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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우주청, 연내 개청 사실상 불가능…항우연 내부에서도 설립 의견 엇갈려

2023년 06월 26일 오전 09:00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기자]
오늘이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 연구진들이 짧은 시간 안에 자체 기술로 발사체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는데요. 지금의 우주개발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면 새로운 우주개발 총괄 거버넌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룬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역시 대선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로 미국 NASA와 같은 우주항공청을 올해 안에 개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래서 정부가 법안까지 제출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목표대로 올해 안에 우주청 개청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항공우주연구원 내부에서도 우주청과 관련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오늘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몇 달 전에 정부 입법안이 국회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올 해안에 연내 개청이 어렵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정부가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해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게 지난 4월 초입니다. 4월 6일이죠. 그런데 제출한 법안의 부칙에 보면 시행일을 적어놨거든요. 법 공포 후 6개월 후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우주청은 기존 정부 조직과 달리 새로운 직제와 예산 등이 편성되어야 하므로 법 통과 이후 실제 개청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 목표대로 올해 안에 우주청이 개청하려면 이달 30일에 열리는 본회의에 이 우주청 특별법이 상정돼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30일 본회의까지 아직 날짜가 남아 있고,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가능한 게 아닌가요?

[기자]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선 법이 제출되면 어떤 과정을 통해 제정되는지부터 살펴봐야 왜 불가능한지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이 법이 만들어지고 나면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법이 먼저 상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상임위 소관의 공청회도 열어야 합니다.

법안 심사를 모두 끝내면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고, 법사위로 넘어가 되는데요. 법사위에서는 어떤 것들을 보느냐면 다른 법률과의 모순이나 충돌은 없는지, 용어나 표현 등이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을 검토하게 되고요. 이 검토 과정까지 모두 마친 뒤에야 본회의에 법안이 올라가 최종 투표를 거쳐 통과하게 됩니다.

[앵커]
보니까 4, 5단계 정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 지금 우주청 특별법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 건가요?

[기자]
현재 과방위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된 뒤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제 겨우 입법 첫 단계를 밟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22일 소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었지만, 이때 야당 의원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공청회로 진행됐습니다.

또, 28일로 예정됐던 과방위 전체회의가 결국 열리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거든요. 과방위에서 법안 의결 후 법사위까지 거쳐야 했으니, 30일 본회의에 올라가야 하는데 우선 28일 열리기로 했던 과방위 전체 회의조차 열리지 않기 때문에 우주청 특별법은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법안에는 법 통과 이후 6개월 뒤 시행한다고 적혀있는 만큼 처음 목표로 했던 우주청 연내 개청은 지금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앵커]
사실 정부도 애초에 계획을 짜서 발표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진행이 될 줄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늦어진 건가요?

[기자]
우선 여야 기 싸움에 우주청 특별법 처리가 뒤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4월 6일 법안이 제출됐을 당시에는 4월 전체 회의를 열어서 정부 입법안과 당시 같은 시기에 나왔던 조승래 의원 법안을 같이 상정하려 했지만, 여야가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대립하다가 결국 4월 전체회의가 무산됐고요. 그래서 지난달 24일 전체회의가 두 달 만에 열려 이때 법안 상정밖에 할 수 있었습니다. 법안 심사가 이뤄지는 과방위 제1 소위원회, 그러니까 과학기술원자력법안 소위는 지난 21일에, 그러니까 3월 15일 이후 약 3개월 말에 열린 겁니다.

그동안 여야의 전쟁싸움, 과방위가 가지고 있는 현안이 후쿠시마 오염수나 방송법 개정과 같은 조금 대립이 되는 문제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주청 관련된 이야기 들은 뒤로 밀려났고요. 여당은 그동안 야당 위원장 체재에서는 우주청 설립에 관한 법안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여당 위원장 체제로 바뀐 만큼 주도적으로 우주청 법안 추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상임위의 과반의석을 민주당인 야당이 점유하고 있거든요. 야당에서는 장제원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청에 관해서는 관련 법안이 정부안 이외에 4개나 다른 법안들이 이미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토론을 하자는 주장이지만, 여당은 이와 관련해서는 우주청 개청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야당이 도와줘야 하며, 우선 차관 기준의 우주청을 만들고 운영을 하다가 장관급으로 바꾸어도 늦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주청 연내 개청이 물리적으로는 좀 어려워진 상황인데요. 그런데 현재 국내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고 항공우주연구원 내부에서도 우주청 설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지난 1일 항우연 연구 인력이 소속된 노조에서 현재 과기정통부의 외청 형태로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입장문 발표 후에는 잘못 만들어진 조직인 좀비가 돼 예산과 인력을 잡아먹는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청 특별법은 통과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 건데요. 이에 항우연 노조 측에서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우주 관련 분야를 총괄해야 한다, 부처 간 사업과 예산을 조정하는 강력한 기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우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관리기구뿐 아니라 현재 항우연과 천문연, 국방과학연구소 등으로 흩어져 있는 우주 관련 공공기관도 하나로 통합해 우주개발 총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문제는 항우연 노조 성명 일주일 뒤에 일어났습니다. 누리호 개발자들이 낸 입장문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우주청 설립 적기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이 보도됐는데요. 이 누리호 개발 주역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쏠린 지금이 우주청 설립 적기라면서 기술격차를 줄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국가정책으로 확정돼 추진 중에 사업에 혼선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노조의 성명서를 반대, 비판했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항우연 노조나 누리호 개발자 모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인데, 우주청 설립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의견이 나왔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취재를 하다 보니 직장인 익명 앱에서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앞서 우주청 설립에 찬성한다는 누리호 개발자들의 입장문에 관한 글이었는데요. 전 보직자 등이 우주청 설립에 동의하라면서 연구원들에게 서명을 종용했다는 내용입니다. 취재 결과, 설립 동의에 관한 입장문이 특정한 곳에 게시되거나 공개된 건 아니었고요. 연구원들에게 카톡이나 메일, 전화 등을 통해 우주청 설립에 동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글에 보면 실제로는 정부안, 그러니까 과기부 외청 형태의 우주청 설립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그럼 항우연 연구원들이 우주청 개청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우선 우주청 개청과 상관없이 항우연 연구진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거고요. 이런 상황 안에서 항우연을 관리하는 기관만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주청이 생긴다고 해도 항우연이 우주청 아래 소속기관으로 들어가지 않고요,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NST라는 기관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연구 과제에 따라 어떤 건 NST, 어떤 건 우주청의 관리를 받게 되니 항우연 입장에서는 일종의 시어머니만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인 거죠.

또, 정부가 우주항공청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석·박사급으로 채운다면서 연봉 상한을 폐지해서 파격적으로 대우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은 항우연 연구원에게는 전혀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혜택을 받는 건 외부 전문가들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항우연 연구진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인 사기저하가 일어나게 되겠죠. 현재 항우연은 25개 출연 연구기관 중 신입 초봉이 꼴찌에서 4번째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1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직원의 평균 임금을 보면 이보다는 순위가 올라가지만, 상위권까지도 올라가지 못하는 수준이거든요. 게다가 과거 입사한 연구원들과 달리 최근 몇 년 사이에 임금체계가 여러 번 바뀌면서 최근 입사자일수록 임금이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석 박사급 40대 이하 연구원들 기준으로 보면 학사 출신 대기업 연구자보다 연봉을 천만 원 가까이 적게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항우연 연구진들이 단순히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일한 만큼 제대로 대우받고 싶다는 건데요. 항우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기재부의 통제하에 인건비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매년 총인건비를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만 인건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총액 자체가 낮고 또 야간 휴일 근로 수당도 총인건비 안에서만 지급하게 돼 있어서 만약 수당을 받으면 임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 탓에 항우연이 여러 사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와도 실제로 기재부가 정한 총액 외에는 한 푼도 인건비를 쓸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러다 보니 저임금과 수당 미지급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국가 우주개발이라는 큰 목표가 더는 사명감이나 열정, 애국심에만 기댈 수 없는데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 연구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대접받을 방법을 이제는 제대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우주청을 만드는 것 외에도 정상화해야 할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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