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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하위문화에서 고급예술로…일본의 '네오 팝' 작가들

2023년 06월 30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의 한 단면을 그려낸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누구나 다 아는 작가인데요. 이런 팝 아트에서 파생되어 일본에서는 하위문화를 끌어올려 개성 넘치는 작업을 전개하는 예술로 네오팝(Neo-pop)이란 장르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일본 현대미술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네오팝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인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일본 현대미술에서 큰 역할을 하는 두 작가를 소개해주신다고요. 먼저 요시토모 나라라는 작가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요시토모 나라의 이름은 몰라도 작품을 보시면 많이들 아실 것 같습니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뾰로통한 표정의 소녀나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등을 특유의 재치 있는 필치로 그려내는 작가죠, 일본의 네오 팝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이면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요시토모 나라는 1959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태어났는데요. 아이치 현립 예술대학에서 공부하고, 이후 독일의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 입학합니다. 나라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국가와 아시아,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꾸준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는데요. 1995년 나고야시 예술 장려상을 받는 등 인지도를 쌓았으며 미국의 UCLA에서 객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습니다. 주로 독일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앵커]
방금 화면에 나온 그림을 보니까 노트, 쿠션, 굉장히 많은 곳에서 본 그림인데요. 요시토모 나라가 일본의 네오 팝 세대라고 하셨는데, 네오 팝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네, 먼저 지난 방송에서 다뤘던 무라카미 다카시와 오늘 소개할 요시토모 나라도 마찬가지로 일본 네오 팝 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들로 분류되는데요. 일본의 네오 팝 아트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문화 같은 하위문화를 옹호하는 예술을 말합니다. 일본 내에서 오타쿠 문화 같은 서브 컬쳐가 일궈낸 정체성이 있는데, 이걸 상위의 엘리트 문화와 같은 선상으로 끌어올리는 겁니다. 1980년대에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보다 일상적이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한 문화를 베이스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등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 전 화면에서 작품을 봤습니다만 요시토모 나라가 작품에 주로 어린아이나 귀여운 동물을 그린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은 한두 번만 봐도 나중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주제와 화풍이 굉장히 명확한데요. 주로 악동 같거나 새침한 표정의 어린아이 또는 동물들을 작품에 담습니다. 특히 마냥 밝거나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어딘가 불만이 가득하거나 장난을 칠 것 같은 표정의 아이를 주로 그리는데요. 요시토모 나라는 어린아이의 순수해 보이는 시선 속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반항심이나 외로움, 고독함 같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고 매력을 느끼게 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앵커]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요시토모 나라의 대표작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요시토모 나라의 많은 대표작이 있지만 가장 최근 미술품 경매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 있습니다. 지난 3월, 홍콩 필립스 경매에서 진행된 20세기와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 작품인데요. '보물을 찾아서(Lookin’ for a Treasure' 라는 작품으로, 1995년 작입니다. 한화로 약 144억 원에 낙찰돼서 홍콩 경매 최고가를 기록해 이슈가 됐습니다.

이 작품 역시 요시토모 나라의 시그니처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새침한 표정의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요.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반항적인 큰 눈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은 요시토모 나라가 독일의 뒤셀 도르프에 유학할 당시 그렸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요. 두 손에 막대기 혹은 안테나처럼 보이는 물건을 들고 있습니다. 땅에 수맥이 흐른다는 말 아시죠? 그 수맥을 찾을 때 보통 이런 자세를 하는데요. 작품명을 보면, 땅 속에 있는 보물 같은 뭔가를 찾는듯한 장면입니다. 요시토모 나라가 이 당시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롭고 고독한 상황에서 뭔가 갈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저 막대기를 엘로드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어렸을 때 하면서 괜히 보물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작품은 참 귀여운데 144억 원이라니 가격은 귀엽지 않네요. 그런데 요시토모 나라가 일기를 자주 썼다고요?

[인터뷰]
네, 요시토모 나라는 노트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고 드로잉을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에서 지낼 때, 작업실에서 쓴 일기와 미발표 드로잉 60여 점을 담은 노트를 엮어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 권 소장하고 있는데요. 이 일기를 쓸 당시에 요시토모 나라가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아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아이디에이션하는 과정에서 써내려간 글들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한 구석도 있고요. 작가가 작업이나 전시 등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 상황들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노트입니다. 혹시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꼭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이번에는 요시토모 나라의 뒤를 잇는 작가를 소개해주신다고요.

[인터뷰]
네, 아야코 록카쿠라는 작가입니다.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난 록카쿠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현재 일본 현대 미술계뿐만 아니라 해외와 국내에서도 크게 각광 받고있는 작가입니다. 2002년에 처음으로 붓을 잡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듬해인 2003년, 무라카미 타카시가 설립한 카이카이 키키의 신인 작가 프로젝트인 게이세이 아트페어에서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아시아 작가 중에서 쿠사마 야요이와 요시토모 나라의 뒤를 잇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젊은 여성 작가인데요. 아야코 록카쿠 대표작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네, 아야코 록카쿠는 작품명으로 '무제'를 즐겨 사용하는데요. 그중 2019년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화면 중앙에 만화 캐릭터처럼 생긴 눈이 큰 소녀가 있고, 그 옆에 누워있는 큰 토끼 인형이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아야코 록카쿠는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맨손을 이용해 화폭을 채우는데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무지개와 만화 등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소녀나 꽃, 동물, 해골 등을 소재로 삼아 화면 가득 에너지 넘치는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데요. 지금 보시는 작품 또한 만화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고 강렬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아야코 록카쿠는 작업 과정에 대해 "스튜디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때면 마치 노는 기분이다. 캔버스와 나 사이에는 에너지가 있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될까요?

[인터뷰]
록카쿠의 그림을 보시면 '굉장히 밀도 있다'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화폭 가득 록카쿠의 특징인 핸드페인팅으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아야코 록카쿠는 사전에 스케치하지 않는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그래서인지 더욱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것 같습니다. 또, 캔버스뿐만이 아니라 골판지 위에도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골판지 특유의 투박한 색감과 느낌이 아야코 록카쿠가 사용하는 핸드 페인팅 기법, 화려한 색채와도 어우러져 무척 개성 있는 작품이 탄생 되는 겁니다.

[앵커]
오늘은 네오팝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미술에 새로운 매력을 주는 그런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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