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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세계 곳곳 '물난리'…미국·동아시아 호우 피해 상황

2023년 07월 18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전 세계적으로 이상 폭염과 함께 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한국, 중국, 일본의 호우와 함께 미국의 호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동아시아 지역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일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이 비 피해가 아주 큰 상황이라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7월 11일 영국의 일간지인 가디언지는 “일본에 치명적인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는 '사상 가장 큰 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는데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7월에 계속 비가 내렸지만 7월 9일 오후부터 7월 10일 아침 사이에 장마전선이 강력하게 발달하면서 규슈와 주고쿠 지방에 호우가 내렸는데요. 기록된 강수량은 소에다 568mm, 사가 시 475.5mm, 오이타 현 히타 시 375.5mm,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323mm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지요.

일본기상청 관계자인 사토시 스기모토 씨는 규슈지역에서 일 강수량기록이 역사상 가장 많은 비라고 말했는데요. 일본기상청은 170만 명이 살고 있는 규슈 북부지역에 최고홍수경보를 발령했는데요. 도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7채가 파묻히면서 21명이 매몰 되었었는데, 다행히 14명은 구조되었지만 7명은 사망했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폭우로 강둑이 무너지고 고속철 운행이 중단된 것은 물론 도로와 상수도 공급이 중단되었다고 발표했는데요. 후쿠오카 현과 히로시마 현을 연결하는 신칸센도 한동안 멈췄고, 후쿠오카시에 있는 학교 228개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일본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파괴적인 홍수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컸다고 말합니다.

[앵커]
우리나라 피해 상황도 심각한데 일본도 피해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도 호우피해가 이어졌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먼저 7월 3일에서 4일 사이에 중국 충칭에서 심각한 폭우로 인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는데요. 중국 남서부를 강타한 폭우로 충칭의 4개 군에서 최고 수준의 적색 경보가 발령되었지요. 충칭에 이웃한 쓰촨 성도 46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폭우로 피해를 입었으며 8만5천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7월 10일에서 11일 쓰촨 성에 내린 호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여 주택이 파괴되고, 기반 시설이 손상되었으며, 4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광둥 성의 샤타이 마을에는 하루 만에 439mm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장쑤 성 관운 현에는 10일 밤에만 275.4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중국기상청은 4단계 경보 체제 중 가장 높은 적색 경보를 발령했지요. 11일 저녁에 중국 중부 허난 성의 6곳에도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요. 산둥과 허난은 중국의 주요 곡물 생산 지역이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한국과 일본 중국의 비 피해 상황을 알아봤는데, 이번엔 미국으로 가 볼 텐데요, 미국의 동부지역에서도 일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면서요?

[인터뷰]
뉴욕주 등 미국 북동부지역에 7월 9일부터 10일 사이에 강력한 호우가 발생했는데요. 그림에서 붉은 원 안에 위치한 뉴욕주, 버몬트주, 메사추세츠 주, 메인주의 일부 등이 포함된 지역이 호우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미국국립기상청은 10일에 북동부 주 전역과 워싱턴 지역으로 홍수경보를 발표했지요. 이 지역으로는 이미 2주 전부터 기압골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리면서 평년보다 2배 내지, 3배 정도의 비가 내렸었는데요. 9일부터 급격히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호우가 내린 것이지요.

그림은 미국 ABC방송이 만든 홍수지도로 미국 북동부지역의 강수를 보여주는데요. 붉은색으로 표시된 뉴욕주와 필라델피아 주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지요. 뉴욕 웨스트포인트의 강우량은 하루에 250mm 이상 내렸는데요. 미국립해양대기청에 의하면 이 정도 강우빈도는 1천 년에 한 번 정도 내릴 양이라고 합니다. 버몬트주 플리머스에서는 230㎜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두 번째로 많은 하루 강수량을 기록했는데요. 버몬트 주 전역의 강들은 2011년 허리케인 '아이린' 때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월요일까지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은 300mm 이상의 호우가 내렸습니다.

[앵커]
이정도 양의 폭우가 내렸으면 피해도 굉장히 심각할 것 같거든요.

[인터뷰]
급격한 호우로 인해 홍수와 침수, 범람, 그리고 산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는데요. 홍수에 휩쓸려 1명이 사망했고요. 많은, 도시들은 침수되었고 지방도로는 물에 뒤덮였고, 철도도 물에 덮히면서 철도운행이 중단되었고요. 또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어웨어에 따르면 이번 비로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이 사흘간 2천700편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민간기상기업인 아큐웨더는 이번 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 6조 5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이번 비가 산불이 심한 캐나다의 퀘벡으로 향하면서 최악의 산불세력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지요.

이번 미국 북동부지역의 호우에서 주 정부의 노력이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는데요. 뉴욕주지사는 주정부의 공무원들이 일일이 침수위험이 있는 120개의 집을 방문하여 12명의 사람과 5마리의 애완동물을 구조했고요. 공무원들은 보트를 이용해 움직이는 물에 휩쓸린 차에 탄 사람들을 포함해 주 전역에서 50건의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뉴욕시 비상관리국은 지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고요. 버몬트 주에서도 물에 잠긴 집과 차량으로부터 최소 117명을 구조했습니다.

그리고 적십자사는 신속하게 홍수로 인해 난민이 된 사람들을 위해 세 개의 대피소를 열어서 이재민들을 도왔지요. 이런 주정부의 노력으로 단 한 명만의 사망자로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앵커]
그렇군요, 천재지변 속에서도 대처는 훌륭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는데요. 우리나라 상황도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에 우리나라도 극한홍수가 발생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얼마만큼의 비가 내렸고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주시죠.

[인터뷰]
13일부터 16일 17시까지 내린 강수량을 보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을 살펴보면 충남 청양이 570mm, 공주가 511mm, 충북 청주가 474mm, 전북 익산이 500mm, 전북 군산이 480mm, 경북 문경이 485mm의 강수량을 보였는데요. 비가 강하게 내린 하루 반나절 동안 청양은 7월 한 달 강수량의 거의 두 배의 비가 쏟아졌고요. 충청, 전북, 경북 북부지방의 많은 지역이 7월 강수량의 1.5배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이로 인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예천 산사태 등 엄청난 피해가 줄을 이었는데요. 16일 중대본 발표 사망 및 실종이 50명을 넘을 정도의 참사가 발생했지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앵커]
이번 극한 호우가 발생한 원인은 뭘까요?

[인터뷰]
먼저 13일 아침 일기도를 보시면 서해 상에 중심을 둔 저기압에서 우리나라는 붉은색의 온난전선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온난전선이 지나가고 후면의 한랭전선이 다가오면서 14일 아침까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120-200mm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14일 오후부터는 전선대가 전형적인 정체전선의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일기도처럼 붉은색과 파란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곳이 정체전선입니다. 이때부터 정체전선은 움직이지 않고 15일 오후 중반까지 충청과 전북, 경북지역으로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었습니다.

정체전선 상에서 매우 강력한 비구름대가 발달하게 된 것은 첫째, 강력한 대기 불안정 때문이었는데요. 14일 밤의 5km 상공일기도를 보시면 한반도 북쪽으로 파란색 바운더리 안쪽으로 매우 차가운 공기가 위치하고, 있었고요. 한반도 남쪽에서는 매우 뜨겁고 습한 공기가 남서풍으로 유입되었는데요. 이 두 공기가 충청지방 상공에서 부딪치면서 강력한 대기 불안정을 만들어내면서 거대적란운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둘째, 강력한 하층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4일 밤의 1.5km 상공의 일기도를 보면 40kts의 강력한 하층 제트가 남부지방에 위치했는데요. 하층에 강한 바람이 부는 제트기류가 있을 경우 막대한 수증기를 운반해주기 때문에 호우가 발생하는데요.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은 하층 제트류의 북쪽 지역입니다. 따라서 충청과 전북,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이지요.

15일 새벽 2시의 레이더 영상을 보시면 제가 붉은 화살표로 표시한 지역 북쪽으로 매우 강력한 비구름대가 동북 동진하고 있는데요. 레이더 영상에서 보라색을 띤 지역은 시간당 60mm 이상의 호우가 내리는 지역이며 붉은색 지역은 시간당 20mm 이상의 호우 지역입니다. 바로 이 지역에 위치한 익산, 청양, 공주, 청주, 문경지역에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한 겁니다.

[앵커]
과학적인 분석을 덧붙여주셨는데, 이렇게 폭우의 강도와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겠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호우 사건은 항상 발생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호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폭우 사건과 관련된 홍수의 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 기후의 예상된 결과다," 라고 영국 리딩 대학의 기후 과학 교수 리차드 앨런은 말하는데요. 기온이 올라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저장할 수 있어서 더 많은 비를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더 빈번해지고, 더 심한 강우 현상을 보게 될 것이고, 더 심각한 홍수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세계 기상 기구의 스테판 울랜브뤀도 말하는데요. 특히 올해는 엘니뇨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어서 폭우는 더 강력해질 수 있었지요.

저는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의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예보에 대한 신뢰다. 예보를 믿지 않으면 방재는 불가능하다. 현대적 방재 노력의 핵심인 일기예보를 주말 나들이를 위한 서비스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 이번 호우 때 기상청의 예보를 국민이나 정부가 신뢰하고 대비했는지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앵커]
비가 굉장히 많이 왔지만 아직도 비 소식이 있다고 하죠. 말씀하신 것처럼 예고를 잘 확인하시고 꼼꼼한 대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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