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사이언스 in Art] '날것'에 주목한 예술…장뒤뷔페의 생애와 작품

2023년 08월 04일 오전 09:00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뒤뷔페는 프랑스 미술 교과서에 등장 1순위 작가로 손꼽힐 만큼 피카소와 더불어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데요. 장 뒤뷔페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로 다듬지 않은 '날것' 예술에 주목해 '아르 브뤼'라는 개념을 창시한 작가입니다.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장 뒤뷔페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아르 브뤼'(art brut)라는 개념도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소개할 작가가 우리가 예전에 다루기도 했던 장 미셸 바스키아가 아주 존경했던 작가라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오늘 소개할 작가인 장 뒤뷔페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 활동했던 키스해링은 장 뒤뷔페에 대해서 "나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장 뒤뷔페의 이미지를 보고 내 이미지와 얼마나 비슷한지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관심 있게 봤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자유롭고, 큰 인상을 주는 두 스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장 뒤뷔페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본격적으로 장 뒤뷔페가 어떤 작가인지 이야기 나눠볼까요.

[인터뷰]
네, 장 뒤뷔페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최후의 파리 예술가'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기존의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앵포르멜을 선두 한 작가입니다. 특히 '앵포르멜'은 지난번 박서보 화백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다뤘던 미술 사조죠. 정형화되고 아카데믹한 미술에서 벗어나 비정형적이고 서정적인 회화를 지향하는 게 특징이었는데요. 장 뒤뷔페가 바로 이 앵포르멜의 선구자였습니다.

1901년에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태어난 장 뒤뷔페는, 부모가 와인 도매상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30대까지 와인 업에 종사하다가, 41살의 어찌 보면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비록 상대적으로 늦은 시작이었지만 일찍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화풍을 전개해 나갔는데요. 자유분방한 선의 사용과 마치 어린아이 같은 스타일로 작업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장 뒤뷔페는 '아르 브뤼'라는 개념을 창시하면서 현대미술에 큰 획을 긋고요, 이 개념을 바탕으로 비주류 미술, 즉 아웃사이더 아트에 무게를 두고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앵커]
장 뒤뷔페가 방금 말씀하신 '아르 브뤼'를 창시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개념인가요?

[인터뷰]
아르 브뤼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미술'을 의미하는데요. 장 뒤뷔페는 아웃사이더 미술, 그러니까 주류에 속하지 않는 미술도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아르 브뤼를 주제로 활발하게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장 뒤뷔페는 어린아이의 그림이나,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그림에 주목했는데요. 뒤뷔페는 이에 대해서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회적 명성이나 경쟁 같은 것에 속하지 않은 채로 진정한 창작 욕구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가 그린 그림보다 소중하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뒤뷔페는 주류 문화가 예술에 있어서 새로운 발전을 흡수하기도 하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아르 브뤼만이 이런 문화의 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한 동기로 창작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앵커]
정말 날것에 주목한 작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 장 뒤뷔페는 왜 비주류 미술에 집중한 걸까요?

[인터뷰]
장 뒤뷔페가 남긴 말 중에는 "네 발 앞에 있는 걸 봐라! " 라는 말이 있습니다. 1951년에 한 강의에서 '반문화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문화를 분석하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자연의 형태에 가깝게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통적인 미의 개념을 버리라고 하거든요.

장 뒤뷔페는 예술이 제도권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요. 그러면서 땅의 갈라진 틈이나 반짝이는 자갈, 풀 포기 같은 것들에게 찬사를 보내라고 하면서 ‘원시 예술’을 지향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의식적으로 아름다움을 쫓는 게 아니라, 순수한 창작 충동에 집중하는 어린아이나 정신 질환자 혹은 문명권 밖에 있는 사람들의 그림에 주목한 겁니다.

[앵커]
뭔가 때 묻지 않은 창작 동기를 아주 중요시하게 생각했던 작가인 거 같은데, 장 뒤뷔페가 했던 작업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장 뒤뷔페 하면 '쿠쿠바자'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쿠쿠바자는 패션과 퍼포먼스, 입체와 평면, 가면, 오브제 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예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움직이는 그림 공연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뒤뷔페는 쿠쿠바자에 대해서 '더이상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닌, 실존하는 그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장 뒤뷔페가 '발포 폴리스티렌'이라는 재료로 조각을 만드는데, 이 조각으로 의상을 제작해서 배우들이 입고 공연을 합니다. 1973년에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하고요. 이 쿠쿠바자 공연은 계속해서 대중과 만나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작품을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니라 거리로 걸어 나오게 합니다.

[앵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귀여운 공연이었을 거 같은데요. 이 쿠쿠바자가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시리즈를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우를루프는 장 뒤뷔페의 대표적인 시리즈인데요. 우를루프 라는 단어는 ‘외치다, 울부짖다, 늑대’를 뜻하는 각각의 프랑스어를 합쳐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에너지를 담은 이름인데요. 뒤뷔페는 이 작업에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검은 선과 함께 주로 붉은색과 파란색, 흰색을 사용했습니다. 선은 자유로우면서도 색은 제한적으로 사용해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무의식적으로 연결된 이 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인물이나 형상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1962년에 처음 시작되어 수십 년 동안 사랑받고 있고요, 앞서 소개한 쿠쿠바자 공연에서 이 우를루프 시리즈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평면의 그림을 입체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장 뒤뷔페의 작품이 대형 조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Monument with Standing Beast'라는 대형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되어있는데요. 톰슨 센터 앞에 놓여있는 작품으로,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장 뒤뷔페의 3개의 기념비 중 하나입니다. 높이만 약 8.8m에 달하는 대형 조각인데요. '스탠딩 비스트'라는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 있는 동물과 나무, 건축 양식 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뒤뷔페의 시그니처인 우를루프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요. 예술을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장 뒤뷔페의 신념에 따라, 이 작품은 누구나 만지거나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대중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오가는 관광객들에게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앵커]
네, 오늘은 장 뒤뷔페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날 것에서 주는 예술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수경 아트 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