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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액션 페인팅의 선구자…잭슨 폴록의 생애와 대표작

2023년 07월 28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마루 바닥에 페인트를 떨어뜨리는 '드리핑 기법'을 창안한 잭슨 폴록은 당시 파격적인 기법으로 20세기 미국 미술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작가입니다. 미국에서도 잭슨 폴록의 그림은 비싸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잭슨 폴록이라는 작가와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할 작가 잭슨 폴록이 '드리핑 기법'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어떤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잭슨 폴록의 시그니처 기법이죠,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붓는 기법을 드립 페인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움직이면서 작업한다고 해서 액션 페인팅이라고도 합니다. 이 액션 페인팅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 평론가였던 해럴드 로젠버그가 만든 용어인데요. 로젠버그는 캔버스를 '경기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경기장 안에서 작가가 움직이며 작업을 해야 다면서 완성된 그림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동안의 과정과 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고요. 로젠버그는 그런 맥락에서 오늘 소개할 잭슨 폴록에 대해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잭슨 폴록은 드립 페인팅을 할 때 땅에 눕혀놓은 캔버스 위에 굳은 붓이나 막대기, 주사기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가정용 에나멜페인트를 사방에 뿌렸는데요. 모래나 유리가루 같은 것들도 함께 뿌렸는데, 이는 멕시코의 회화 기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폴록의 작품을 보고 자칫 쉽고 빠르게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작업할 때 땅의 소리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땅의 소리와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그걸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폴록은 기법만 따온 게 아니라 정말 멕시코 미술의 신념과 행위 자체에서 영감을 받은 겁니다.

[앵커]
정말 처음 보는 기법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잭슨 폴록에 대해 소개 해주시죠.

[인터뷰]
네, 방금 말씀드린 해럴드 로젠버그와 함께 미국 미술 비평계의 양대산맥이었던 클레멘트 그린버그까지. 이 두 거물 비평가의 극찬을 일찍부터 한몸에 받았던 작가가 바로 잭슨 폴록입니다. 잭슨 폴록은 1912년 미국 와이오밍에서 태어났는데요. 로스앤젤리스의 미술 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요, 이후 뉴욕의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 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멕시코 벽화가를 통해서 페인트를 사용해 그리는 기법을 알게 되고요. 땅에 그림을 그리는 인디언들의 모습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이 크게 이슈가 되어 비평가 그린버그가 한 번 보자마자 "대단한 예술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폴록의 재능은 화산 같고, 불이 있다. 예측할 수 없고, 규율도 없다. 광물이 풍부하게 쏟아져나온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유럽의 작가들이 미술계를 선도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당시에 100% 미국인인 잭슨 폴록이라는 작가, 그리고 이 획기적인 작품 기법에 대해서 엄청나게 열광했고요. 각종 매체들이 몰려와 앞다투어 인터뷰와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 보니깐 당시 잭슨 폴록이 미국의 자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폴록에게 무척 든든한 지원자가 있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전설적인 컬렉터를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페기 구겐하임은 전쟁으로 불안정하던 유럽의 갈 곳 없는 작가들을 미국으로 이주시키고, 열렬하게 지원했던 중요한 존재였는데요. 구겐하임 가문은 뉴욕에서 워낙 부유한 것으로 유명했고, 아버지 벤자민 구겐하임은 1912년 타이타닉 침몰 때 피해자이기도 했는데요. 딸인 페기 구겐하임이 많은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미술품 컬렉션을 꾸리고, 작가들을 서포트하기 시작했습니다. 잭슨 폴록뿐만, 아니라 막스 에른스트, 마크 로스코, 알렉산더 칼더, 윌렘 드 쿠닝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했습니다.

[앵커]
정말 유명한 작가들이 구겐하임의 지원을 받은 것 같은데 잭슨 폴록의 대표작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네, 잭슨 폴록의 많은 대표작이 있지만 1943년에 페기 구겐하임에게 의뢰를 받았던 'Mural'이라는 작품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43년 작품이고요. 당시 페기 구겐하임이 잭슨 폴록에게 자신의 타운하우스 입구에 걸 작품을 의뢰했는데요. 처음에는 벽에 벽화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마르셀 뒤샹이 그것보다는 캔버스에 그려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폴록은 벽이 아닌 캔버스에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작품 크기가 가로 604cm, 세로 243cm로 굉장한 대작이었습니다. 이런 크기의 작업을 걸 수 있는 구겐하임의 타운하우스도 어마어마했던 거죠.

구겐하임은 벨기에산 린넨으로 만든 캔버스를 주었을 뿐 그림에 대해서 그 어떤 요청도 하지 않고, 폴록이 원하는 대로 그리라고 했습니다. 이 작품이 구겐하임 집의 입구에 걸려있어서, 왔다 갔다 하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폴록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 얽혀있는 소용돌이 같은 형상들은 텍스트와 숫자 같은 것들을 변형시켰다는 해석이 있고요, 역시 멕시코 미술의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된 명작입니다.

[앵커]
6m가 넘는 정말 큰 작품인데 아지랑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립 페인팅이 잘 돋보이는 대표작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아마 지금 보시는 작품의 도상이 잭슨 폴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아닐까 싶습니다. 막 흩뿌려진 페인트들이 돋보이는데요. 1950년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마치 폭발하는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나요? 요즘은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말을 구분 짓지 않지만, 옛날에는 이런 잭슨 폴록의 작품을 보고 ‘남성적인 작업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잭슨 폴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작업하면, 그림의 주위를 걸을 수 있어 사방에서 작업할 수 있다. 캔버스의 모든 공간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라고 했고요. 각 페인팅이 그려내는 선과 색이 유동적으로, 마치 살아있는 듯 화폭에 엉켜있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앵커]
그림을 보기만 해도 굉장히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인데 잭슨 폴록이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인데, 추상표현주의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추상표현주의는 1940년대 뉴욕에서 발전했는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예술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전까지 미술계는 프랑스 파리에서 주도 하고 있었다면 이때는 뉴욕이 그 중심이 되는, 미국 주도의 최초 미술 운동인데요. 아까 페기 구겐하임이 유럽의 작가들을 미국으로 이주시켰다고 했는데, 대부분 초현실주의 기반의 작가들이었거든요. 초현실주의를 따라서 막스 에른스트와 앙드레 마송, 잭슨 폴록 같은 작가들이 추상표현주의를 주도하게 됩니다.

추상표현주의는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방법과 재료를 탐구했는데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행위에 중점을 두거나, 또 캔버스에 물감이 스며들게 하는 마크 로스코의 기법들이 바로 추상표현주의에서 추구했던 새로운 시도들입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설명을 들으면 정말 잘 나가던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방황하기도 했다고요?

[인터뷰]
아무래도 너무 빠르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미국의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하다 보니까 수많은 언론 매체들이 잭슨 폴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데요. 잭슨 폴록은 자신의 인기가 너무 높아진 점이 오히려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알콜 중독과 마약, 복잡한 여성 편력 등 크게 방황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부인 '리 크래스너' 역시 작가였는데, 폴록의 안 좋은 문제들이 많아지면서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하고요. '리 크래스너'가 유럽에 가 있을 때 폴록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거든요. 잭슨 폴록은 교통사고로 44살의 이른 나이에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됩니다.

[앵커]
잭슨 폴록은 지금 하늘의 별이 됐지만 사람들에게 큰 에너지를 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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