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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증상과 회복·치료법

2023년 05월 22일 오전 09:00
■ 석정호 /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앵커]
엄청난 정신적 충격은 시간이 지나도 많은 고통을 주죠. 그래서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적극적이고 슬기로운 치료가 중요한데요.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즉 트라우마의 증상과 치료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PTSD' 정말 익숙한 단어가 됐는데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충격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을 때, 사건 당시의 충격 반응이 반복해서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1980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이 진단을 정신질환 진단분류 목록에 포함 시킴으로써 공식적인 진단명이 되었는데요.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전쟁현장에서 복귀한 후에 보였던 다양한 정신건강의 문제들을 평가하고 치료하게 되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진단법과 치료법들이 연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외상 적 사건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반응과 신체적인 반응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앵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랑 비슷한 개념인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PTSD에서의 외상은 트라우마랑 같은 말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적 외상을 외상이라고 부르고 심리적인 외상은 트라우마로 부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 외상의 의미로 말하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앵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증상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크게 심리적 반응과 신체적 반응, 그리고 행동적 특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반응에는 공포감과 불안, 초조, 우울감, 감정조절의 어려움, 악몽과 불면증,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사건에 대한 기억 등이 있고 신체적인 반응에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쉽게 깜짝 놀라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배가 아픈 증상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행동적으로는 사건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장소나 상황에 다시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회피하는 행동이 특징적이고 술이나 담배를 사용하는 양이 늘어나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증상이 사건을 경험한 후 바로 나타나게 될까요?

[인터뷰]
일반적으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혹은 수개월 내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사건 직후에는 너무 경황이 없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사건이 발생한 뒤 6개월 혹은 수 년이 지난 뒤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은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인, DSM-5 에서는 사건 발생 후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대하여 지연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앵커]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 하면 어떻게 악화할 수 있나요?

[인터뷰]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방치하다 보면 사건을 회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마주치게 될 때 의식을 잃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등 현실 감각을 일시적으로 상실하는 해리 상태에 빠지거나 회피반응이 더욱 심해지고 감정 기복, 분노조절의 어려움, 대인관계의 위축 등 다양한 증상이 악화되면서 당사자 및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과 지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면 앞서 언급한 심리적인 증상이나 신체적인 증상들을 약하게 하루 이틀 경험하는 것은 모든 분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를 병으로 진단하지는 않고요. 적어도 3일 이상 일상생활에 뚜렷한 지장이 발생할 정도로 뚜렷이 나타난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가 필요할지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통해 이러한 증상들이 한 달 이내에 가라앉을 경우 급성스트레스장애로 진단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비해 후유증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달 이상 증상들이 지속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하게 되는데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후유증도 오래갈 수 있습니다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덜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심해져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같이 발현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들은 우울 증상이나 공황장애 증상을 흔하게 동반합니다. 이 밖에도 알코올사용장애나 수면제 남용, 분노조절 및 충동조절의 어려움 등 다양한 정신건강문제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필요합니다.

[앵커]
큰 충격을 받았다면 그것의 스트레스를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인터뷰]
우선 약물치료를 통해 과도하게 예민 해져있는 뇌 기능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트라우마로 인해 정서적 불안이 매우 높은 시기에 숙면을 취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돕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없는 치료약물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호흡 이완법, 근육 이완훈련, 착지법, 명상훈련 등을 통해 과민 해져있는 뇌의 각성도를 낮추고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비약물적 치료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특정한 트라우마 장면이나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마음의 고통이 심한 분들은 특수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외상을 경험한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외상기억을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서 트라우마 기억에 초점을 맞춘 노출 치료, 인지 처리치료, 쓰기 치료 등을 통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는데요. 이 치료법은 체계적인 치료법의 절차와 효과가 검증되어있는 치료법에 대하여 추가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에게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약물치료 방법까지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본인이나 가족 또는 주변인들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트라우마 경험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이나 가족, 주변인 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 재난, 범죄 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받을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들은 자신이 보이는 초기의 심리적, 신체적 반응을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격적 사건 이후에는 마음과 몸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본인이나 가족이 받아들이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과 수면, 영양섭취를 하면서 규칙적인 활동과 휴식을 병행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면서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고통을 나누고 기분이 전환될 수 있는 활동을 함께 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말씀을 듣다 보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때 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던 일이 떠오르는데요, 충격의 대상인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게 힘들고 거부반응이 나올 때는 치료를 일단 미루는 것이 좋은 걸까요?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충격 초기에는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치료법은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부터 기억을 떠올려라, 얘기 해봐라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치료는 일찍 받는 것이 좋은데, 트라우마 기억에 대하여 다시 떠올리고 마음을 다시 추스르는 치료는 1차 안정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 전문가와 상의하여 치료를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앵커]
오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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