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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북극 해빙의 거대한 '얼음 구멍'…올겨울 혹한 온다

2023년 09월 26일 오전 09:00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에 더해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전 세계 기온과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유례없는 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합니다. 빙하가 녹게 되면 해수면 상승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심해지게 하고 혹한이나 폭염 등의 이상기후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극지방 빙하에 대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빙하가 많이 녹아 북극 바다에 거대한 얼음구멍이 생겼다면서요?

[인터뷰]
빙하는 지구 상에 북극해와 북극권육지인 그린란드, 남극해와 남극대륙, 그리고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에 있는데요. 오늘은 극지방의 빙하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극지방에서 먼저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북극해에 있는 빙하, 바다에 떠 있다고 해서 해빙이라고 하는데요. 북극해 해빙이 심각하게 녹고 있습니다.

최근 미 국립해양대기청이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요. 놀랍게도 올해 7월에 동시베리아 해 쪽 빙하에 거대한 얼음 구멍인 폴리냐(Polynya)가 발생했습니다. 그림에 붉은 원안에 만들어진 구멍이 폴리냐로 규모는 무려 7만천 ㎢로 남한 면적의 70%에 달하는데요. 여름철 북극에서 발생하는 폴리냐는 보통은 육지와 닿은 빙하 가장자리부터 녹아 생기는데, 이번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빙하 가운데에 생겼습니다.

이렇게 빙하 한가운데 얼음구멍이 생긴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올해 7월 전 지구 해면 수온이 18.8℃로, 전년 대비 0.3℃나 상승함에 따라, 따뜻한 해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폴리냐가 장기간 지속한다면 겨울철 북극 해빙의 확장을 방해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한 이상기후 가능성에 대비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앵커]
정말 북극 바다에 이례적인 얼음구멍이 생기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해빙이 많이 녹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당장 북반구 기후에 큰 영향을 준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먼저 올해 7월의 북극 해빙 면적변화와 북극 해빙의 두께 그림을 보시지요. 그림에서 붉은 실선은 감소해가는 추세선인데요. 해빙 면적은 10년에 72만4천 제곱킬로미터 씩 줄어들고 있고, 해빙 두께는 10년에 30cm씩 얇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얼음부피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지요.

북극 해빙이 녹게 되면 첫째,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북극 해빙이 녹게 되면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해주던 알베도 효과가 사라지면서 북극해 기온이 급상승하고 북극 얼음은 더 많이 녹는 등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요.

둘째, 악기상이 많이 나타나는데요. 북극해 기온이 상승할 경우 북극의 찬 공기를 막고 있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한파가 한반도까지 내려오기가 용이해 집니다. 특히 폴리냐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겨울철 북극 해빙의 확장을 저해하면서 한반도에 겨울철 한파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권민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북극에 있는 공기가 따뜻해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제트류의 강도가 약해져서 북극에 있는 찬 공기는 중위도로 내려오게 되면 일시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 혹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앵커]
그런가 하면 그린란드, 이 육지에도 빙하가 있는데 여기도 빠르게 녹고 있다고요?

[인터뷰]
극 저온층 지역인 그린란드의 빙하는 남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육지빙하인데요. 최근 기후변화로 그린란드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8년~2021년 동안 그린란드의 스틴스트럽 빙하를 관측한 결과, 빙하가 해안에서 약 8km 뒤로 밀려나고 얼음 두께는 20% 얇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빠져나가는 얼음의 양은 두 배, 속도는 네 배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그린란드 빙하는 2012년~2017년간 매년 2,220억 톤의 얼음이 손실되면서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었지요. 그동안 스틴스트럽 빙하는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이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지요. 그린란드빙하가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약 7.6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많은 해안 도시들은 침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틴스트럽 빙하 전경 그림(NASA)

[앵커]
그린란드 상황도 굉장히 심각한 거 같은데요. 그중 지구온난화에도 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빙하도 붕괴 될 위험이 있다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미국의 버팔로 대학 지질학과의 박사 후 연구원인 애쉬 나르케비치(Ash Narkevic)가 주도한 연구팀은 올해 6월에 그린란드 빙하의 특징과 변화에 대해 암울한 미래를 제시했는데요. N79로 알려진 그린란드 북동부의 니오갈프제르드피오르덴 빙하(NFG)가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던 것과 달리 불안하다고 지적했는데요. 항공기와 위성, 그리고 레이저 고도측정법을 사용해 연구한 결과 N79가 절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N79에는 그린란드에 가장 긴 떠다니는 빙설(氷舌, ice tongues)이 있는데, 이 빙설은 빙하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요. 또 N79는 북동 그린란드 빙류(NEGIS)의 두 출구 중 하나로, 이를 통해 빙하가 흘러나가는데요. 연구에 의하면 접지선(grounding line)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거대한 그린란드 빙하인 N79를 완전히 절단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만약 N79가 절단되면 엄청난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해수면 상승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지요.

[앵커]
북반부 쪽을 알아봤는데 남극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올해 7월 10일에 미 해양대기청은 이상 고온으로 인해 6월 남극 해빙 분포 면적이 평년보다 17% 줄었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림에서 진한 푸른 선이 2023년의 남극 해빙 추세선입니다. 역사상 남극 해빙의 면적이 최저치를 기록한 건데요. 세계기후연구계획(WCRP)의 마이클 스패로우 박사는 "북극에서는 해빙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지만, 남극에서 이렇게 급속하게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밝혔는데요.

지금까지 북극 해빙은 10년마다 13%씩 감소하며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나 남극은 뚜렷한 패턴이 관찰된 바가 없는데,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붉은색으로 표시된 2023년에 매우 급격한 감소 추세가 나타난 것이지요. 위성을 통해 관측한 결과 올해 해빙 면적이 예년보다 250만㎢ 감소했는데요. 물리 해양학자 에드워드 도드리지는 "2023년에는 그 편차가, –5에 달했는데 이 정도 수치는 750만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라면서 올해 너무 극단적으로 해빙 면적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렇게 극단적으로 해빙 면적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남극대륙의 빙하 역시 많이 녹고 있겠어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 남극지역의 기온이 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올랐는데요.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1천 년 동안의 남극 온도 변화 추이를 간직한 빙상퇴적물 78개를 분석한 결과 남극 온도는 10년마다 0.22∼0.32도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올 9월 9일에 발표했는데요. 기후변화 모델로는 10년마다 0.18도씩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남극 서부는 기후변화모델 예측치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을 '극지 증폭'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남극에서 나타났는데요. 올해 8월은 남반구의 겨울임에도 영하 10도를 기록했는데요. 이즈음 평년기온이 영하 50도 정도이니까 평년보다 무려 4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른 것이지요.

그림을 보시면 남극대륙에서 빙하가 녹아 고도가 낮아지는 지역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짙은 붉은 색 지역은 매년 20cm씩 얼음 고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미항공우주국은 매일 100㎥ (세제곱미터인) 얼음 400여 개씩 사라지고 있다면서 빙하가 녹는 속도는 지난 30년에 비해 6배나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남극 빙하가 다 녹게 되면 해수면이 56m 상승할 것으로 보는데요. 더 극심한 기후변화로 피드백되면서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러다 수십 년 뒤에는 빙하가 사진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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