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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멘탈'이 무너질 때 나를 지키는 '마음가짐'은?

2023년 08월 01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사

[앵커]
우리는 살면서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게 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죠. 그때마다 부정적인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천천히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 에서는 멘탈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을 때 나를 지키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살면서 '멘탈'이 무너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그럴 때 나를 지킬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크고 작은 위기가 찾아오죠. 위기는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그럴 때 평상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마음이 흔들리게 되죠. 평상시와 다르니까요. 그럴 때 너무 힘든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회피'가 순간의 나를 지켜주기 때문인데요. 장기적으로 봐서는 현실을 피하기보다는, 보다, 건강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회피해도 문제는 그대로 내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앵커]
보통 멘탈이 무너지는 일을 겪었을 때 정말 많이 회피하는 것 같아요. 회피를 안 하고도 건강하게 대처할 수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쉽지 않지만 연습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건강한 대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건강한 대처란 위기로 인한 상처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생채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에요. 상처받은 나 자신을 보듬을 때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안전한 현실로 나를 데리고 가는 적극적 방법이에요. 이 때 필요한 것이 건강한 대처 자원입니다. 대처 자원은 여러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신체적인 수준의 자원은 내가 건강하도록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가?"를 점검해보시면 알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식사와 운동이죠. 예를 들어 겨우 하루를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활력 있게' 사는 수준의 자원이 필요하고요. "심리적인 수준의 자원은 힘들 때 내가 어떻게 하는가?" 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즉, 내가 어떤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행동이 나 자신에게 유익하도록, 즉 생산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다, 더 생산적으로 나를 돌보는 자원이 많을수록 좋겠죠.

[앵커]
신체적인, 심리적인 수준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데 이걸 갖추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 아니예요? 만약에 건강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야 되나요?

[인터뷰]
맞습니다. 많은 경우, 겉보기엔 멀쩡하고 잘 사는 것같이 보여도 마음속은 불편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야말로 마음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오늘은 살아가야 하니까요. 이런 경우가 있어요. “멋진 나만 인정하는 사람” 타인에게 보여 지는 자기의 모습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몰두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나 지금 초라해 보이는 거 아닌가?’ ‘나 좀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큰일인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멋진 나”만 세상에 전시하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나는 점점 줄어들게 되지요. 이를테면 ‘과거보다 못난 지금의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현실의 나를 부정하고 외면하게 되면서 마음은 더 쑥대밭이 되어갑니다.

[앵커]
또 다른 예시로 나의 힘듦이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많은 분들이 힘들 때 힘들다고 얘기하지 못해요. "반드시 혼자 해결해야 해! 그게 멋지고 바람직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그래서 속으론 이렇게 생각해요. "힘들어도 절대 티 내지 말아야지!" "힘든 건 나약한 거니까" "내가 힘든 걸 티 내면 더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일거야." 이렇게 힘든 순간의 내 마음을 돌보기, 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질 내 모습에 집중함으로써 나의 힘듦은 방치됩니다. 나의 힘듦에 비생산적으로 대처하면서 심리적으로 점점 약해지겠지요.

[앵커]
멋진 나만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니깐 무슨 마음인지 잘 이해가 되는데 그런데 나의 마음을 잘 돌보지 않고 방치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인터뷰]
네. 이렇게 내 마음을 방치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져요.

첫째, "현실의 자기"와 "세상에 보여지는 자기"의 모습 간의 간격이 벌어집니다. 둘 간의 차이가 커지는 거죠.

둘째, "현실의 자기"는 점점 뒷전이 되고, 무관심해지면서 자기를 점점 챙기기 어려워지고 그것이 또 습관이 되어갑니다.

셋째, "보이는 자기"에 큰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데요. "멋진 사람이어야 해! 좋은 사람이어야 해!" 등과 같이 수많은 당위(must)에 지배당하며 살아갑니다.

넷째,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 혼란스럽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요. “현실의 자기”와 "세상에 보여 지는 자기"가 서로 만나지 못한 채 분열이 되기도 하고요.

다섯째, 혼자 있을 때 공허감이 밀려옵니다. 외롭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감정 또한 외면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기에 부정적인 감정은 억압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계속해서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요. 또 다른 부정감정이 생겨나고 몸은 아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내 마음을 방치 하는 삶이 습관이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에요.

[앵커]
그렇다면 내 마음이 약해진 상태임을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혼자서도 체크 해보시면서 내 마음이 지금 좀 약해졌나? 내가 혹시 내 마음을 방치 한 건 아닐까? 점검해보시며 좋겠어요.

1) 나는 가치가 없어.라는 생각이 빈번하게 든다
2)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3) 왜 사는지 모르겠다.
4) 잘못된 건 다 내 탓 같다.
5) 별 나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자꾸 짜증 나고 피곤하다.
6) 혼자 있을 때 공허한, 텅 빈 느낌이 든다.
7) 나 자신에게 소홀하다(나를 돌보지 않는다)
8) 괜히 불특정 사람에게 짜증이나 화를 낸다(혹은 화가 난다)

생각과 감정, 행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 감정, 행동에 대해 각각 점검을 해보시면서 내 마음이 약해진 상태를 민감하게 돌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몇 개가 해당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하나가 해당 되더라도, 잠시 멈춰서 내가 어떤지? 살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앵커]
잠깐 멈춰서 내 마음을 살펴 볼 수 있으면 좋을 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 보니깐 설명해주신 멘붕을 겪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약해진 내 마음을 어떻게 다시 편안하게 만들 수 있나요?

[인터뷰]
우선 내 마음이 약해졌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들어보세요. 내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 스트레스는 주관적인 것이기에 내가 힘들다면 힘든 겁니다. 그것이 "자기공감"이고요.

그리고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보세요. 내가 힘들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지금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겁니다.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나 스스로가 생각할만한 근거가 있을 거예요. 그 중에서 내가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나를 위해 제거해줘 보고요.

그런데 많은 경우,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환경적 요소로 힘든 경우가 많아요. 갑자기 발생하는 위기 사건이 대표적으로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죠. 그럴 땐 심리적인 대처 자원의 힘이 필요합니다.

첫째, 회피보다는 진정시키기 감정적인 차원에서는 내 마음 속에 힘들거나 찜찜한 게 감지될 때 외면하지 않습니다. 이미 발생한 부정정서를 “진정”시키면서 가는 거에요.

많은 경우, 일시적으로 그 상황을 도망치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덮어버리기도 하는데요. 가능하면 내가 조금 진정되었을 때, 그 불편한 마음을 제대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정감정도 내 것이니까요. 글이 편한 분은 글로 마음을 써보셔도 좋고, 말이 편한 분은 안전한 대상에게 말로 꺼내볼 수 있습니다.

둘째,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기. 내가 어떤 점 때문에 힘들었는지? 문제를 정확히 정의해봅니다.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대처의 실마리를 찾는 접근이에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 속에서도 내가 해결 가능한 문제는 작더라도 존재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 를 찾아내는 게 건강하고 생산적인 대처의 핵심이에요. 그래야 내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질 수 있으니까요. 찬찬히 내 마음과 상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문제에 집중해봅니다. 이때도 혼자 하기 힘들 땐 심리상담에서 함께할 수 있고요.

셋째, 감정 이면의 욕구에 집중하기. 힘든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감정 이면의 욕구에 집중해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어떤 위기가 찾아왔어요. 그때의 나는 두려울 겁니다. 그런데 그 두려운 "감정"에만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일단 두려운데 그 이면에는 내가 원했던 욕구가 있어요. 많은 경우 "안전의 욕구"가 건드려졌을 겁니다.

"내가 안전하고, 싶은데 그 안전감이 뒤흔들려서 두려웠구나." 이렇게 내 욕구를 짚어주기만 해도, 나의 두려운 감정은 한결 더 차분해집니다. 단지 '두려워!' 에 머무르다가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릴 수 있기에, 그 이면의 욕구 "나는 안정감을 원해"에 집중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더 안전해질 수 있을까? 실질적인 대책에 몰입하면서 점점 더 편안해질 수 있는 프로세스에요.

[앵커]
지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분들이 어떻게 하면 편해질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당장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인터뷰]
멘탈이 무너졌을 때에도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평소에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대처자원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평상시에 틈틈이 내 마음을 관찰해보시면 좋겠어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어요. 가령 ‘오늘 내 컨디션은 어떻지?’라는 질문도 나를 관찰하는 질문이에요. 몸이나 마음의 컨디션을 체크 해보시면서 내가 괜찮은지? 괜찮지 않다면 무엇을 나에게 주면 내가 조금 더 괜찮아질지 고민해보는 생각 자체가 내 마음을 평소에 돌보는 마음의 습관이라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자기공감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내가 처한 현실을 당당히 마주하고 내 마음을 돌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사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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