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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리비아를 강타한 허리케인…이동 경로·피해 원인은?

2023년 09월 19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9월 3일부터 11일까지 강력한 폭풍이 동부 지중해를 휩쓸면서 리비아에서만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주었는데요. 이상 진로를 보이면서 급격히 발달한 폭풍의 원인과 피해, 그리고 재난이 커진 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연일 저희도 보도를 해드리고 있는데, 먼저 이번에 매우 강력한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이 어디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인터뷰]
설명 전에 먼저 그림을 보게 되면, 다니엘이라는 이름이 붙은 강력한 폭풍은 지중해 동쪽의 튀르키예와 그리스, 불가리아에 피해를 준 후 지중해를 남쪽으로 가로질러 내려와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를 강타했습니다.

폭풍 이름인 다니엘(Daniel)은 그리스 기상청이 이름 붙였는데요. 폭풍 다니엘이 그리스를 강타한 후 지중해로 내려오면서 더욱 강력하게 발달하면서 리비아를 향해 이동하면서 '메디케인'이라고 불려졌는데요. 메디케인은 지중해(Mediterranean)의 앞글자인 Medi에 허리케인(Hurricane)의 뒷글자인 cane을 더한 것으로 지중해성 허리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디케인은 열대성 사이클론의 일부 특성과 중위도 폭풍의 일부 특성을 보여주는데요. 지중해성 기후구의 특징이 가을부터 봄 사이에 저기압이 통과하는데요. 대개 9월부터 1월 사이에 최고로 강하게 발달하는데 이번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력한 메디케인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앵커]
이번 메디케인 영향으로 그리스나 튀르키예, 그리고 불가리아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 지역 피해 규모는 어떨까요?

[인터뷰]
강력한 폭풍은 튀르키예 남쪽 바다에서 이동해 온 저기압이 4일 그리스 남쪽 해상에서 강력하게 발달하면서 다니엘로 이름 붙여 졌는데요. 폭풍으로 인한 호우 기록은 그리스기상청이 기상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55년 이후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폭풍은 그리스 중부 지역과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볼로스 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으며, 자고라(Zagora) 마을의 한 역에 24시간 동안 750mm가 내렸으며, 중부 테살리아(Tesaly)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하루 동안 400에서 600mm의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하루 만에 1년 반치의 엄청난 비가 쏟아진 것이지요. 그리스와 가까운 튀르키예와 불가리아에서도 폭우에 따른 인명피해가 잇따랐는데요.

9월 5일 위성영상을 보시면 그리스 남서쪽 해상에 붉은 원안에 중심을 둔 폭풍 저기압이 위치하고 있는데 비구름대가 튀르키예와 그리스 북쪽 불가리아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3개국에서 최소 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었고 피해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메디케인이 물 폭탄을 쏟아낸 건데, 이동 경로는 어떻게 됐나요?

[인터뷰]
위성사진으로 메디케인이 이동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6일 위성영상을 보면 그리스와 불가리아에 많은 비를 내린 메디케인이 그리스 남쪽 해상으로 내려오고 있는데요. 7일 영상을 보시면 비구름대가 다시 강해지면서 남서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9월 9일에는 리비아 북서쪽 해상까지 내려오면서 더욱 비구름이 강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10일에 리비아 북동부지역으로 비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이때부터 리비아지역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지요. 11일에는 리비아 내륙으로 들어와 지속적인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메디케인은 육지에서 세력이 약해지면서 이집트 쪽으로 동진하면서 소멸했습니다.

[앵커]
메디케인 다니엘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졌는지와 피해 규모는 어땠는지 설명 해주시죠.

[인터뷰]
메디케인으로 이름 붙여진 저기압은 그리스 남쪽 해안에 위치 해있을 때 1009hPa의 기압치를 보였는데 리비아에 상륙할 당시 999hPa로 기압치가 10hPa가 낮아질 정도로 강해졌지요. 리비아 국립 기상 센터는 메디케인 다니엘로 인해 9월 10일 리비아 북동부 지역에서 시속 70-80k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고 전했는데요. 이 정도의 바람은 초속 20미터 보다 약간 강한 정도로 우리나라 태풍분류에서는 약한 태풍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강풍으로 통신이 중단되고, 전기 타워와 나무가 쓰러졌고요. 알-바이다를 포함한 몇몇 도시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하여 일일 최고 강우량인 414.1mm를 기록했는데 리비아 관측 사상 최고강수량이라고 국립기상센터가 밝혔지요. 이번 재난으로 인해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리비아 정부는 피해를 입은 모든 도시에 3일간의 애도 기간을 발표하고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인프라도 취약해서 비가 조금만 와도 와르르 무너지면서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나 싶은데요, 특히 해안도시인 데르나의 피해가 매우 컸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이번 폭풍우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도시가 북동부에 위치한 해변도시 데르나인데요. 데르나는 폭풍 피해에다가 인재까지 겹쳐 피해가 너무 컸는데요. 리비아 당국에 따르면 댐 두 곳이 붕괴 되면서 쏟아진 물이 데르나를 덮쳤다고 하는데요. 댐 붕괴로 인해 다리 3곳이 파괴되었고 다리를 무너뜨린 물이 도시 주변 지역 마을들을 모두 바다로 쓸어버렸다고 리비아 국방군(LNA) 대변인은 말합니다.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리비아 구급 당국 대변인은 "데르나 지역 병원들에 시신들이 가득 차 있어서 더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시체안치소 외곽에 시신들이 방치돼 있다."고 밝혔고요.

현재 자원봉사자들은 썩고 있는 시신을 수거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8천 명에서 최대 2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는데요. 데르나의 인구가 12만5천 명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었다고 볼 수 있지요.

[앵커]
정말 많은 희생자가 나와서 안타까운 마음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지중해에서 강력한 폭풍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를 덮쳤던 이상폭염이 재앙적인 메디케인으로 이어졌는데요. 지중해 지역에서 메디케인처럼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고 특히 이번처럼 동쪽 지중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이번 메디케인 다니엘이 이동 경로를 보면 더욱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림처럼 3일 튀르키예 남부해안에서 그리스로 이동해 폭우를 내렸던 5일까지는 온대성저기압이었는데요. 편서풍 지대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데 그리스에서 폭우를 내린 다니엘이 지중해로 내려오면서 7일부터 메디케인으로 성장해서 10일에 리바아의 북동해안에 상륙했고 이후 이집트로 가면서 소멸했는데요.

기후전문가들은 전 세계 바다 온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뛰면서 달궈진 지중해 수온이 메디케인으로 성장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평년보다 2~3도 이상 높은 지중해 바다를 지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아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발달한 것이지요. 독일 라이프치히대 기상학자인 카스텐 하우스타인은 "온도가 올라간 대양은 우기의 폭풍 강우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더 격렬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앵커]
이제는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평범한 일이 될 정도로 변화가 워낙 잦은데요, 그런데 이번 리비아 대형재난에는 자연재난보다는 인재의 성격이 더 크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번 재난이 인재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비아의 정치 상황을 이해해야만 하는데요. 리비아는 42년을 집권했던 독재자 카다피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축출되고 그 이후 두 정부로 나뉘어 권력투쟁을 벌여왔습니다. 서쪽을 지배하는 국민통합정부(GNU)는 리비아 북서부 트리폴리에 위치하며 유엔의 지지를 받고 있고, 동부지역은 리비아 국군(LNA)이 장악하고 있지요, 이번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데르나는 리비아 국군 행정부의 통제에 있는 지역입니다. 국가적으로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국가의 기반시설들이 노후화되고 관리가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번에 피해가 가장 컸던 데르나는 댐들이 파괴되면서 쓸려 내려간 건데요. 이전부터 계속 문제의 댐들을 보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고, 작년에도 '큰 홍수가 발생할 경우 댐 두 곳 중 하나가 터지면서 데르나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고 해요 또 이번 폭우와 강풍에 대한 리비아기상청의 예측이 미흡했고, 재난이 닥쳤을 때 대피 등의 경보도 없었지요.

오픈대학의 케빈 콜린스 박사는 "데르나의 비극은 리비아의 예보·경보·대피 체계가 제 역할을 못 한 결과인 측면이 크다."고 말합니다. 리비아의 한 고위관리는 인터뷰에서 "리비아는 그런 수준의 재앙에 대비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국가가 국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전혀 없을 때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이며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대비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네, 리비아 홍수로 인한 희생자 집계조차 정확히 되고 있지 않을 만큼 현지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하루 빨리 수습이 되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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