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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목재로 만든 고흡수성 소재…흡수성 높고 2~3년 안에 썩는다

2023년 06월 19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나요?

[기자]
기저귀나 생리대는 물론 아이스팩 등에 들어가는 물질이 있는데 이게 바로 고흡수성 수지라고 부릅니다.

이게 석유화학 기반 소재이기 때문에 폐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그동안 있어 왔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목재를 이용해 흡수력은 높이면서도 토양에서 썩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고 해서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기저귀가 늘 뽀송뽀송할 수 있는 이유가 고흡수성 수지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게 어떤 물질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기저귀나 생리대 성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흡수력인데요.

이 흡수력을 결정짓는 게 고흡수성 수지입니다.

석유에서 정제한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백색 가루 형태의 화학물질인데요.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3차원 그물구조를 가지며 물을 좋아하는 고분자로, 물에 녹지 않은 채 많은 물을 흡수하는 물질입니다.

1974년 미국에서 옥수수 녹말을 연구하다가 개발됐다고 합니다.

고흡수성 수지는 물을 흡수한 뒤에도 녹지 않고 200배 이상 늘어나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그러니까 빠르게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면서 겔 형태로 바뀌고 이때 물을 새어 나오지 않게 머금고 있고 모양만 부풀어진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거든요.

사용 후 기저귀를 눌러 보면 젤리처럼 물컹한 느낌이 드는 게 있는데 이게 바로 고흡수성 수지가 물을 머금고 있는 겔로 바뀐 형태입니다. 대부분 기저귀나 생리대의 흡수체는 펄프에 고흡수성 수지를 섞어서 만드는데요. 비율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서 성능이 바뀌기 때문에 여기에 각 기업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고흡수성 수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용액 투과도가 다르고, 얇기, 통풍 이런 여러 가지 성능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앵커]
고흡수성 수지가 기저귀 말고도 아이스팩에도 들어간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고흡수성 수지는 물을 흡수한 뒤에는 겔 형태로 바뀌는데요.

이 상태로 얼리면 얼음보다 냉기 지속 효과가 2~3배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이 들어있는 게 아닌 물컹한 아이스팩은 비닐 속에 물과 고흡수성 수지를 섞은 뒤 얼린 상태인 거죠.

아이스팩은 오랫동안 신선식품 보관에 많이 사용됐는데, 지난 몇 년 사이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이 늘어나면서 사용량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100% 물을 사용하거나 물과 전분, 소금 등을 배합한 친환경 아이스팩도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스팩 10개 중 4개는 고흡수성 수지가 들어간 아이스팩이라고 합니다.

[앵커]
아주 활용도가 높은 물질인데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바로 처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물로 된 아이스팩을 제외하면 아이스팩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 일반쓰레기로 버리시는 분들도 많지만, 예전엔 다들 싱크대나 하수구에 그냥 버렸거든요.

실제로 지난 2019년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의 15%는 아이스팩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린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젤 아이스팩에 들어있는 고흡수성 수지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입니다.

물에 녹지 않는 겔 형태이기 때문에 하수구를 막히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고, 물과 뒤섞이면 미세플라스틱이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아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환경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으로써는 일반쓰레기로 그냥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것도 환경엔 걱정이 되거든요.

[기자]
현재로썬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것도 사실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기저귀 생리대는 물론이고 젤 아이스팩의 경우에는 일반쓰레기 그러니까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되어있죠.

종량제봉투에 버리게 된다면 땅에 매립이 되거나 소각장에서 태워지거나 둘 중의 하나로 처리를 하게 됩니다.

물이나 액체 머금은 고흡수성 수지는 겔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불에 잘 타지 않습니다.

또, 미세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태울 때 고온이 필요하고, 유해가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만약 매립이 된다면 미세플라스틱이 썩지 않는 물질이잖아요? 그래서 자연분해 되려면 100년~500년 이상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래서 국내 연구진이 잘 썩고 흡수성까지 높은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는 건데, 어떤 건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산림과학원 연구진이 개발한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인데요.

연구진은 국내 토종 수종인 상수리나무로 만든 펄프 용액에 물을 많이 빨아들이도록 미세 구멍을 여러 개 내는 화학적 처리를 했습니다.

그 뒤 이 펄프용액을 키토산에 떨궈 캡슐화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는 물을 흡수한 뒤에도 입자 모양이 유지돼 고흡수성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기존 고흡수성 수지와 개발한 친환경 소재에 각각 인공 소변을 넣고 흡수력 실험을 해봤는데요.

눈으로 봐도 흡수력이 확연히 차이가 나죠. 같은 시간 같은 양의 물을 넣고 해 본 거거든요. 실제로 실험 결과 개발한 소재는 1g당 최대 800g 이상의 물을 흡수했는데, 기존 상용제품보다 흡수력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개발한 친환경 소재는 99% 이상이 천연재료로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의 퇴비화 시설 없이도 2~3년이 지나면 휴지나 종이처럼 토양에서 생분해되는 장점도 가졌습니다.

[앵커]
성능도 좋고, 폐기도 가능하니까 기존 물질의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했다.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기자]
개발한 기술 자체가 흡수력도 좋고, 땅에서도 썩고 하니까 바로 상용화가 되면 좋고. 실제로 그런 성능들 때문에 현재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초기 단계 수준이라 바로 상용화된다고 보긴 어려운데요.

상용화 이전에 기술이전을 하려면 두 개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우선 대량화입니다.

지금은 연구실 수준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소량만 만들 수 있거든요.

이를 대량으로 만들려면 성능이 유지되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일종의 레시피, 그러니까 최적의 조건과 조합을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인데요.

소재의 99%를 천연재료를 사용했는데, 이러다 보니 단가가 많이 비싼 게 단점이거든요.

연구진은 소재의 캡슐화 과정에 사용하는 키토산 용액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후속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앵커]
네, 친환경적이고, 성능도 좋다니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하루빨리 상용화가 되길 바랍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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