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과학의 달인] 빛으로 수돗물 속 미세플라스틱 빠르게 잡아낸다!

2023년 08월 31일 오전 09:00
■ 유용상 /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앵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강이나 바다 같은 물속에서 환경오염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데요. 최근 빛을 활용해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빛으로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잡아내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바이오의 공학부 유용상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흔히 편의점에서 사 먹는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요.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실생활에서 얼마나 노출이 되어있을까요?

[인터뷰]
실크 티백으로 불리는 삼각 티백 1개로 우려낸 티 한잔 속에는 약 116억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31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 노르웨이 시판되는 4개의 브랜드 생수병에서는 지름 100나노 수준인 나노플라스틱 1mL당 평균 1.6억 개 나온다고 합니다. 성인 기준 하루에 2L 정도 물을 섭취한다고 보면, 연간 120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을 마시는 것이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강 2곳에서,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오염된 곳이라는 사실도 우리나라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죠.

[앵커]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빛으로 수돗물 속 미세플라스틱을 빠르게 잡아내는 기술을 개발하셨다 하셨는데요. 어떤 기술인지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알려져 있는 플라스틱은 크기가 약 1마이크론부터 5mm에 해당하는 크기에 속하는 플라스틱을 의미합니다. 이런 크기는 나노 섬유나 거름망으로 걸러집니다. 1마이크론 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더 촘촘한 거름망을 사용해야 합니다. 거름망이 세밀해질수록 통과하는 물의 양이 적어져서 제대로 충분히 거르기 어렵거니와, 실제로 걸러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원래 부유물이라고 하는 것들은 물이나 공기 중에서 크기가 작을수록 더 확산이 잘 이뤄지기에 농축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물 안에서 전기, 정확히 말하면 전압을 줘서 일정한 방향으로 모일 수 있는 나노 칩을 제작했습니다. 한곳에 모이게 만들면 이제 모인 곳에 돋보기를 들여다보듯이 빛을 쏴서 어떤 플라스틱 종류가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나노 크기의 입자는 눈으로 볼 수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레이저를 쏘아서, 거기서 나오는 산란 된 빛으로 어떤 성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낱개로 보면 너무 작아서 무슨 종류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지만, 불을 갖다 대면 보이는 거죠. 마치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헬기를 타고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는데, 한 마리의 멸치는 볼 수 없지만, 떼 지어 다니는 멸치군단은 볼 수 있죠? 그런 식으로 모아서 보겠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좀 쉬워집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자석처럼 끌어모아서 확인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인터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원리라서 설명이 참 어려운데요. 마이너스 대전 된 입자를 플러스 전하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기면 가능하죠? 그것을 인력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기영동법이라고 해서 직류전압을 가하면 가능하죠.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은 고분자의 종류라서요, 전하를 띄지 않는 종류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교류전압을 가해줘서, 특정 주파수의 교류전압에서 마치 전하를 띤 것처럼 만들 수 있죠. 이를 '유전 영동법'이라고 합니다. 입자를 분극 시킨다고 하죠.

분극이 된 입자는 전극의 특정 부위로 모이게 되고 그로 인해서 제가 전기를 통해서 모인다, 해서 전기 집게 역할을 하는 전극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하는 겁니다. 물 안에 떠다니는 나노입자를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나노 전극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앵커]
전하를 띄지 않는 종류를 전하를 띄게 만드는 기술이다. '유전 영동 현상'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는데, 원리를 좀 더 쉽게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
'유전 영동 현상'은 마치 자성이 없는 입자를 자성 입자로 만들기 위해 전압을 가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자석의 S극이든 N극이든 어떤 극성도 입자에 극성을 띄게 하는 현상이고, 그 현상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움직이게 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면 되겠죠.

여기서 제가 개발한 나노갭 칩이 가지는 특이한 점은, 멀리 있는 나노입자들도 농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죠. 적절할지 모르지만, 이 스튜디오 안이 거대한 수조라고 가정하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눈에 보이지 않은 먼지들이 나노플라스틱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제가 개발한 나노 집게 칩에 전압을 가해주면, 에어컨이 켜진 것처럼 바람의 흐름이 생기고, 그로 인해 먼지들이 다 제 앞에 있는 특정 부위로 모일 수 있게 디자인된 전기집게 칩을 만든 것이죠. 먼지를 잡아낸다는 개념 때문에 집게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지만, 깊은 과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앵커]
앞서서 전기적인 흐름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농축을 시켜서 거기서 레이저를 쏴서 그것을 산란시킨 빛으로 알아낸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거든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 영역에 있는 거고요. 가시광선은 300~800나노 파장을 가지는 빛인데요, 그거보다 작은 입자를 파장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물 안에서는 그것보다 작은 파장을 쏴주면 열이 발생하고 그래서 작은 입자를 모을 수가 없죠. 그래서 700나노의 레이저를 쏴주면서 그 레이저에 나노플라스틱이 빛을 맞고 산란 되면 그 산란 된 빛을 통해 '라만 분광법'이라는 방식으로 어떤 물질이 이뤄져 있는지 성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일종의 간접 관찰이다, 할 수 있겠는데요. 기존에 미세플라스틱을 잡아내는 기술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개발하신 기술에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기존에 미세플라스틱은 거름망을 통해 잡아냅니다. 저희가 체를 친다고 하죠? 거름망의 크기보다 큰 입자들만 걸러내서 필터링하고, 작은 입자들을 거름망의 구멍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실제로 강가에 가서 잠자리채나 거름망 같은 것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채집합니다. 거름망의 구멍 크기가 물리적으로 제일 작게 만든 것이 수십 마이크론이거나 수 마이크론입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대로, 체의 구멍이 작을수록 필터링 속도가 매우 느려져서 50L 드럼통을 하나 거르는데 8~9시간이 걸립니다. 그 안에서 미세플라스틱 많아 봐야 10개 정도 거를 수 있어요. 나노플라스틱은 못 거릅니다. 그래서 기존 방식은 오래 걸리고 제가 타겟하는 나노플라스틱은 못 거르는데, 제가 개발한 방식은 사이즈가 지금 나온 거름망 방식보다 100배나 작은 크기를 10초 만에 걸러내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앵커]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잡아냈다는 과정을 확인하셨을 텐데요. 그 과정을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인터뷰]
실험 과정을 다 말씀드리면, 너무 어렵고요.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미세플라스틱을 떨어뜨릴 나노갭 칩을 전극을 연결해서 만들고요. 칩의 크기는 2센티x2센티로 작습니다. 거기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액체를 조금 떨어뜨린 후 커버 슬라이드로 덮고, 전선을 연결해서 교류전압을 가해주면 현미경으로 레이저를 쏴주는 동시에 특정 입자들이 특정 공간으로 모이고 이를 라만 분광법으로 통해서 산란 광을 읽어서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액체 안에서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활용되려면, 넓은 바다나 강에서도 쓸 수 있어야 할 텐데, 이게 가능할까요?

[인터뷰]
아주 예리한 질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유전 영동 방법은 입자를 움직이기 위해서 물이 아주 깨끗해야 합니다. 깨끗하다는 말은 부산물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이온이 덜 있을수록 잘 된다는 뜻이죠. 우리가 먹는 물에도 이온이 많이 있죠, 미네랄 워터라고 하잖아요. 이러한 물은 사용하기 어렵죠. 근데 성능이 좋은 유전 영동력을 만들 수 있는 나노갭 칩은 이온이 존재하더라도 동작을 잘합니다.

저희가 만든 칩은 이번에 수돗물에 섞여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농축하는 데 성공했고요. 아직은 바닷물까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칩을 잘 만들어도 바닷물에 있는 플라스틱을 정제하고 검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바닷물의 염분 자체가 이온이기 때문에 불가능하죠. 하지만 내 천이나 강물 같은 민물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강이나 바다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데, 오늘 소개해주신 기술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유용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