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올해 인도에서는 2월부터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올여름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요. 여름철이 된 지금 북반구의 많은 나라가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전 지구적인 폭염 현상을 알아보고 폭염 발생원인과 대응까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는 6월 초에 50℃를 웃돌았다고 하는데, 올해 폭염이 유독 비정상적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브라이언 맥놀디 마이애미대 로젠스틸 해양·대기·지구과학대 선임연구원은 최근 트위터에 역대 지구 기온 및 해수면 온도 상승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고 "이런 자료를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믿을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완전히 미쳤다."라고 썼는데요. 기후연구를 하는 사람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폭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올해 폭염이 처음으로 시작된 나라가 인도입니다. 겨울철인 2월부터 이상폭염이 발생하면서 인도 기상 관측 사상 122년 만의 가장 더운 2월이었는데요. 4월에는 프라야그라지 지역이 44.6도를 기록했고 마하라슈트라에서는 야외 행사 도중에 13명이 열사병으로 숨지기도 했지요. 이상폭염은 6월까지 이어졌는데요. 최고기온 43도를 기록한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는 54명이, 44.7도를 기록한 동부 비하르주에서 42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봄철 인도 폭염 이후 6월부터 전 지구적으로 엄청난 폭염이 발생했지요?
[인터뷰]
먼저 유럽을 살펴보지요. 6월에 접어들면서 포르투갈,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모로코 등 4개국 기온이 36.9 - 41 °C에 이르면서 역대 최고의 폭염이 발생했는데요. 6월 26일 스페인 남서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최고 기온이 44도를 기록했지요. 수도인 마드리드와 남 서부지역의 기온이 40도 이상 치올려진 가운데 남부도시인 세비야 등은 44도에 근접하는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스페인의 24개 주가 폭염 경계 태세가 발령됐고요. 남스페인에는 황색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7월에는 폭염이 남유럽을 강타하고 있는데요. 7월 18일 이탈리아의 로마는 43℃까지 올랐고, 사르데냐 섬의 기온은 46℃를 넘으면서 이탈리아 보건부는 로마·피렌체 등 23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지요.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와 코소보에서도 기온이 43℃까지 오르면서 폭염 경보가 발령되었는데요. 남유럽의 폭염에 대해 영국 레딩대학 기후과학자 해나 클로크는 "남부 유럽에서 크게 발달한 뜨거운 공기층이 이탈리아와 주변 국가를 거대한 ‘피자 화덕’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는데요. ‘바르셀로나 세계 보건 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네이처 의학'에 실은 논문에서 2022년 여름 동안 더위 때문에 숨진 사람이 61,672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는데요. 기후학자들은 올여름에 폭염으로 숨지는 사람 숫자가 작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앵커]
유럽을 설명 해주셨는데, 미국의 폭염도 대단하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6월 15일경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텍사스 휴스턴은 46도를 넘었고 브라운스빌과 코퍼스크리스티의 경우 49도를 기록하면서 텍사스 전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되었지요. 텍사스만 아니라 미국 남부지역인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지역도 고온현상이 발생했었는데요. 7월 들어 폭염 지역은 남부만 아니라 서부지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림은 7월 18일 미국의 온도지도로 매우 검붉은 색 지역은 4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 지역이고요, 연한 붉은색 지역도 30도를 넘는 지역입니다. 미 국립기상청은 7월 14일 남서부 16개 주에 폭염 경보와 주의보를 발령했는데, 미국 인구 3분의 1이 넘는 약 1억1300만 명이 폭염 영향권 아래 속한 것이지요.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110년의 기록을 깨고 53.3도를 기록했는데요.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역대 최장기간 초열대야를 기록했는데요. 최저 기온이 8일째 32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낮 최고 기온도 43도를 넘는 날이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지요.
[앵커]
인도, 미국, 유럽 등 굉장히 폭염이 심각한 상황인데요, 동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라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중국은 6월부터 폭염이 심각하게 발생했는데요. 수도 베이징에서는 6월 24일까지 최고기온이 사흘 연속 40도를 넘었고요. 인접한 허베이 성과 허난 성, 산둥 성, 네이멍구 자치구, 톈진에서는 4단계 고온경보 가운데 가장 높은 '적색경보'가 발령되었는데요. 베이징 기온은 22일 41.1도까지 치솟아 6월 기온으로는 역대 가장 뜨거웠으며, 톈진도 23일 최고기온 40도를 넘었고, 허베이 성의 많은, 도시들이 41~42도를 기록했는데요.
중국 북부지방에 이상폭염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1.5km 상공기온이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1.5km 기온은 지상 기온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요. 서울 상공기온이 16도였는데 중국 북부 상공기온은 33도로 무려 17도 이상 높은 상층 고온현상이 발생한 것이지요. 매우 뜨거운 공기가 남풍을 타고 중국 북부 지방까지 치올려지면서 이상고온이 발생한 것이지요.
폭염은 7월까지 이어지면서 베이징, 톈진, 허베이 성, 산둥 성 등 북방 지역을 중심으로 35도 이상의 고온 일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요. 이로 인해 43개 지역에 고온경보가 발령됐지요. 중국기상국은 7월 말까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쯔 강 남부 지역과 신장 지역, 간쑤 성, 네이멍구 서부 등에서 35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신장과 네이멍구 서부 지역은 최고 41~42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렇게 북반구 전역이 펄펄 끓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인터뷰]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인데요. IPCC는 올해 4월에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기온상승으로 인해 폭염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었지요. 그리고 올해 시작된 엘니뇨의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6월 8일에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상폭염이나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을 했지요. 그리고 국지적인 폭염은 열돔 현상에서 나타나는데요.
미국 국립기상청도 미국의 폭염이 열돔 현상이 원인이라고 밝혔는데요. 북극 빙하가 많이 녹으면서 제트기류가 큰 사행을 하는 경우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제트기류가 올라가는 지역으로는 상층고기압이 만들어지면서 오랜 기간 정체해 극단적인 폭염을 만들어내는데요. 상층이 뜨겁고 역전층이 만들어져 대기확산이 원활하지 않고, 지상은 일사로 공기가 뜨거워져 열돔(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6월에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의 폭염이 발생했을 당시의 일기도로 설명해 보면 말입니다. 지상 5KM 상공의 일기도에서 제트기류가 캘리포니아 쪽으로는 흰색 화살표 표시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형태이지만 텍사스 상공에서는 남쪽에서 올라가는 화살표처럼 따뜻한 공기와 함께 '고' 자로 써 있는 정체된 상층고기압이 만들어지고요. 다시 제트기류는 사행하여 미국 북동부 쪽으로 북쪽에서 흰색 화살표처럼 내려오는 형태인데요.
미국 중남부지역에 만들어진 강한 상층의 뜨거운 기류와 정체된 상층고기압은 열흘 이상 머물면서 심한 열돔 현상을 가져온 것이지요. 7월에는 미국 서남부지방으로 광범위한 상층고기압이 위치하면서 열돔 현상이 지속 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는 이런 폭염 증상이 자주 발생하고 더욱 강력한 폭염이 올 것이다 이런 전망도 있는데요, 그럼 그게 어느 정도의 폭염인지 그리고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올해 5월 30일에 세계기상기구는 새로운 업데이트에서 2027년 이전에 지구 평균 온도는 적어도 1년 동안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면서 향후 5년이 기록상 가장 더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엘니뇨로 전환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도 예측했는데요. 보고서의 책임자인 레온 헤르만슨 박사는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며, 우리가 익숙한 기후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라고 말했고요. 영국기상청의 해들리 센터는 올여름 유럽을 휩쓴 최악 폭염이 2035년이면 일상이 될 것이며, 세기말까지 유럽의 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지요.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의 폭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늘어가고 있거든요. 에너지연구소와 컨설팅 업체 KPMG·커니가 공동 발간한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를 보면 세계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7%나 급증했고, 소비량도 0.6% 증가했는데요. 획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도 기온상승을 막기 어려운데 이런 상태라면 절망적이라는 거지요. 전 세계가 같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만이 이상폭염과 기후변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폭염이 일상인 세상은 생각만 해도 정말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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