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협 /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국가녹색기술연구소를 방문해보겠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전 세계의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전략이 필요한 때인데요,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이상협 소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녹색기술센터였다가 지난해 말에 기관명이 바뀐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곳인지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국가녹색기술연구소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녹색기술의 씽크탱크이자, 액션탱크'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씽크탱크라고 하면 책상에서 고뇌하는 연구소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생각과 행동을 함께하는, 실제로 행동하는 연구소라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 연구소는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에 적합한, 녹색 기후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국제협력 전략을 만드는 기관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기관명에 기술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많은 분께서 기술을 개발하는 기관으로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실험실, 흰 가운이 없는 연구소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녹색기술, 기후기술의 DB를 구축하고, 기술을 분석하여, 대한민국의 필요한 R&D 전략을 제안하고 국제협력 전략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을 바탕을 국제협력 실행 계획도 수립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후기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싱크탱크, 나아가 액션탱크 역할을 하는 연구소입니다.
[앵커]
연구소라고 해서 흰 가운, 실험실이 생각났는데 실험실 연구가 아니라, 정책과 전략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녹색기술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연구소의 핵심 역할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두 가지 키워드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먼저 '컨설턴트'입니다. 예로 A라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면, 이 A가 이산화탄소 감축, 지구온도 저감, 산업체 환경·사회·투명경영(ESG)에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진단을 하고요. 나아가, 이 A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분야에서 활용하면 좋을지는 물론이고, 기금 확보 방안 등도 함께 고민을 해주는 역할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기술을 선정하고 확산하는 컨설턴트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데이터 전문가'입니다. 녹색기술 관련 데이터를 취합해서, 이 데이터를 단순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유용한 정보로 변환하여, 궁극적으로 가치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자면, KDI와 유사한 역할이죠.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제성장률이 얼마다 식의 전망치를 내서 실제 국가, 기업들의 전략을 수립하는데 하나의 지표를 제시하잖아요. 우리 연구소도 '국가기후기술정보시스템(CTIs)'이라는 데이터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고, 곧 탄소중립 전략지도도 완성되는 만큼 데이터 전문가로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다양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요즘, 녹색기술연구소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 소장님께서 현재, 이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노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기후변화라는 것이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결국, 누구 하나 또는 어느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죠. 따라서 국제협력, 국제공조가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시급합니다. 대한민국도 그 소임을 해야 할 것이고요. 우리나라는 GCF 사무소 유치 및 공여금 제공, CTCN 동아시아 사무소 유치 및 공여금 제공, GGGI 유치 등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선도적 소임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이런 다양한 국제적 기반의 효율성과 대한민국 기여도를 올리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공여(donation) 성격의 국제협력 틀에서 고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에 발맞춰서 우리 연구소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하여, 해외 감축분 확보 방안을 고려한 개도국 지원 전략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요. 그리고 최근 선진국과의 국제협력 추진과 관련하여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기후변화 대응에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만 생각했는데 기후변화 적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간단히 말씀드려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후변화 대응은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데요.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3'은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기후변화 완화 실패'와 '기후변화 적응 실패'를 각각 1, 2위로 선정했습니다. 인류 최대의 위협이 기후변화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기후변화 적응에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일종의 '뉴노멀'입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상황인 것이죠. 마치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일상에 우리가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 강도를 줄이고,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적응을 위해서는 녹색기술연구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기후적응기술 확보도 매우 중요한 한 축일 것이고요. 기후변화 감시 예측 및 영향평가를 기반으로 한 회복력 강화, 건강 및 식량 생산 등 인류에게 미치는 문제 대응을 위한 피해저감기술이 주요하게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해외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인터뷰]
미국과 중국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방향을 보시면, 이 질문에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협력입니다. 경제, 정치,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미, 중이 유일하게 협력하고 대립이 아닌 경쟁하는 분야가 바로 기후변화 대응 분야라고 합니다.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은 유럽이 앞서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로 볼 수 있는데요.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우기로 약속했기 때문인데요. 이 시점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두 나라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양국의 참여로 파리협정이 맺어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약속인 이른바 '신기후체제'가 등장한 것이죠.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 탈퇴하는 등 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 앞에서 양국의 유일한 선택은 '협력'이다"라는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협력이라는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 노력이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전 세계가 정치,경제,이해관계를 버리고 기후 변화에 대해서 손잡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해외 여러 나라와의 협력도 필요할 텐데요, 어떤 방안이 있나요?
[인터뷰]
대한민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은 GIVE부터, WIN-WIN까지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GIVE 관점의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자금, 둘째로 기술 마지막으로 협력 및 지원이 필요한 수요발굴입니다. 대한민국은 자금과 기술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제 재원 기구인 GCF(녹색기후기금)를 제일 처음 한국에 유치하고 있고, 기술 역시 국가녹색기술연구소에서 수행한 45대 기후기술 수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한국의 기술 수준은 8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GIVE의 대상인 수요처 발굴을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우리 연구소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기술메커니즘 이행기구인 CTCN과 적극적인 협력 채널을 10년 전부터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또,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와도 적극적인 협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WIN-WIN 인데요. 포인트는 주요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대한민국이 확보해야 할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전략, 나아가 상대국 기술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give and take' 또는 'win-win'이 될 수 있도록 선진국과의 기술국제협력 전략 연구를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앵커]
기후위기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이렇게 최일선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기관이 있다는 게 어쩐지 조금은 든든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과 함께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