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1947 보스톤'입니다.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빅3 영화 중 하나인데요. 일찍이 개봉일을 확정 짓고 가장 먼저 언론에 영화를 공개하는 등 추석 연휴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영화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첫 국가대표'입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광복 이후 태극기를 달고 우승한 첫 국제 스포츠 대회를 배경으로 한 실화 영화입니다. 첫 국가대표라는 실화의 힘,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의 힘이 담긴 영화이기도 합니다. 해방은 됐지만 미 군정의 통치를 받던 1947년 대한민국.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나가야 하지만, 국제대회 참가 기록이 없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우승자는]
[손 키테이]
[영웅은 무슨, 일본 사람 이름으로 기록에 남은 거지]
[기자]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손기정은 영광을 되찾기 위해 1947년 보스톤 국제 마라톤 대회에 나갈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됩니다.
[우리 같이 보스톤 가세]
[내가 뭐...감독하면 뭐 제대로 하지]
[기자]
우여곡절 끝에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이렇게 세 명이 팀을 꾸리지만, 난민국 신분이었던 대표팀은
보스톤으로 떠나는 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데요.
[선생님 유니폼에 일장기 달릴 거 모르고 뛰셨어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조국의 국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그저 달리는 것입니다]
[기자]
실제 마라톤 경기를 보는 듯한 마지막 15분.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를 하지만, 알고 봐도 마라톤의 감동이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대단합니다. 서윤복]
[선생님 저 뛰고 싶어요]
[기자]
여름 빅4 영화에 이어 이번에는 추석 3파전입니다. 연휴 시작인 27일에 동시에 세 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하는데, '1947 보스톤'과 함께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입니다. 긴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을 테니 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천만 영화의 성지였던 여름에 개봉했던 올해 빅4 영화, 성적표는 반대로 처참했습니다. 가장 먼저 개봉한 밀수 만이 512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고 살아남았지만,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추석 3파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우선 천박사가 예매율에서 크게 앞서는 상황인데요. 집에서 편하게 OTT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요즘, 세 편 모두 혹은 셋 중 한두 개라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다음 키워드는 '체지방 6%'입니다. 실화를 다룬 영화인 만큼, 배우가 실존인물과 얼마나 비슷한지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일 텐데요. 배우 임시완은 서윤복 선수와 외형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고 합니다.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에서 배우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바로 싱크로율이겠죠. 배우 임시완은 서윤복 선수가 되기 위해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 체지방률이 6%까지 나오며 마라토너 그 자체의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외형뿐 아니라 극 중 손기정과 맞서는 장면은 물론 마라톤을 하는 그의 표정 등 임시완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권은주 / 마라톤감독 : 서윤복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 비춰지기를 본인이 노력을 했어요 실제 선수들의 한 60~70%까지 같이 (훈련)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강제규 / 영화감독 : 첫 샷을 잡는데 소름이 확 돋더라고요]
[기자]
실화, 그리고 애국심과 연관된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바로 신파 그리고 국뽕이겠죠. 이 영화의 신파와 국뽕은 과하지 않고, 담백합니다.
[강제규 / 영화감독 : 우리가 1945년도에 해방했으니까요. 혼란스러운 그 시기에 꿈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장원석 / 제작자 : 한마디로 노련한 거장 감독님께 맡기고 싶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을 만드느라 잘못한 선택들이 캐릭터를 평범하게 만들어 갈등 해결이 투박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의 애매한 감동을 만들어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임시완 / 배우 : (서윤복 선수는) 남들보다 전문적인 교육 혹은 전문적인 서포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누구보다 경험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다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결국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정신력, 의지 그런 것이 굉장히 타고난 분이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마라톤 영화라 그런지 보면서 함께 숨이 가빠지는 것 같은데요. 양훼영 기자와 함께 이어서 영화 속 과학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봄과 가을에 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는데요.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인데, 2시간 넘게 뛰기 위해서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나요?
[기자]
영화에서도 사실 손기정 선수가 서윤복 선수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서 뛰는 거 배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때 서윤복 선수는 그냥 뛰면 되지 뭘 뛰는 걸 배우느냐고 하거든요. 사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오래 뛰고, 열심히 뛰고 하면 되겠지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 마라톤은 그냥 뛰는 게 아니죠. 장거리를 뛰기 위한 훈련이 분명히 필요한데, 가장 필요한 것들 중에 첫 번째로 꼽히는 건 최대산소섭취량을 늘리는 겁니다. 운동강도를 높여 한 번에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섭취하는 능력을 높인다, 이렇게 보시면 되는데요.
최대산소섭취량은 심폐 능력이 우선 뒤따라 줘야 하고요. 또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높아지고, 그렇게 됐을 때 각 조직에 산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많이 이용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합쳐서 말하는 단위인데요. 최대산소섭취량은 고도 상승할 때마다 오히려 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높은 산에 올라가면 숨이 가빠지는 것처럼 같은 현상인데, 평소 마라토너들은 고지대에 올라가서 훈련을 통해 심폐기능을 높이고 있고요. 타고나기를 태어날 때 고지대에서 태어난 마라토너 선수들이 심폐 능력이 좋아서 최대산소섭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훈련법은 몸속에 피로 물질인 젖산을 관리하는 방법인데, 젖산은 산소 공급이 적을 때 만들어지고, 급격한 움직임이나 호흡 곤란 상황에서 분비가 늘어나는데, 젖산이 몸속에 쌓이면 피로가 축적되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게 되거든요.
또, 젖산을 빨리 없애기 위해서는 간으로 빨리 젖산을 보내서 간에서 해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모세혈관을 많이 늘려놓으면 전달이 빨라지기 때문에 젖산을 분해하는데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라토너들은 이 젖산을 축적하는 시간을 늦추게 하거나 간으로 빨리 전달할 수 있도록 모세혈관을 확장할 수 있는 훈련을 하면서 마라톤 기록 단축에 굉장히 몸을 맞춰서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달리기도 종류가 많은데요. 마라토너랑 단거리 달리기 선수는 방법이 다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라톤 경기력을 좌우하는 3대 요소가 있는데 앞서 설명했던 최대산소섭취량과 젖산 역치가 있고요. 나머지 하나가 바로 경제적 달리기입니다. 우리가 단거리 선수들은 각자의 레일에서 짧은 시간 동안 최대의 힘을 쏟아낸다고 생각하면, 마라톤 같은 경우에는 많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같이 그룹을 이뤄서 뛰고 있잖아요? 그래서 보통 마라토너들은 선두 그룹에 들어가되 1등이 아니라 2등이나 3등 위치에 서서 뛰는 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바로 공기저항 때문인데요. 가장 앞에 있는 선수가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1등의 자리가 아니라 2등의 자리에서 마라톤을 뛰게 되면 공기저항이 많이 줄어들어 똑같은 거리를 뛰더라도 에너지를 약 26%나 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아주 과학적인데요. 현재 마라톤 세계 신기록이 2시간 1분 09초이더라고요. 42.195km를 2시간 안에 달리는 게 꿈의 기록이자 마라토너에게는 마의 벽이라던데, 이건 인간이 도저히 깰 수 없는 기록인가요?
[기자]
우선은 운동생리학적으로 이걸 연구해본 결과가 있습니다. 마라톤 기록의 한계를 과학자들은 2시간 전후로 보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미국의 운동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가 1991년에 계산을 해봤더니, 1시간 57분 58초로 추정을 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살렸을 때, 이 정도는 될 수 있지만, 그 이하로는 낮추기 어렵다 이런 건데요. 실제로 현재 마라톤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역대 최고의 마라토너로 불리는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기록을 굉장히 여러 번 갈아치우면서 가장 최근에 세운 기록이 2시간 1분 9초입니다. 그러니까 2시간의 벽에 가깝게 다가왔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킵초게 선수가 2시간의 벽을 한 번 깨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19년 영국의 한 화학업체 후원으로 열렸던 챌린지 대회에서 1시간 59분 40.2초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킵초게 선수만을 위한 특별 경주여서 국제육상연맹에서는 기록 인정을 하고 있지 않아서 공식기록으로는 채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그래도 마의 2시간의 벽을 깼는데, 기록을 인정받지 못해서 굉장히 아쉽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일종의 이벤트라고 국제육상연맹은 본 건데요. 대회 주최 측이 목표 자체가 2시간을 깨자, 이걸로 처음부터 세웠기 때문에 이 모든 조건을 2시간을 깰 수 있게 킵초케가 가장 잘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기에 적합한 7~14도의 기온, 습도 80%를 맞추기 위해 대회 날짜만 정하고 시작하는 시간은 미정인 상태로 당일 아침에 기록을 재고 지금 뛰자, 몇 분 뒤에 뛰자 해서 아침 8시부터 뛰었다고 하고요. 킵초게 선수가 공기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으면서도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5명의 페이스메이커가 앞에서는 V자 모양으로, 2명은 킵초게 뒤에서 좌우로 함께 달렸습니다.
또, 보조요원이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면서 언제든지 물을 마시고 싶다거나 음료수를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음료수를 제공했고요, 이 선수들 전체 앞쪽에서 달리던 자동차는 바닥에 빛으로 바닥에 선을 그어서 속도 조절 하는 것까지 도와줬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맞아서 2시간 벽을 깨고 1시간 59분 40.2초를 기록한 겁니다.
[앵커]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네요. 그런데 핵심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 대형을 짰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연구진이 실물 크기의 10분의 1인 마네킹을 두고 킵초게 선수가 2019년에 사용했던 페이서 대형을 세워놓고 풍동실험을 했는데요. 그 결과, V자 대형으로 킵초게 선수가 느끼는 공기 저항은 절반으로 줄었고, 기록 또한 3분 33초 단축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여러 가지 대형을 해보면서 V자 대형 말고 더 단축할 수 있는 대형은 없을까 확인을 해봤더니, 소문자 t자 형태로 페이서를 위치해 뛰자, V자 대형보다 공기를 더 잘게 쪼개 기존 기록보다 49초 더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2019년에는 페이서 들이 7명 뛰었잖아요? 근데 실제로 공식 경기에서 허용하는 페이서는 2~3명 정도라서 실험결과와 같은 획기적인 단축은 사실상 현장 경기에서는 구현하기는 어렵고요. 이번 주 일요일에 서울에서 마라톤이 열리는데, 독일 베를린에서도 국제 마라톤이 열립니다. 여기에 킵초게 선수가 출전을 하는데요. 9월은 날씨가 쾌적하고, 베를린 마라톤 코스 자체가 평탄한 편이라 좋은 기록이 많이 나오는 국제 대회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3명의 페이서와 함께 킵초게 선수가 뛴다고 합니다. 이 대회 5번째 공식 우승을 목표로 하면서도 공식 대회에서 2시간 벽 깨기에 도전한다고 하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앵커]
네, 정말 이제 마라톤을 볼 때 어떤 대형으로 달리는지 시선이 많이 갈 거 같은데요. 이번 마라톤 대회도 2시간의 벽이 깨질지 굉장히 흥미진진할 것 같고요. 1947 보스톤 영화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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