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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임박…정말 안전한가?

2023년 06월 12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나요?

[기자]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임박하면서 연일 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양은 물론이고 수산물 오염을 이유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지만, 일본의 방류 계획에 문제없다면서 괴담을 선동하지 마라. 이런 이야기도 나오면서 양쪽 이야기가 계속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학과 정치가 뒤엉킨 사안인 만큼 무엇이 진실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데요. 그래서 오늘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앵커]
가장 먼저 오염수의 안전성이 중요할 텐데 오염수를 정말 마실 수 있는 수준이냐 없느냐로 번졌는데, 우선 원자력연구원이 초청했던 영국 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10ℓ라도 마시겠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달 15일 영국 옥스퍼드대 웨이드 앨리슨 명예교수가 원자력 연구원이 초청한 간담회에 참석해서 "지금이라도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1ℓ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말했고, 며칠 뒤에는 그 양을 더 늘려서 10ℓ도 마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염수를 마시더라도 방사선 수치 자체는 자연 대비 80% 정도만 올라가며, 물과 함께 마신 삼중수소는 12~14일이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괜찮다 이렇게 밝힌 겁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60개가 넘는 방사성 핵종이 고농도로 녹아 있고, 다핵 종 제거설비인 알프스를 처리한 뒤에도 방사능 수치가 리터당 62만 베크렐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닷물에 다시 희석해서 방류하겠다는 건데요. 이 알프스를 처리한 뒤에도 사실 고농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먹는 물에 기준이 있습니다. WHO가 정한 먹는 물 권고기준이 있는데 이때 먹는 물의 삼중수소의 농도는 1만 베크렐입니다. 여기에 60배가 넘는 수준이 처리 된 오염수에 있는 거죠.

물론 앨리슨 교수의 말대로 당장 1ℓ를 마신다고 지금 당장 탈이 나거나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먹어도 된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과학적으로 잘못된 내용이거든요. 결국, 앨리슨 교수를 초청했던 원자력연구원 역시 앨리슨 교수의 말은 자신들의 입장이 아니며, 희석 전 오염수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보름 정도 지나고 나서야 내놨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앨리슨 교수에 이어서 얼마 전 충북대 약대 교수가 "처리된 오염수를 가져오면 바로 마실 수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것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글을 올린 사람을 우선 살펴보면 충북대 약대 박일영 교수입니다.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방사성의약품을 공부하고 또 강의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이 글을 올렸는데 이 글 제목이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 농도로 희석해 마시겠다"입니다. 그러니까 바닷물에 희석한 농도로는 마실 수 있다는 뜻이겠죠. 제목도 좀 자극적이었어요. 글을 쓴 이유도 밝혔는데요. "방류를 막을 실질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과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가 국민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가 올린 글의 내용은 총 A4 8장 분량으로, 자연 방사선과 방사선 허용 기준 등을 언급한 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선량, 그리고 이 물을 마시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여러 가지 참고문헌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적은 글이었습니다. 박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면 일본이 자신들이 계획한 대로, 희석한 오염수를 내놓는다면 그 농도는 1리터의 1,500베크렐로, 이 물을 마신 뒤 내 몸에 방사선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실효 선량이 있는데, 이 실효 선량을 계산해보면 0.000027밀리시버트 입니다. 그러니까 이거는 숫자로 보면 굉장히 적은 걸 알 수 있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양으로 다시 환산을 해보면요. 우리가 바나나 한 개를 먹을 때도 어느 정도 방사선에 피폭되는데, 이때의 실효선량의 약 1/4 수준이다. 라고 계산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희석된 오염수는 마셔도 안전하다는 이런 주장을 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두 전문가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까 궁금해지는데요. 정말로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은 건가요?

[기자]
앞서 박 교수의 주장대로 삼중수소 만으로만 따진다면, 그 정도 양을 마신다고 당장 탈이 나지는 않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물론 이것도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분명히 좋지 않고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농도만 가지고 인체에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일본이 방류하고자 하는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이외에도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방사선 물질이 녹아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일본의 말대로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핵종들이 모두 제거됐는지 현재로썬 사실 객관적인 정보가 없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저 일본이 공개한 자료로, 방류 전의 자료로 이게 가짜인지 진짜인지, 뭐 조작이 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공된 정보로만 우리가 알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어디까지나 일본이 주장한 대로 혹은 계획한 대로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서 전문가들도 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확인이 됐다. 이렇게 볼 수는 없는 겁니다.

원래 모든 과학적 연구라고 하면 연구 노트나 소스코드 공개, 원데이터 공유 등을 통해서 교차 검증을 꼭 항상 거쳐야 합니다. 동료 평가라고 하는 것도 있는 거고요. 그렇게 과학적 신뢰성을 쌓아가야 하지만, 이번 오염수에 관한 일본의 행동들은 사실상 과학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네, 지금 오염수 배출 중에 가장 관심을 받고있는 삼중수소가 일본 이외에 우리나라와 중국도 배출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건 무슨 뜻인가요?

[기자]
정상 가동하고 있는 원전에서도 원전 지하수를 포함해서 원전 가동 중 생길 수 있는 액체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이 액체폐기물에는 어떨 때는 삼중수소만 있고 어떨 때는 다른 핵종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이 원전 사업자들은 알프스는 아니지만, 알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핵종들을 제거한 뒤 액체폐기물에서 삼중수소만 99% 이상 남은 상태로 해양 배출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가동하는 국가라면 불가피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국제기준에 맞춰서 각국이 정한 배출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서 해양방류를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의 삼중수소 배출 총량을 살펴보면요. 중국이 1천54T㏃, 미국 1천714, 캐나다 1천831, 우리나라가 214T㏃입니다. 이 테라가 1조를 뜻합니다. 일본은 175T㏃인데, 이번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연간 22T㏃이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삼중수소의 해양 배출과 관련해서 절대적 양은 결국 원전 가동 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고요. 그러므로 단순히 삼중수소량을 얼마나 많이 해양으로 배출하느냐 이거는 일본의 상황과 다른 나라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건 사실 본질에 벗어난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로 인해 원자로 건물이 파괴됐고, 그로 인해 아주 고농도의 여러 종의 방사성 물질이 녹아들었다는 점을 우선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만약 기준을 맞춰서 해양 방류하는 게 안전하다면,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땐 어떻게 된다는 건가요?

[기자]
삼중수소 자체가 무조건 안전하다 이것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삼중수소는 베타 방사성 핵종이기 때문에 외부 피폭 없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만 피폭이 일어날 수 있는데 생물에 축적되거나 농축되지 않은 것으로 현재 알려졌습니다. 또한, 체내에 들어와도 신진대사를 통해 12일 정도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삼중수소수가 체내에는 전혀 영향을 안 미칠 것 같죠. 하지만 일부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유기물로 치환될 가능성 있습니다. 그렇게 됐을 경우에는 DNA 파괴와 같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위험성을 판단할 기준조차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앞서 외부 피폭이 아닌 내부 피폭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투과력이 약한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세포 조직이나 장기 내부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부 피폭이 집중적으로 오랫동안 일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아주 오랫동안 체내에 들어왔을 때의 환경 영향 평가가 아직까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렇게 보시면 되고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위험성 자체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은 모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 박 교수가 희석된 오염수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실 방류를 막을 대안도 없다. 이렇게 전제를 했잖아요. 정말 일본의 해양 방류를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걸까요?

[기자]
오염수를 정화해서 방류한다고 해도 사실 전 세계 해양 환경에 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전 세계 167개국이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국가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 게 국가적 의무이다. 이렇게 적혀있고요. 또한, 국경을 초월한 심각한 피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예방조치가 필요합니다.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도 나와 있는데요. 그런데 일본은 포괄적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이보다 평가 내용이나 평가범위가 적은 방사선영향평가로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국제법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이번 한 건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또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중국은 세계 3위 원전 가동국으로 원전을 많이 가동하고 있고, 대부분 원전이 동부 연안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쪽에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만약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일본과 달리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선례를 잘못 남기면, 이후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국제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국제적으로 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원전 폭발 사고로 만들어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방류 전인 지금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라 일본이 계획대로, 오염수 처리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는 30년 동안 이뤄지는 장기적인 일입니다. 이 30년 동안 알프스 성능에 문제가 없을지, 희석과 방류 과정에서 또 다른 사고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은 지금도 알프스 처리 전후 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샘플 채취 과정에서 탱크의 물을 섞지 않아서 깨끗한 위쪽 물만 떴다는 도쿄전력의 발언이 나왔을 정도로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과정이 여전히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주는 자료를 우리가 수동적으로만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일본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검사하거나 의견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앵커]
네, 국제적인 철저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아주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이 되어야겠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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