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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그에 대한 심리 파헤치기

2023년 08월 22일 오전 09:00
■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앵커]
사이비 종교, 혹은 다단계 사업 피해 사례는 잊을만하면 뉴스에 들려오는 소식이죠.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나는 저런 일을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왜 지금까지 이런 피해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분들 있을 겁니다.

오늘 '한길 사람속은' 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비 종교를 믿게 되는지, 또 대처 방법까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사이비종교' 라고 규정을 하려면 추종자들이 있는 상태여야 하는 거죠?

[인터뷰]
맞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많은 분들이 간과를 하십니다.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사실 처음에는 뉴스의 헤드라인도 그렇고, 사람들의 관심도 교주나 리더의 엽기적이고 기이한 행각에 집중됩니다. 하늘을 난다고 주장한다든지, 암이나 조현병을 치유한다고 주장한다든지, 축지법을 쓴다는 등의 주장을 보고 있다 보면, "도대체 저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요.

하지만 모든 사이비는 교주를 추종하는 신도가 있어야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아주 중요한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재림예수라고 열과 성을 다해 주장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사이비 종교가 성립할 수 없겠지요.

일정 숫자 이상의 세력이 형성되고, 그 추종자들이 교주에게 충성할 때 사이비 종교는 힘을 갖게 됩니다. 물론 사이비는 종교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닙니다. 수상쩍은 다단계나 유사과학으로 보이는 사업, 또는 자기계발 모임이나 치유 단체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원리로 운영되는 수많은 형태의 사이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이비들은 추종자가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추종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분명 앞서 저희가 말씀드린 것처럼 저기에 왜 속지? 이렇게 생각이 들어도 말씀하신 것처럼 추종자가 분명히 있거든요.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나라면 절대 사이비에 빠지지 않을 텐데."라고 자신하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보자마자 "이것이 사이비구나!"하고 판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제가 처음 뵙자마자 "안녕하세요, 저는 재림예수입니다. 저는 하늘을 날 수 있고, 모든 불치병을 고칠 수 있으며 미래를 예언할 수 있어요. 저를 믿으세요" 라고 하면 당연히 믿지 못하시겠죠. 한눈에 봐도 수상하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당연히 저를 피할 테니까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을 텐데,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황당하고 이상한 면모를 보여준다면 누구라도 사이비에 빠지지 않겠죠. 하지만 처음에는 아주 평범하고, 심지어 주변의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믿을 만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사이비의 특징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이비는 사기꾼의 수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여러 사람을 상대로 거액을 빌린 후 잠적한 사기꾼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 사기꾼이 처음에는 소액을 빌렸다가 바로 갚는 모습을 반복하여 보였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이 사람은 돈을 잘 갚을 사람이다" 라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나가며 점점 더 큰 금액을 빌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다음에 아주 큰 금액을 어느 순간에 빌리고 바로 잠적해버리는 겁니다. 사이비의 경우도, 처음에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아주 공들여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겁니다.

[앵커]
말 그대로 스며드는 거네요. 그렇다면 어떤 심리를 이용해서 믿게끔 하는 건지 심리학자로서 이야기해주시죠.

[인터뷰]
종교든, 다단계든, 자기계발 모임이나 공부 모임이든, 어떤 형태의 사이비든 간에 이들은 인간의 취약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떤 버튼을 누르면 작동할까?"를 시험합니다.

예를 들어 벌써 십여 년 전 이야기지만, 대학가 인근의 24시간 운영 카페에서 심리검사를 해준다든지 심리상담을 해준다고 말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주의하라는 공지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에 밤을 새워 공부하다 울거나, 혼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밤늦게까지 앉아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자신이 인근 대학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인데 연구에 필요하니 검사에 참여해 줄 수 있겠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힘든 순간에 다가와 다정하게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자신을 보여주면, 자신이 혼자고,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수차례 '상담해 주겠다'며 만나서 점점 더 친분을 쌓게 되고, 결국 상담의 명목으로 말했던 개인사들은 모두 그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어 버리는 거죠. 당시 이런 형태의 사이비가 극성을 부리고 심지어는 한국상담심리학회의 로고까지 도용하여 사용하는 일이 벌어져서, 학회 차원에서 주의 공고가 내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이런 방식은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심리적으로 공허한 부분을 사이비 종교가 좀 채워주면서 그 부분을 비집고 들어간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좀 친분을 쌓아간 후에 거절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하는 거겠죠?

[인터뷰]
정말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게 종교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다단계라고 치겠습니다. 절대로 처음부터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가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자주 살갑게 안부도 물어봐 주고,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아주 잘 들어줍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슬쩍, 자신이 가는 공부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하거나 판매 설명회에 같이 가자고 하는 식이 되죠. 아니면 은근슬쩍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 홍보를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일단 친해진 사람에게 경계를 풀고 되도록 부탁을 들어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키지 않아도 한 번은 가보지 뭐, 이런 식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한 번 사이비 집단에 발을 들이게 되면, 그 어떤 다른 집단보다도 강렬한 소속감을 주어서 그 사람을 더욱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소속감 없이 외롭다, 아무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이런 소속감을 한 번 느끼면 빠져나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론 친분과 소속감만으로 사이비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
저도 오래전 군대 동기가 연락이 와서 다단계에 한 번 끌어들이려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사이비 추종자들을 보면 그냥 마음을 여는 게 아니라 아주 열성적으로 충성을 다 하잖아요? 그렇게 되는 심리는 뭘까요?

[인터뷰]
이게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모든 사이비는 비전과 소명을 제시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있으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상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듣는 분들은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상주의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 훨씬 쉽게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비는 그것이 종교든 사업이든 모임이나 단체든, 언뜻 보기에 아주 이상적이고 훌륭한 비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고 있다든지, 사람들의 성숙을 도모한다든지, 사랑이 넘치는 밝은 사회로 만들겠다든지 하는 식이죠.

또는 이러한 비전 자체보다 비전을 가진 사람, 말하자면 교주처럼 그 사이비의 중심인물을 따르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이비 중에 자기 계발, 성공을 내세우는 사이비가 있는데요. "이 사람이 손대는 사업 종목마다 늘 대박이야!" 라든지, "이 사람은 경제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어서 이 사람 말은 다 맞아. 이 사람이 투자하라는 곳은 다 해야 해."

이런 말들, 종종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유튜브나 오픈 카톡방의 형태로 이런 성공한 한 개인에 대한 신앙 아닌 신앙이 퍼지기도 하죠. 여기까지 듣고 나니 생각보다 사이비가 주변에 널리 퍼져있다는 게 느껴지시죠?

[앵커]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의 사이비가 널리 퍼져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요. 이런 사이비에 빠져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이게 참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데 쉬운 답을 원하는 건 인간의 본성입니다. 더욱이 누구나 인생에서 최소 한 번쯤은 마음이 약해지는 상황을 겪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는 불안하고 갈급하기 때문에 더더욱 쉬운 답부터 찾으려고 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점을 보러 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여러 다른 선택지들을 고려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그런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쉽고 빠른 지름길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심리상담보다 한 번에 해결책까지 전부 쥐여 주는 점에 더 쉽게 매혹되는 거죠. 이렇게 마음이 약할 때 같은 원리인데요. "내가 바로 답이다!"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너무 쉽게 빠져들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아주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정답'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세상에 쉽고 간편하게만 이루어지는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내가 지금 이 사람의, 이 사업의, 이 모임의 너무 긍정적인 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꼭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어떤 종교의 교리를 접했을 때나 사업 계획을 접했을 때, 치료계획을 접했을 때 또는 새로운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 정말로 신뢰할 만한 것인지 반드시 여러 출처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하게 한다면, 왜 나를 정보에서 고립시키고 자신들에게서만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하는지 반드시 의심해봐야 합니다.

[앵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잘해준다면 다 이유가 있다.' 이 부분 기억해야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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