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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아름다운 시대에 살았던 에드가 드가…생애와 대표작

2023년 06월 09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벨 에포크'란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 라는 뜻으로 19세기 말 무렵인데요, 바로 이 시절에 살았던 화가이자 조각가인 '에드가 드가'는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로 주로 경주마와 발레리나를 작품 소재로 삼았습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 에서는 에드가 드가의 생애와 대표작 그리고 회화표현 기법인 '데셍'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에드가 드가, 어떤 작가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인터뷰]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인 에드가 드가는 1834년 파리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드가는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고요, 부모님의 권유로 법학을 전공했다가 중퇴하고 1855년, 앵그르와의 만남 등을 계기로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게 됩니다. 프랑스 유수의 미술관들을 열심히 다니면서 영감을 얻고요,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꾸준히 명작들을 접했다고 합니다.

특히 로마에서 고전 미술을 연구하던 시절에 ‘나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드가는 1865년에 살롱 전시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는데요. 이후에 인상파 전시에도 일곱 차례나 참여하면서 인상주의와도 크게 교류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상주의 사조와는 거리를 두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걷습니다. 드가는 굉장히 뛰어난 데생 실력을 자랑했는데요. 특히 발레리나 등 무용수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앵커]
드가가 활동했던 시기의 프랑스는 굉장히 풍요로운 시기였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그 시기를 ‘벨 에포크’ 시대라고도 하는데요. 여러 영화나 문학작품에도 배경을 자주 등장합니다. 많이 아시는 영화죠, 프랑스의 낭만적인 모습을 잘 담아낸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벨 에포크’ 시기에 대해 다루기도 합니다.

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대’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인데요. 대략 유럽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그러니까 1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시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때는 프랑스의 정치적인 격동기가 끝나고, 또 산업혁명도 거친 후라 무척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기였는데요.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히 미술 쪽에서는 에드가 드가 외에도 모네, 마네, 고흐, 고갱, 로댕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이 시기에 활동했고요. 그 외에도 헤밍웨이와 거트루드 슈타인, 드뷔시, 푸치니 등 문학과 음악 등에서도 그야말로 각 분야의 대가들이 이 시기에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앵커]
한 명, 한 명의 모든 이름이 익숙할 정도로 정말 굉장히 풍요로운 시대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드가는 벨 에포크의 아름다운 모습 보다는 어두운 그늘에 주목했다면서요.

[인터뷰]
네, 언제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어두운 법이죠. 그 대단한 벨 에포크 시대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었는데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등을 거치면 식민지나 사회적인 불평등, 빈부 격차 문제 등이 극심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앞서 드가의 작품 주요 소재가 발레리나 등 무용수의 모습이었다고 했는데요. 드가는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무용수의 모습보다는 당시 노동 계급 출신의 무용수에 주목하며, 무대 뒤의 현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당시에 발레 공연장에는 돈이 많은 남성들이 많이 방문했는데요, 공연 관람보다는 발레리나를 사적으로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이 시대 파리에서 성행하던 성매매라든가 어두운 이면을 드가는 작품을 통해 기록했고요. 때문에 드가의 작품에서는 무대 뒤의 고단해 보이는 무용수의 모습이나, 나이가 많고 권력을 가진 듯한 중년 남성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게 아름답던 시대에도 그늘은 있었군요. 드가가 앵그르의 제자였다고 하는데, 앵그르, 많이 들어본 것 같거든요, 앵그르가 어떤 작가였는지 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먼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는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데요. 특히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이나 '터키탕' 등의 여성 누드화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천재적인 데생 실력으로도 유명합니다.

드가의 인생에서 앵그르와의 만남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데요. 드가는 평생 동안 앵그르를 존경하기도 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앵그르의 작품 '목욕하는 여인'을 소장하고 있는 소장자를 만나서 작품을 세세하게 살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드가가 앵그르의 제자인 루이 라모트에게 가르침을 받았었는데, 이후에 앵그르와 직접 만나 배우기도 하면서 큰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앵그르는 드가에게 "기억에 의해서이건, 자연에 의해서이건, 최대한 많은 선을 그려라"라는 조언을 했다고 알려졌고요. 드가는 이 말을 새기고 평생 동안 유념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앵커]
데생이란 말은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이 들어봤던 말인데 데생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데생은 회화의 표현 방식으로 ‘소묘’라고도 부르는데요. 프랑스어로 '데시네' 즉 그린다 라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연필이나 콩테, 목탄, 파스텔 등을 이용해 주로 선으로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요. 눈에 보이는 대상이나 심상을 선으로 표현하면서 채색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간단하게 색을 입히고 선에 중점을 두는 표현 기법입니다.

드가는 굉장히 뛰어난 데생 화가로 알려졌고요. 데생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데생이란 형태가 아니라 사물의 형상이다' 누가 물으면 데생을 사랑한다고 할 정도로 즐겼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존경하던 앵그르의 조언이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에드가 드가의 대표작도 알아봐야겠죠?

[인터뷰]
드가의 많은 발레리나 작품 중 '스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별이라고도 불리 우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그림일 겁니다. 무대 위에서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은 채로 우아하게 인사하는듯한 발레리나의 모습인데요. 새하얀 복장에 꽃 장식도 되어있는데, 머리 위에도 화려한 꽃 왕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큰 역할의 무용수처럼 보입니다. 얼굴에서 보이는 표정과 환하게 비추는 조명에서 성취감, 승리감이 느껴지는데요.

이번에는 무용수의 뒷배경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누군가가 무용수의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커튼 뒤에 가려진 걸 보니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시대 때는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이 아닌, 다른 사적인 목적으로 방문하는 후원자이자 남성들이 많았다고 앞서 이야기했는데요. 드가가 그런 현실을 주로 작품에 담았기 때문에, 이 무용수 뒤에 서 있는 남성 또한 무용수의 후원자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장면은 아니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앵커]
설명을 듣고 보니깐 그림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드가가 평면 작품뿐만 아니라 조각도 했다고요?

[인터뷰]
네, 드가가 주 소재로 삼았던 무용수를 조각 작품으로도 남겼습니다. '14살의 작은 댄서'라는 작품인데요. 188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마리 반 괴테’라는 소녀를 실제 모델로 했고요, 1881년에 인상파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입니다. 이때 드가가 조각을 독학하면서 수많은 와이어 뼈대와 밀랍 모형을 만들었거든요. 그중 하나가 이 작품입니다. 슬프게도 이 조각의 모델인 마리 역시 금전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하는데요. 작품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 한 신문에 ‘마리 반 괴테가 돈 700프랑을 훔쳐 감옥에 갔다’는 기사가 실리게 됩니다. 이처럼 드가의 작품에는 당시 프랑스 벨 에포크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노동자 계급의 일상 면면이 담겨있습니다.

[앵커]
그저 아름다운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화려했던 시대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잘 나타낸 화가가 아니 였나 싶습니다. 에드가 드가가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 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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