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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역대 최악의 대형산불…하와이 산불의 원인·대응

2023년 08월 29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하와이 마우이 섬의 대형산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희생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 사례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하와이 역대 최악의 재난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하와이 대형산불의 원인 및 대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이번 대형산불이 발생한 하와이의 마우이 섬이라는 곳이 어디에 위치한 곳인가요?

[인터뷰]
그림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하와이주는 그림의 우측 아래부터 좌측 위쪽으로 빅 아일랜드(하와이 섬), 마우이(Māui) 섬, 오아후(Oʻahu) 섬, 카우이(Kauaʻi) 등 8개의 큰 섬과 기타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호놀룰루 시가 속한 오아후 섬에 과반수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요.

이번에 산불이 난 마우이 섬은 그림에서 화살표로 확대한 곳인데요. 빅아일랜드 다음으로 거주하는 인구가 많은 섬이며, 오하우 섬 다음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으로 미국에서도 신혼 여행지로 인기 있는데요. 오아후만큼 복잡하지 않으면서 쾌적하고, 인프라가 적당히 갖춰졌으면서도 자연을 잘 접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을 받는 섬이지요.

관광객이 많다 보니 숙박비나 물가는 하와이 섬들 중에서도 제일 비싼 편이라고 해요. 이번에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곳 '라하이나'는 옛 하와이 왕국 수도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형산불로 마우이 섬의 가장 큰 도시인 라하이나가 소실되었고, 모두 2천 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약 60억 달러 한화로는 (8조 58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앵커]
최근에 하와이뿐 아니라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형산불의 공통적인 기후 현상이 가뭄, 메마른 대기와 땅, 그리고 강풍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하와이 대형산불의 기후조건은 어땠나요?

[인터뷰]
가장 먼저 극심한 가뭄을 들 수 있는데요.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의 가뭄 모니터링에 따르면 6월 13일에는 마우이 섬의 3분의 2 이상이 가뭄 주의 혹은 보통가뭄이었고, 8월 초에 들어와서 83%가 가뭄 주의, 보통가뭄, 심각한 가뭄 단계였지요. 이렇게 가뭄이 심하게 들면 토양과 식물의 습기가 증발하면서 불이 잘 붙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위스콘신대의 제이트 오트킨 교수는 기후변화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급작스러운 가뭄이 흔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가 강수량 감소입니다. 하와이대·콜로라도대 연구진의 2015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로 하와이의 강우량이 우기에는 31%, 건기에는 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로 바뀌면서 여름철에 들어와 가뭄과 함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지요.

셋째, 강풍이 산불을 빨리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는데요.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빅아일랜드와 오아후에서 풍속은 최고 시속 130㎞에 달했고, 대형산불 피해가 컸던 마우이에서도 시속 108㎞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하와이 섬에서 남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동하던 4등급 허리케인 도라와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 사이의 기압경도가 커지면서 강풍이 발생한 것인데요.

보시는 그림은 허리케인 도라의 경로 도로로써 캘리포니아 남단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하와이 남쪽을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허리케인 도라는 산불이 시작된 8월 8일에 마우이 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지요.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의 전문가인 마스터즈는 허리케인 도라가 하와이의 강한 돌풍에 기여 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산불이 나기 좋은 기후조건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본토는 아니라고 해도 선진국인 미국에서 이렇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의아해하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인터뷰]
일단은 산불이 발생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이었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불이 붙자 불은 강풍과 돌풍을 타고 사람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번졌는데요. 이번에 엄청난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불타기 쉬운 수풀이었습니다. 플랜테이션 농장이 문을 닫으면서 빈 농경지에 기니그래스 등이 하와이 표면의 1/4이나 덮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수풀은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가 빽빽하게 고밀도로 자라는 특성 탓에 산불이 나면 강력한 화염 연료의 역할을 하는데요. 하와이대학 연구진의 기니 그래스 실험 화재에서는 강풍이 없는 조건에서도 화염 높이가 4~5미터를 치솟는 모습이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마우이 섬 관측소에서 관측된 강풍이 초속 30m의 태풍급 강풍이었는데요. 산불이 번지는 속도는 풍속과 비례합니다. 불이 차근차근 타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강풍일 경우에는 불꽃이 하늘에서 강풍에 날아다니며 번져 나가는 것이지요. 초속 30미터의 강풍이 불면서 불에 붙은 나무들이 20~30미터 까지 치올리며 날아가 주택이나 건물을 덮치는 것이지요. 주택이나 건물이 목조건물인 데다가 지붕에는 아스팔트 칠로 방수를 하다 보니 불꽃이 지붕에 떨어지면 순식간에 집들이 불에 타고요. 집들이 불타면서 강력한 화염으로 인해 주변의 자동차나 시설에 불길에 휩싸인 겁니다.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면서 미리 대피하지 못해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던 것은 산불의 맹렬한 이동속도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마우이 섬의 남쪽 높은 산은 3천 미터를 넘는데 지형적인 영향으로 더욱 강한 돌풍을 만들어내면서 산불진화 헬리콥터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하와이 대형 산불이 원인이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고요?

[인터뷰]
당시 미 국립 기상청은 하와이 지역에 화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기상청은 허리케인 도라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남쪽으로 잘 지나가지만, 북쪽 고기압과의 강한 기압경도력으로 인해 강한 바람이 예상되며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므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서 강풍 경보와 함께 화재 적색경보를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산불에 대한 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첫째, 정부의 대비 부족으로, 하와이 주 정부는 9년 전부터 마우이 섬의 화재 위험이 크다는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예방·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요.

둘째, 미비한 건축법이 화재를 키웠는데요.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미국 서부 21개 주는 주택 등의 건물 건축 시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등의 재료를 사용하도록 정한 표준법을 채택하는데요. 조지 그린 하와이 주지사가 지난달 '주택난'을 이유로 해당 건축 표준법 채택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셋째, 댐 폐쇄로 인한 물 공급 부족이 있는데요. 하와이 주 정부는 폭우가 발생할 때 댐이 터지면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댐 건설 기준을 강화했고 이에 댐 소유주들은 댐 자체를 폐쇄하기 시작했는데요. 2006년 이후 댐 21개가 폐쇄되었고, 부족한 물관리로 인해 소화전의 물이 부족해서 산불을 진화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인재요소가 다분히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화재 당시에도 대응이 아주 미흡했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마우이 섬에 설치된 80여 개의 비상 사이렌이 하나도 울리지 않았고, 통신·라디오가 먹통이 돼서 주민들의 대피가 더 늦어져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전력회사의 문제점도 있었는데요. 이번 산불의 원인이 송전선이 강풍에 끊기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산불이 났다고 알려졌는데 송전선을 관리하는 하와이안 일렉트릭 전력 회사의 조치가 매우 미흡했다는 겁니다. 강풍이나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고, 강풍에 따른 화재 예보가 나왔을 때도 전력을 미리 차단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지요.

저는 8월 22일 감사원의 보고서에서 미래 물 부족 규모가 정부 예상치보다 2배를 웃돌 것이며, 해외 수입에 의존 중인 식량의 미래 수입 규모가 현재 대비 최대 5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식량 안보 위기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나 해서 실망했는데요. 미래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의 마인드가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 하와이 산불이 일어난 지 약 20여 일정도 지나고 있는데, 아직 실종자가 200명 정도라고 하거든요. 얼른 가족의 품으로 모두 돌아오길 바랍니다.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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