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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고온에서 쉽고 깨끗하게 탈착되는 스마트 점착제 개발

2023년 07월 06일 오전 09:00
■ 이동욱 /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앵커]
평소에는 우수한 접착력을 유지하다가 고온의 열을 가하면 접착력을 감소시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온도 감응성 점착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는데요. 이 스마트 점착제가 앞으로 환경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늘 '과학의달인'에서는 개발한 스마트 점착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읽으면서도 발음이 어려웠던 게 점착제, 접착제였는데요. 이름이 비슷하기도 하고 좀 다르기도 해서 의미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다른 건지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네, 일단 접착제는 가장 쉬운 예로 저희가 종종 사용하는 순간접착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접착제는 표면에 적용 전에는 일반적으로 잘 흐르는 액체 성질을 띄우고 있고요. 붙이고 싶은 두 표면 사이에 적용한 후에 경화, 즉 딱딱해지는 추가적인 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두 표면을 강하게 붙잡을 수 있게 됩니다. 순간접착제의 경우 공기 중의 수분 등과 반응해서 경화 과정이 일어나게 되고요. 접착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강한 접착력을 발생시키는 반면 한번 떨어지고 나면 다시 붙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에 점착제는 점탄성 특성이 있는 고체형태의 고분자물질이 주성분이고요. 경화 과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감압성 점착제 표면에 붙인 후 손가락으로 누르는 등의 아주 작은 압력만 가해줘도 표면에 잘 붙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점착제의 예로는 스카치테이프, 양면테이프, '포스트-잇' 등이 있고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는 반복적인 접착/탈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앵커]
네. 접착제와 점착제가 이런 차이점이 있군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온도만으로 접착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점착제를 개발하셨는데 어떤 것인지 소개를 해주세요.

[인터뷰]
네, 점착제는 접착력이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약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점탄성을 띄고 있는 점착제가 온도가 올라갈수록 조금 더 액체와 같은 거동을 보이게 되어서 탈착되는 힘을 견딜 수 없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일상적인 예로, 저희가 내비게이션용으로 휴대전화기를 자동차 대시보드나 앞유리창에 거치시키기 위해 점착제를 쓰기도 하는데요, 더운 여름에 점착제가 말랑말랑해져서 휴대전화기가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렇게 온도에 따라서 점착력이 감소하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럼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점착제의 도대체 뭐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는데요. 바로 전에 말씀드린 예에서 핸드폰이 떨어지고 나면 거치대와 앞유리 표면 모두 점착제가 지저분하게 남는 현상을 볼 수가 있습니다. 고온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응집파괴라는 현상인데요, 응집파괴란 점착제와 피착제 사이에서 탈착이 일어나지 않고 점착제 자체가 쪼개져서 탈착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렇게 되면 탈착 후에 양쪽 표면이 모두 점착제로 오염이 되게 되고 소재들의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제한되게 됩니다.

저희가 이번에 제작한 점착제는 고온에서도 점착제와 표면 사이에서 계면파괴를 일으키며 탈착이 일어나는 것을 보였고요. 이렇게 계면파괴가 일어나 탈착된 표면이 깨끗한 상태이면 추가적인 세척과정이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 점착제는 상온 대비 80도 정도의 온도에서 접착력이 55% 정도 감소했는데요, 이번에 개발된 점착제는 점착력이 무려 97%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측정되어 고온에서 손쉽게 깨끗한 탈착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응집파괴라는 개념을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니까 이게 자동차 앞유리에 딱지가 붙었는데 떼었을 때 지저분해지는 거 이런 거를 말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개발하신 점착제는 이런 것은 전혀 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원리로 온도 조절만으로도 붙었다 떼어졌다 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네, 이번 점착제에는 기존에 점착제 제작에는 사용되지 않던 NIPAM(나이팜) 이라는 단량체는 도입한 게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IPAM으로 이루어진 고분자들은 수용액 상에서 낮은 임계 용액 온도 즉 LCST (Lower critical solution temperature, LCST) 거동을 보인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즉, LCST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고분자 사슬이 이완된 상태로 존재하고, LCST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사슬이 응집된 상태로 존재하는 성질을 같아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질 때문에 온도 감응성 수화젤 등의 제작에는 아주 활발하게 응용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NIPAM의 LCST 거동이 수용액 상태가 아닌 유기용매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는 작동한다는 것이 기존 문헌들에 보고가 되었고요.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공기 중에서 사용되는 점착제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NIPAM이 포함된 점착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점착제가 상온 및 저온에서는 표면과 수소결합 많이 해서 강한 접착력이 측정되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고온에서는 수소결합이 피착제표면과 이루어지기보다는 점착제를 이루고 있는 고분자 사슬 사이에 아주 존재하게 되어서 점착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온도에 의한 고분자의 구조변화는 가역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열, 냉각에 따라서 점착제를 switchable 하게 부착/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열/냉각 사이클을 10회 이상 진행 시켰을 때도 각 온도에서 점착력의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고온에서 고분자들 사이 결합력이 향상하는 걸 원리로 이용해 만드신 것 같은데요. 앞에서 점착제 예시로 들었을 때 포스트잇이 있었잖아요.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면 접착력이 낮아질 것 같은데, 접착력이 똑같이 유지가 되나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열/냉각 사이클을 10회 이상 진행 하였을 때도, 점착력의 변화가 관찰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탈부착 시에 접착력이 낮아지는 이유는 탈착되었을 때 공기 중의 먼지 또는 지문 등의 이물질 등이 점착제에 붙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해당 실험은 먼지 등의 이물질이 최소화된 실험실 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점착력이 유지될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되고요. 실제 적용 시에도 이러한 오염원을 최대한 차단해야 접착력 감소의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앵커]
마찬가지로 먼지를 조심해야겠군요. 그렇다면 개발하신 점착제는 실생활에서는 어떤 용도로 활용될 수 있나요?

[인터뷰]
사실 제가 일요일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데요, 가장 번거로운 작업 중에 하나가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라벨 제거 후에 꼭 페트병 쪽에 약간 끈적끈적한 점착제 찌꺼기가 남게 되는데요, 재활용 공정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공정에 들어가게 되고 이 추가공정에는 환경에 좋지 않은 용매를 사용하게 됩니다. 만약에 저희가 개발한 점착제를 쓰게 된다면, 번거롭게 우리가 손으로 다 제거하지 않아도 되고, 80도 정도의 온도만 가해줘도 손쉽게 그리고 깨끗하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다른 예로, 일상생활에 흔하게 쓰는 부착형 고리가 있겠는데요, 강한 무게를 견디는 고리들은 일반적으로 강한 점착제로 고정이 되어있어 추후 제거하는데 많음 힘이 들고, 제거 후에도 잔여물이 종종 남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착제를 새로 개발한 점착제로 대체할 경우, 헤어 드라이기로 살짝 불어주면 깨끗하고 손쉽게 탈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고, 더 나아가 탈착 시 점착제가 손상되지 않기 때문에 재사용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 스마트 점착제가 아무래도 화학물질로 만들다 보니까요. 인체에 해롭거나 특정 질환을 일으킬 우려는 없나요?

[인터뷰]
건강문제는 항상 조심스러운데요. 새롭게 사용된 NIPAM 이라는 단량체가 약물 전달 등의 연구에도 응용되고 기본적으로 생체적합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어 기존 점착제에 비해 더 해로울 이유는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앵커]
네, 지금 개발하신 스마트 점착제가 떼었다, 붙이기를 계속 반복할 수 있다 보니까요. 환경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우리를 위해서도 또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이런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 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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