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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돌아서면 기분 나쁜 '말'…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23년 09월 12일 오전 09:00
■ 김지은 / 상담심리학자

[앵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듣는 순간에는 별생각 없이 그냥 넘겼지만 돌아서면 머릿속에 맴돌면서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왜 이 말이 기분 나빴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돌아서면 기분 나쁜 말들에 대한 이야기와 왜 그런 심리를 갖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돌아서면 기분 나쁜 말!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겠죠?

[인터뷰]
말씀하신 대로, 스스로 정확히 이유를 알 수가 없는데 돌아서면 기분 나쁜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상황도, 이유도 다양한데요. 오늘은 그중에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평소에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했던 것에 비하면 서로 달라 보이는 이야기가 한 번에 함께 나온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오늘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며 그 말을 들었던 순간들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이런 순간들을 경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론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말 뒤에 상대방의 숨은 의도나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도나 그 말의 저변에 깔린 자신의 사고방식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앵커]
예를 들면 어떤 상황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정말 다양한 상황이 있는데,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여기 대학생 A 씨와 B 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교의 같은 과 동기로, 상당히 친한 사이인데요. 어느 날 A 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실릴 홍보 사진의 모델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라간 자신의 사진이 잘 나와서 무척 만족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B씨가 A 씨에게, "사진 너무 잘 나왔다. 너무 예뻐서 너인지 몰랐어."라고 말하는 겁니다. A 씨는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지만, 어쨌든 사진이 잘 나왔고 예뻐 보인다는 칭찬인가? 라고 생각하며 넘겼습니다.

문제는 이 말이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반복이 되었다는 것이죠. A 씨는 이 말을 반복해서 B 씨에게 들을수록 기분이 점점 나빠졌는데, 자신의 기분이 정확히 왜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A 씨는 첫째, 이 말이 왜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인가? 둘째, B는 나에게 왜 계속 이 말을 하는 것인가? 라는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할 수가 없었는데요.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앵커]
제가 A 씨여도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도 어느 날 모니터링을 해주던 친구들이 '오늘 너무 멋지다, 메이크업이 잘 됐나 보다,'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그러면 B 씨는 A 씨의 사진이 잘 나온 것이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인터뷰]
물론 B 씨에게 직접 물어보기 전에는 아주 정확한 답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B 씨에게 직접 물어봐도 과연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알아차릴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추측과 짐작을 해볼 수밖에 없겠는데요. 만약 B씨가 A씨 에게, "사진 너무 잘 나왔다. 예쁘더라."라고 말했다면 A 씨는 기분이 나쁘지도, B 씨의 말에 의문을 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예뻐서 너인지 몰랐어."라는 말은 "너 사진과 다르다. 예쁘지도 않은데 사진이 예쁘게 나왔네."라는 비꼬는 말로도 충분히 들릴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A 씨에 대한 공격 의도도 품고 있는 말로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A 씨는 충분히 이 상황에서 기분이 나빴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앵커]
무시하기에는 제가 화가나고, 그렇다고 화를 내기에는 화를 낼 만한 거리인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괜찮은가 아닌가 자기 검열을 하게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정답은 없습니다만, 몇 가지 가이드 라인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시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B 씨는 이미 A 씨에게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해왔습니다. 이대로 두면 B 씨는 같은 말을 다시 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데 A씨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B씨가 같은 말을 할 때마다 또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이 나빠지겠지요.

그렇다면 요즘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사이다' 발언을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말하자면 B씨가 그런 발언을 할 때 B 씨에게 무시하는 말이나 공격하는 말로 되갚아 준다는 거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제 3자에게나 속 시원한 결말이지, A 씨에게 좋은 결말을 불러오는 상황이 아닐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이드라인은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공격하지 않되 상대에게 경계를 설정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이 원칙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때 중요해집니다. A씨가 B 씨에게 "너는 찍어봤자 이렇게 안 나와." 이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둘 사이는 완전히 안 좋아지겠지요. 하지만 A씨가 "너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도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 이제 그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면서 B 씨에게 선을 그어준다면, B 씨는 앞으로 자신의 발언을 조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경계 편에서 설명했던 부분과 유사합니다.

[앵커]
네, 이렇게 조금 기분 나쁜 경우들이 눈에 띄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눈치채기도 어렵고 어느 순간 기분이 나쁜 것 같다 그러거든요. 그럼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잘 대처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만, 내가 기분이 나쁜 게 나쁜 게 아닌가 이런 것에 대해 의심을 할 수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맞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한 번 더 살펴 봐야 겠다 객관적으로 어떤 상황들이 발생하는지 살펴 봐야 겠다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죠, 일단 내가 기분이 나쁘면 이상한거야, 라고 하기 전에 이 말에 숨은 의도가 뭐길래 기분이 나빴을까라는 객관적인 근거를 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마이크로 어그레션' 이라는 개념이 있더라고요, 말로 보면 아주 작은 무례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설명을 해주실까요?

[인터뷰]
이게 지금 한국어로 아주 정확한 번역어로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가 아주 명시적으로 알 수 있는 공격이라기 보다는 아주 미세한 먼지처럼 눈치채기 어렵고 하지만 도처에 퍼져 있는 그런 아주 미세한 차별, '먼지 차별'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 어감을 살리기 어려워서 '마이크로 어그레션'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양부모가 모두 있다는 것을 가정한 "부모님은 뭐하시니? 라는 발언이나, 장애인은 일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깔린 "장애가 있는데 직업도 구하셨다니 대단해요! "같은 발언들 어떤 여성 소방관 인터뷰에서 본 말이였는데 "여자 둘이서 왔어요? 어떻게 들려고? 사람을?" 이런 식의 발언들, 악의 없이 말하더라도 굉장히 기분이 상하거든요, 관습적으로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긴 하지만 이게 좋게좋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들이 그대로 들어나는 발언들이거든요, 그럴 때 참아야지 넘어갈 게 아니라 이건 차별이 맞다고 스스로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마이크로 어그레션, 먼지 차별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알게 됐는데요. 먼지는 참는 게 아니라 날리지 않게 막아야 하는 것처럼 마이크로 어그레션도 적절한 대응을 할 줄 알아야겠습니다.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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