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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버리는 옥수수 속대…항공유·대형차 연료로 변신한다

2023년 06월 22일 오전 09:00
■ 민경선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앵커]
바이오 항공유는 2070년까지 전체 항공유 중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탄소 절감과 온실가스 저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농업폐기물인 옥수수 속대를 활용해 친환경 항공기 연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민경선 박사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발하신 옥수수 속대 연료 공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기 전에 일단 '바이오 항공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인터뷰]
네 바이오 항공유란 지속가능 항공유라고도 불리며 바이오매스, 식물성 유지 등을 활용해 만드는 대체 항공유로 원료 공급부터 소비까지 전체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이 기존 석유 기반 항공유에 비해 최대 80% 감축될 수 있는 친환경 항공유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는 항공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2.8%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공유의 특성상 에너지밀도가 높은 연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이 수치를 크게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가 전기차나 수소차 등 저탄소 자동차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어 소형 수송 부분에서는 저탄소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 대체되고 있지만, 대형차, 선박, 항공 분야에서는 저탄소 기술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수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탈 탄소 분야는 항공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에너지는 성장 과정에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므로, 최근에 저탄소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 항공유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총 5개의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중 일부는 인증이 완료되어서 단거리 상업 비행에 성공한 예도 있습니다. 현재는 바이오 항공유가 전체 항공 연료 소비량의 아주 극소량인 0.01%에 불과하지만, 2070년에는 35%까지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탄소 중립의 큰 도움이 되는 바이오 에너지 그러니까 바이오 항공유의 일환으로 농업 폐기물인 옥수수 속대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셨는데, 이게 어떤 기술일까요?

[인터뷰]
예, 그동안은 바이오 연료를 생물학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들은 바이오매스의 셀룰로스나 헤미셀룰로스 성분을 쪼개어 얻어지는 당 성분을 미생물의 먹이로 이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당성분을 이용해서 미생물 발효를 통해 바이오에탄올 같은 당 기반에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바이오매스에서 당을 얻는 과정이 꽤 중요한 스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당 이외의 어쩔 수 없이 얻어지는 부산물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부산물들은 주로 당 성분이 좀 더 산화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됩니다.

저는 이 부산물의 최종 산화물 형태인 레불린산을 부산물로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원료가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서 기존 당 기반 바이오 연료와 차별성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자면 레불린산을 수소화 해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생 촉매 활성을 효소 개량을 통해 확보하여 항공유 중간물질을 먼저 생산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항공유를 만드는 기존 제시된 방법과 다른 새로운 바이오 항공유 생산 경로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에는 부산물에 불과했던 이 '레불린산'이라는 것을 원료로 바꿀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을 계발하셨다는 건데요. 생산 공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인터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레불린산은 바이오매스 유래 당 성분의 최종 산화물 형태이므로, 농업폐기물인 옥수수 속대를 산 촉매, 제 연구의 경우에서는 묽은 황산에 해당하는데요. 고온의 산 촉매 반응으로 당 성분을 완전히 산화시켜 부산물 없이 레불린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통계학적 접근 방식으로 반응온도 및 반응시간 산 촉매 농도 등을 최적화했습니다.

기존에는 레불린산을 생산하는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로 꼬시래기나 미세조류 등 리그닌 성분이 거의 없는 해조류를 많이 사용해왔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리그닌, 여기서 리그닌은 대표적인 분해가 잘 안 되는 물질로 단단한 식물일수록 리그닌 성분이 많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리그닌이 포함된 옥수수 속대와 같이 비교적 단단한 농업 폐기물도 레불린산을 거쳐 항공유 전구체로 고부가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 '레불린산' 생산 공정을 최적화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씀하신 '레불린산' 그 자체를 항공유로 쓸 수 없나요?

[인터뷰]
네. 보통 항공유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탄소수가 많고, 산소가 없는 형태의 탄화수소입니다. 레불린산은 탄소수가 5개로 작고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는 항공유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종 연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한건데, 그 공정이 어떤 걸까요?

[인터뷰]
레불린산을 항공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탄소수를 적어도 9개 이상까지 적당하게 늘려줘야 하고, 더불어 레불린산에 포함된 산소도 없애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촉매를 이용해 탈 산소, 산소를 없애고 중합. 탄소수를 늘려주는 과정을 거야 최종적으로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공정에 사용되는 촉매들은 이미 다양하게 보고되어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레불린산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공정이 중간에 많이 있는데요. 이런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발생의 우려는 없나요?

[인터뷰]
물론 공정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옥수수 속대 그 자체가 성장 과정에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탄소 중립형 원료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체 공정에 대한 최적화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해서 에너지를 얻는 전체과정 중 실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는 '전 주기 평가'를 통해 공정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한다면, 온실가스배출 측면에서는 net-zero 혹은 negative 방출 공정 개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옥수수 속대 자체가 사실 애초에 자랄 때 탄소를 흡수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일단은 저 탄소 효과가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다면 계발하신 옥수수 속대 연료 중간물질들이 바이오 연료 이외에도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나요?

[인터뷰]
네, 옥수수 속대에서 유래한 레불린산을 수소화하면 '4-hydroxyvaleric acid'라는 중간 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레불린산을 수소화하는 생 촉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선행연구를 통해 레불린산을 수소화 하는 효소를 이미 개발했습니다. 이 경우, 생 촉매의 특성상 광학이성질체를 완벽하게 구분해서 만들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생 촉매의 광학 선택성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광학 선택적으로 만들어진 중간물질인 '4-hydroxyvaleric acid'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조절하는 단량체로 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중간물질은 다시 약한 산성 조건에서 'gamma-valerolactone' 이라는 또 다른 중간물질로 전환 됩니다.

'Gamma-valerolactone'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화학 촉매 반응과 연계하여 대형차 연료, 바이오 항공유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광학 선택적으로 'gamma-valerolactone'을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생 촉매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gamma-valerolactone'을 광학 선택성이 99.99% 이상으로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대형차 연료, 바이오 항공유 이외에도 그동안 적용이 어려웠던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제 같은 고부가 의약품 시장에도 확장 적용이 가능합니다.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제는 연료와 다르게 소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원료가 되는 물질의 아주 일부만 의약품으로 활용하게 되더라도 전체 공정의 경제성을 아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레불린산을 이용한 이번 연료공정이 바이오 항공유 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활용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최근 경제, 환경적인 이슈로 '탄소 중립'이 꼽히고 있는데, 더 고도화된 공정 과정을 통해서 이번 바이오 연료도 '제로 탄소'를 향한 대체 에너지로 성장해 나가길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민경선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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