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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중이온 가속기 '라온' 시운전 성공…코리아늄 나올까?

2023년 06월 05일 오전 09:00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나요?

[기자]
지난달 누리호 발사 소식에 이어 과학계에 또 한 번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큰 기초 과학 프로젝트,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전 구간 시운전에 성공한 겁니다. 라온은 세상에 없는 신물질을 만들 수 있어서, 암 치료나 초전도 현상과 같은 현대 기술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꿈의 장비로도 불립니다. 라온이 어떤 성과를 낸 건지, 앞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다뤄보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먼저 중이온 가속기가 어떤 장치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먼저 가속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를 빛의 속도 수준까지 가속하는 장치인데요, 가속하는 대상에 따라서 전자를 가속하는 방사광 가속기, 양성자를 가속하는 양성자 가속기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중이온가속기는 전자나 양성자보다도 수십, 수십만 배 더 무거운, 아르곤이나 산소 이온 등 '중이온'을 빛의 속도 수준으로 가속하는 장비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입자를 빠르게 충돌시키면 입자가 부서지기도 하고요, 다른 입자와 합쳐져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일본에선 2004년에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데 성공해 니호늄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코리아늄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새로운 물질이 전기저항 없는 신물질일 수도 있고, 핵연료 폐기물을 처리할 열쇠가 될 수도 있고, 암을 고치는 새로운 입자일 가능성도 있어서 과학자들은 가속기의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5건 중 한 건꼴로 이 같은 가속기 관련 연구에 주어졌을 정도입니다.

[앵커]
과학계서 큰 주목을 받는, 꿈의 장비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은 이번에 어떤 성과를 낸 건가요?

[기자]
지난달 23일 라온이 아르곤 이온을 모든 가속 관에 통과시켜서 빛의 수준으로 빠르게 가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라온에는 124개 가속관이 있는데, 일렬로 늘어뜨린다면 길이가 120m 정도이거든요, 입자가 가속관 시작 부분으로 들어가면 가속관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입자에 속도가 붙습니다. 결국, 가속관 맨 끝에선 광속에 비견할 만큼 빨라지게 되는데요, 라온은 지난해 하반기 아르곤을 앞쪽 가속관 22개에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고요, 이번엔 아르곤을 124기 모두에 통과시켜 가속관 끝에서 인출 한 겁니다. 가속관 끝에 도달한 중이온의 정보를 측정해 에너지와 전류량 등을 분석해봤더니 모든 목표치가 달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출된 입자의 속도가 무려 빛 속도의 19%에 달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선 속관 작동은 물론이고, 입자를 가속관에 넣어주는 가속관, 장비를 차갑게 유지하는 냉각 장치 등 모든 첨단 장비가 동시에 잘 작동해야 합니다. 연구진에게 직접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연세 / IBS 가속기운영부장 : 초전도 가속기는 영하 270도 근방까지 가는 극저온 시스템이 있거든요. 극저온 시스템도 꼭 필요하고 그다음 각종 고주파 시스템들이 있습니다. 모든 걸 가속하려면 전기장을 걸어 줘야 되기 때문에 고주파 시스템, 그다음 빔을 처음에 입사해줘야 되니까 입사는 0.5MeV짜리가 들어갑니다. 한 시스템으로 다 묶여서 하나의 제어 시스템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했다는 걸 말해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고요.]

[앵커]
모든 장비가 정확하게 작동했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라온이 꿈의 물질이나, 코리아늄과 같은 새로운 물질을 언제쯤 생성하는 건가?

[기자]
연구진은 장비 최적화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시운전에서 아르곤 빔이 124개 가속관 모두를 통과하긴 했지만, 중간에 위치한 가속관 10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가속관까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인출되는 입자 속도를 더 높이거나 가속기 가동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고,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이 외에도 국내외 연구 제안서 선정 기준 등을 마련해서 과학자들의 연구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정도면 과학자들이 라온을 활용해 하고 싶은 연구를 제안하고 라온을 이용해 실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하루 빨리 제대로 활용 됐으면 좋겠는데요, 사실 라온 가속기 사업은 구축 단계부터 지금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라온 구축 사업은 지난 2011년 시작돼서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2013년, 15년, 19년, 21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완공 시기가 늦춰졌습니다. 특히 2021년 사업계획 변경 때는 라온 '전 구간 구축'에서 '단계별 구축'으로 방향을 다시 잡는 일이 있었는데요, 가속기의 저에너지 구간을 1단계, 고에너지 구간을 2단계로 나눈 겁니다.

이번 성과는 1단계에 해당하는 저에너지 구간으로 빛의 속도의 5분의 1에 달하는 빔을 인출 하는 사업이고요, 빛의 속도의 절반까지 가속하는 고에너지 구간, 2단계 사업은 구축에 앞서 설계 등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앵커]
1단계는 성과를 냈고 그렇다면 2단계, 고에너지 구간은 어떻게 작동하는 거고, 구축 사업은 언제쯤 추진될까요?

[기자]
고에너지 구간은 이미 지어진 저에너지 구간의 끝 부분에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축되는데요, 저에너지 끝에서 광속의 5분의 1 수준으로 빨라진 입자가 인출되면, 이걸 그대로 받아서 더 높은 에너지로 가속해 광속의 절반까지 빠르게 만드는 겁니다.

고에너지 구간을 짓기 위한 선행 연구·개발이 지난해부터 진행됐고요, 2025년까지 완료될 예정입니다. 연구팀은 이미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고요, 남은 건 가속기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을 확충하고, 가속기 제작공정을 최적화하는 단계 등입니다. 이 같은 선행 연구·개발 성과와 적정성 재검토 결과에 따라서 2단계 사업이 추진될 예정인데요, 아직 2단계 사업 시작 시점이나 소요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축 기간 자체는 1단계를 구축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적게 걸릴 것이라고 연구진들은 보고 있습니다.

[앵커]
2단계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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