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형섭 /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를 방문해보겠습니다.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구 성과는 우리 일상에 적용되려면 중간 검증이 필요한데요, 특히 신약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 연구에서는 동물실험을 비롯한 임상시험이 필수입니다. 이렇게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이어주는 분야가 바로 '중개 임상연구'인데요, 어떤 연구이고, 또 국내 연구 현황은 어떤지 한형섭 책임연구원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제가 소개해드린 대로 중개 임상연구실을 다니고 계시는데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중개 임상연구는 연구실에서 발견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실제 임상연구에 적용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임상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연구소에서 기초 연구를 진행하는 양방향 연구를 의미합니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의 가교역할을 하는 모든 연구가 중개 임상연구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실험의 범위를 점차 좁혀가면서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높일 수가 있고 과거에는 실패했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개발된 기술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용도의 기술로 개발하기도 합니다.
식약처의 통계에 따르면 대략 1만 개의 치료목적을 가진 신물질이 개발되면 그중에 임상을 통과해서 상용화되는 물질은 1개 미만이라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이 5년에서 10년 이상이고 상상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는 합니다. 중개 임상연구는 이러한 과정들을 최적화하여 소위 말하는 의공학 기술의 death valley를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앵커]
한 마디로 기초과학이 상용화 되기 위해 최적화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계신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최근 중개 임상 분야에서는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최근에는 세포치료에 사용 가능한 세포 증식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이전 하였습니다. 세포치료는 우리 몸의 조직이 사고나 질병으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건강한 부위에서 채취한 살아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증식하여 환자에게 직접 주입하는 치료 방법을 말하는데요. 지금까지는 이렇게 채취한 세포들을 실험실 환경에서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해 배양을 하다 보니 우리 몸속 환경과는 다른 점들이 많아 세포들이 증식의 효율이 떨어지고 양질의 세포의 절대적인 양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세포들이 우리 몸 안에서 흐르고 있는 것과 흡사한 미세한 전기 자극에 지속해서 노출되었을 때 더 잘 증식되고 분화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러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이후 이를 상용화 시키기 위한 중개 임상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연구소의 다른 박사님이 개발하신 물의 이동을 사용하여 전류를 발생시키는 물 전지 연구에 관련 세미나를 듣게 되었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두 원천기술을 융합시켜서 세포 배양기 안의 습도를 동력으로 활용하며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전기자극을 발생시키는 세포배양 플랫폼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플랫폼의 경우 친환경적인 한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기기를 구입 할 필요 없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구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접시에 소형의 소모품을 얹어놓는 방식만으로 적절한 전기자극을 세포배양 기간 동안 전달하게 됩니다.
[앵커]
세포 증식 플랫폼이라고 하셨는데, 이게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세포 증식 플랫폼은 다양한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세포를 가지고 새롭게 개발되는 재료의 능력이나 독성을 평가하는 연구실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의약품, 화학 물질, 화장품 등의 소재의 효율적인 최적화를 도울 수가 있습니다.
또한, 환자 개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의료를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데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면 증식된 환자의 세포를 분석하고 조작하여 개별 치료법을 개발하고, 이는 암 치료, 면역 치료, 유전자 치료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면 이식 시 면역 거부 반응이 낮아 매우 우수한 치료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아가서는 조직공학과 재생 의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세포 유형을 활용하여 인공 조직과 장기를 개발하고, 환자의 이식 및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이 기술이 현재 얼마나 상용화에 들어서고 있을까요?
[인터뷰]
이 기술은 최근에 엠오피에 기술 이전되어 가장 먼저 실험실 레벨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재료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근육세포를 활용한 실험들은 어느 정도는 마무리 단계에 와있어서 상용화 단계를 진행 중이고 치과용 임플란트나 정형외과용 임플란트를 이식할 때 적용 시킬 수 있는 골세포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나중에는 신경 재생 쪽 연구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맞춤형 의료 및 개별 치료법의 발전을 통해 더 많은 분야에서 상용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중개 임상 기술을 연구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중개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과 기술이 활용됩니다. 처음으로는 우리 몸에 치료의 목적을 가지는 재료를 개발하는 연구인데요. 그중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법이 의료용 3D 프린팅입니다. 의료용 3D 프린팅은 CT 스캔 등의 의료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확한 환자별 맞춤형 의료 장치 및 인공 장기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수술 시의 정확성과 환자의 회복률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용 3D 프린팅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해 새로운 의료 기기 개발을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동물실험을 통한 조직학적 평가인데요. 연구실에서 개발되는 의료기기는 종종 생체 조직과 상호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학 실험은 이러한 기기의 설계 및 성능 평가에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조직학 실험을 통해 의료기기의 재료와 구조가 조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며, 생체 내에서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게 됩니다. 또한, 조직학 실험은 기기 개발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식별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의료기기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중개 임상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중개 임상연구에 대해 말씀하신 걸 계속 들어보니까, 여러 연구를 아우르기도 하고 서로 융합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중개 임상연구의 중심이 되는 의공학 기술, 대표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대표적인 첨단 의공학 기술로는 2년 전에 저희 팀에서 기술이전을 한 메디컬 홀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좀 더 정확한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3차원적 입체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암 그러니까 종양 제거 수술을 예로 들면 현재 종양 제거 및 외과의 수술적 접근은 CT나 MRI 촬영에 의한 평면적 구조를 바탕으로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여 종양 및 수술 부위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 간 편차가 심하고 수술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 렌즈나 3D 수술용 모니터가 개발되었지만, 이것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경이나 디바이스를 직접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저희 팀은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의공학기술이 접목해 무안경 3D 홀로그램 재현 및 비접촉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현재 개발된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아산병원에서 뇌종양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마무리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의사와 환자 모두 정확한 크기로 구현된 암 조직이나 장기 또는 미세 혈관의 모양을 홀로그램 방식으로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진료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더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에게도 질병을 설명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앵커]
중개 임상연구에 대해 계속 들어보니까 이게 굉장히 중요한 연구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연구기관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연구 부서가 있나요?
[인터뷰]
최근에는 중개 임상연구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어서 관련 부서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까지는 중개 임상연구를 하는 전문가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인데요. 우리나라에는 정말 훌륭한 다양한 연구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계시지만 순수과학, 개발 임상, 그리고 임상을 포함하는 중개 임상연구에 노출되거나 경험한 연구자 수는 많지 않습니다.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에 따른 신약 개발과 맞춤형 의료의 필요 증대에 따라서 중개 임상연구는 이러한 혁신과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연구자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결과물과 상용화의 관점에서 회사들이 원하는 결과물의 차이를 좁혀서 이러한 혁신을 이루어내는 중개 임상연구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사실 중개 임상연구에 대해 많은 분들이 모르셨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면 상용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연구분야인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구 부탁 드리겠습니다. KIST 한형섭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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