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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전자빔 이용해 안전한 배터리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 열렸다

2023년 07월 27일 오전 09:00
■ 최은영 /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앵커]
전기차나 휴대전화 등에 흔히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사용에 편리하지만, 폭발 위험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꿈의 배터리로 불리며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 중이지만 성능이나 경제성이 떨어져 개발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배터리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반고체 배터리를 국내 연구진이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이와 관련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원자력연구원 선진 핵 주기기술개발부 최은영 책임연구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개발하신 기술을 소개해주시기 전에, 전고체 배터리와 반고체 배터리가 무엇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인터뷰]
네. 먼저 전고체와 반고체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림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양극, 음극, 그 사이에 있는 분리막 그리고 전해액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액체 전해질은 인화성 물질로 화재나 폭발위험이 있습니다.

반면에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과 액체전해액을 없애고 그 부분에 고체 전해질을 대체해서 쓰기 때문에 화재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러나 아직 계면저항 문제 및 고체 전해질의 부반응으로 인해 성능이 좋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반고체 즉 겔 형태여서 이온전도도는 고체 전해질보다 높고, 안정성은 액체 전해질보다 높아 액체와 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런 반고체 배터리를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 '원팟' 기술을 개발하신 건데요. 이 기술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원팟'공정이란 화학에서 반응물이 하나의 반응기에서 연속적으로 반응하여 생성물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말합니다. 이번에 저희 연구진은 전자빔을 이용하여 반고체 배터리 원팟 생산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배터리에 전자빔을 조사하여 동시에 여러 개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여 '원팟'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전자빔은 방사선의 일종으로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어 전자빔을 액체 전해질에 조사하면 액체가 반고체 형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액체 전해질과 다른 배터리 재료들을 포함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조립한 상태에서 전자빔을 조사하면 반고체 전해질로 변화시켜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원팟 공정으로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의 성능을 넘어서는 반고체 배터리를 한 번에 여러 개를 쌓아 올려 동시에 생산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트레일러 방식으로 수직으로 적층 한 상태에서 전자빔 조사가 가능하므로 생산성이 매우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액체 전해질에 전자빔을 쪼여서 이걸 갤 같은 형태의 반고체 배터리를 만드신다는 말씀인데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1분 동안 몇 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나요?

[인터뷰]
전자빔은 높은 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에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이 강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배터리가 수직으로 책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 세기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 투과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배터리는 수직으로 적층 된 상태에서 7개까지 가해진 전자빔의 세기를 유지하면서 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수직 방향으로 쌓인 배터리 세트를 트레일러 위에 연속해서 공급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1분을 기준으로 하면 상용화된 배터리 20개 이상의 생산이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전자빔을 그냥 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쪼여야 가장 좋은 배터리 성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는 어떻게 찾아내셨나요?

[인터뷰]
배터리 내부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므로 재료마다 전자빔에 받는 영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높은 세기의 전자빔에 노출되면 재료들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빔을 조사할 때 배터리 내부의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및 바인더(binder) 같은 개별 재료들이 받는 영향을 각각 분석하였습니다.

특히 전해질 같은 경우는 높은 세기 전자빔에 의해 불순물이 생성되며 이로 인해 배터리의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료들의 손상을 주지 않는 최적의 조사 선량을 도출한 후 배터리의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찾았습니다.

[앵커]
전자빔의 세기와 시간이 진짜 비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에 있던 반고체 배터리 생산 방식과 비교해서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기존 기술에서 반고체 전해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쇄반응을 개시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개시제를 이용해야 하며, 이후 자외선 조사 및 열처리가 필요한데, 과량의 개시제를 사용할 경우 부반응을 일으키며, 많은 양의 가교제를 사용해야 해서 배터리 성능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자빔을 이용하면 개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소량의 가교제를 사용할 수 있어 배터리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개시제를 넣을 필요가 없는 기술이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개발하신 생산 공정은 기존 공정에 비해서 경제성이 얼마나 뛰어난가요?

[인터뷰]
전자빔 이용 시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고, 전자빔 설비의 높은 가격으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공정은 컨베이어 벨트로 여러 개가 쌓아 올려진 배터리가 한꺼번에 전자빔에 조사되므로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므로 경제성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었으므로 실제로는 더 높은 경제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림에서처럼 여러 개를 쌓아서 전자빔을 조사하니까 가장 아래에 있는 배터리는 전자빔이 잘 안 들어 올 거란 우려도 있거든요.

[인터뷰]
말씀하신 대로 매우 많은 수의 배터리를 쌓았을 때 아래 배터리는 전자빔이 약해 반고체가 만들어지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배터리 내 재료가 손상되지 않는 정도의 전자빔을 조사하였을 때 반고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수량이 7개였습니다. 배터리 두께에 따라 전자빔 조사 조건을 변경한다면 많은 양의 배터리에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판단됩니다.

[앵커]
이 기술의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 현재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요?

[인터뷰]
향후에는 본 연구에서 진행된 배터리보다 더 높은 용량의 배터리 생산에 본 기술을 적용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최적화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른 용량의 배터리에 적용하는 경우 여기에 맞는 전자빔 조건을 선정하고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가 필요합니다.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공정 최적화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앵커]
차세대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늘 배터리가 꼽히는데요. 오늘 설명해주신 기술이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최은영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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