1) 경험: 먼저 삶의 여정에서 어떤 사건을 경험합니다.

step2) 결과: 경험한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정서적 요소들을 잘 관리하고요.

step3) 분석: 실패했다면, 그 근본원인을 탐색합니다. 이 단계가 참 중요한데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정서관리 이후 분석단계로 가야 합니다.

step4) 반영: 분석한 결과를 현재에 반영하여 계획을 수정하여 "미래 준비적 기능"을 발휘합니다.

후회한다는 것이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앞을 더 보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의미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미 벌어진 사건 속의 “자기”를 마주하고, 더 지혜로운 나로 성장하기 위해 제안 드리는 후회의 활용법입니다. 후회의 분석적 프로세스인데요. 아래의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각해보고 글로도 써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후회의 활용법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으로 와 닿는데요, 저도 그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후회를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후회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인터뷰]
많은 학자들은 "후회를 다루는 첫 단계는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고통스럽더라도 드러내놓고 마주하다 보면 보다 건설적으로 그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제안합니다. 중요한 건 고통스러운 ‘정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인 ‘분석’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후회를 분석적으로 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후회를 “회고”의 기능으로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아마 앞으로도 우리 인생에 수많은 후회가 있겠지만 그 후회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후회이길 바라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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