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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가족이라는 병'…가족 간 갈등, 건강한 소통법은?

2023년 09월 26일 오전 09:00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가장 가깝지만 실은 잘 모르는 점도 많아서 갈등도 잦은 사이, 바로 가족인데요. 그래서 온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는 명절에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거나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 간 소통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는데요. 왜 가족끼리 소통이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가장 가까운 관계니까 편하고 말도 잘 통할 것 같은데 사실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왜 가족과의 소통이 어려울까요?

[인터뷰]
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만 명절 스트레스 역시 가족 간 오가는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상처로 남아서 가족들이 모이는 기념일이나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분들이 계실 텐데요.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민감한 화제의 질문이나 참견을 당연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봉은 올랐니' '돈은 얼마나 모았니' '취업은 언제 할 거니' 등 이런 말들은 지나친 간섭일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포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가족끼리는 답이 정해져 있는 닫힌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통이 어렵습니다. 부모나 어른 입장에서는 관심과 걱정의 표현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은 마음이 괴롭고 불편해서 대화 자체를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앵커]
정말 '가족이니까'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들이 오히려 좀 소통을 닫게 되는 그런 현상을 만들지 않나 싶은데요.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또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인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뷰]
혹시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변하실 것 같으세요?

[앵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 뭔지 생각해보면 저는 생각이 잘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사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한 몸처럼 생각하고 서로에게 이해를 바랍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들이 쌓여서 어느 날 불화나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본의 작가 '시모주 아키코'는 이것을 '가족이라는 병'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그림 같은 행복한 가족을 바라지만 그런 가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가족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족이라는 병'은 거짓 없는 진실에 가까운 가족의 모습을 바라며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하면서 생깁니다. 행복은 가족이라는 형식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가족이라는 형태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아무런 문제도 없고 화목하기만 하는 가족은 어찌 보면 환상이다, 이런 말인데요.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병'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인터뷰]
우선 '가족이라는 병'을 언급했던 '시모주 아키코'는 가족 간에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한 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타인들입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서로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처를 받습니다.

그렇게 받은 상처들이 불화와 사건을 만드는데요. 오히려 가족이니까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모르는 척해주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가족 간에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에 좋은 말인 것 같아도 상대가 들어서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면 최소 세 번은 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면, 상대가 마음을 열고 들을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서, 내가 말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앵커]
의사소통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가족 간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우리가 알아두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는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하게 됩니다. 그 시작이 가족이겠죠.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경험적 가족 상담 치료 모델을 정립한 버지니아 사티어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학생들의 문제에는 가족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가족치료연구에 몰두했는데요. 가족체계 내에서 인간의 역기능을 기능적이고 일치된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개인이 성장하는 데 있어 감정과 가족관계 내의 일치적 의사소통과 가족 규칙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티어는 언어적 표현인 말과 비언어적 표현인 신체적 언어가 일치하는 경우를 일치적 의사소통,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비일치적 의사소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의사소통할 때 언어적 표현과 신체적 표현이 일치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의사소통 방식은 자존감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내면에 충분한 힘이 있는 사람은 자기(self)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일치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self)를 표현하는 것이 두려워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비일치적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말은 "너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얼굴 표정은 완전히 굳어 분노에 가득 찬 상태를 보이는 것은 비일치적 의사소통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아주 중요한 개념인 것 같은데, 무엇이 일치하고 무엇이 일치하지 않아서 이렇게 의사소통을 나누는 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사티어는 '자신'과 '상대'그리고 '상황'을 얼마나 고려하는지에 따라 일치적 또는 비일치적 의사소통으로 분류하고 가족 간의 의사소통 유형을 5가지로 설명했습니다. 비일치적 의사소통은 생존방식이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식으로 긴장하거나 내면이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의사소통 유형입니다. 비일치적 의사소통 유형에는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이 있습니다.

먼저 회유형은 자신보다 타인과 상황을 중요시하는 유형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그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고 타인의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비난형은 회유형과 반대로 자신과 상황만 옳고 중요해서 타인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관계에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도권을 잡으려고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고 통제하며 명령하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초이성형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고 강해서 자기와 타인을 무시합니다.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극단적으로 객관적이고 때로는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든 조목조목 따지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산만형은 자신, 타인, 상황 모두를 무시합니다. 겉으로는 밝아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은 혼란스럽고 아무도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여 고독감과 무가치함을 느끼며 불안을 자주 경험합니다.

[앵커]
이렇게 4가지 유형이 비일치적 의사소통인데요. 그럼 나머지 한 가지 유형은 일치적 의사소통 방법이겠죠?

[인터뷰]
네, 일치적 의사소통은 자신, 상대, 상황, 세 가지 모두를 균형적으로 고려할 때 나타나는 의사소통입니다. 사티어는 인간의 행동 자체가 의사소통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행동은 의사소통처럼 감정, 지각, 기대, 열망, 자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의사소통할 때 행동만을 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치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표면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부터 열망까지 스스로의 내면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티어는 우리의 내면을 빙산으로 비유하여 설명했습니다. 행동 아래 요소인 감정이 1차 수준, 지각, 기대, 열망이 2차 수준, 그리고 맨 아래의 자기를 3차 수준으로 보았습니다. 이때, 열망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자신에 대한 기대가 변하고, 자신 또는 타인에 대한 기대를 이해하면 지각과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래의 것이 충족되어야 위의 요소를 충족되게 됩니다. 이런 의사소통은 가족만이 아니라 친구나 동료 등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가능하게 하려면 이런 일치적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치적 의사소통을 위해 우선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점을 자각해야겠죠. 인간은 5가지 의사소통 유형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내면 상태에 따라 정도가 다릅니다. 자기의 내면을 자각하고, 내적 힘을 키우고,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부정적 경험들을 해결하여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 심지어 나 자신을 볼 때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보고 이해하려고 하는데요. 부모는 자녀의 행동만 보고 야단을 치기도 하고, 가족 역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드러나는 행동을 나의 틀에 맞추어 해석하고 그 해석에 따라 반응합니다. 일치적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나 자신과 상대방의 행동이 어떤 마음 때문에 하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비언어적 표현과 언어적 표현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상대, 그리고 상황에 적절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인다면 일치적 의사소통을 하는 데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이번 추석에는 시청자분들도 일치적 의사소통으로 건강한 대화를 나눠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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