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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진짜' 이유는?

2023년 10월 10일 오전 09:00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어린 시절 1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1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할 새에 훌쩍 가버린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실 텐데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말에서 숨겨진 심리학적인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 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4분기잖아요, 저도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느끼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합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요?

[인터뷰]
네, 오늘은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기도 한데요.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심리상담을 찾는 많은 분들이 하는 말씀 중에 하나가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에요. 지난주에 만났는데 벌써 한 주가 지나갔다는 거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뇌과학과 인지심리학 등 여러 학문에서 생물학적인 근거를 발견해왔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자각하는 현상을 "시간 수축 효과"로도 설명하는데요.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수축 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새롭게 저장되는 정보는 줄어들고, 하루가 지루하지만 빨리 지나갔다 느낀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거의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하루에도 흥미로운 자극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과는 다르게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하기를 많은 학자들이 제안하고 있는데요. 저는 오늘, 상담심리학적으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앵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은 중년들만 겪는 현상은 아니겠죠?

[인터뷰]
실은 10대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50대 이상 중년에서 노년으로 갈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죠. 그런데 잘 살펴보면 40대나 30대 뿐만아니라 20대와 10대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유튜브 댓글에서 찾아봤는데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왜 13살부터 17살까지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 것 같죠?" "난 중1인데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감" "이제 내가 15살이라니" 1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 이전, 그러니까 백 세 인생 기준으로 인생의 1/10 정도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10대 땐 매일 똑같은 스케줄, 즉 '대학'만 보고 달립니다. 그렇다면 우린 인생의 극히 일부인 1/10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간을 빠르다 느끼면서 만 살아야 하는 걸 까요? 한번 생각해 볼 일이죠.

[앵커]
어렸을 때 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조금 더 자라서 20,30대 청년이 되면 어떤지 이것도 좀 알려주시죠.

[인터뷰]
어떨 것 같으세요?

[앵커]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빨리 갈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청년들도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낍니다. 10대에게는 대학이란 단일목표가 있었다면, 20대에겐 취업을 통한 정착만을 보고 달리며 시간에 쫓기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지요. 한 30대 직장인 유튜버 브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20대조차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아" 그런 20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30대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죠. 결론적으로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10대부터 노년까지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낀다는 건데요. 여기서 더 생각해 볼 점은 심리적인 측면입니다.

[앵커]
그러면 내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짐에 따라 심리에 따라서 나이 듦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우선 심리적으로 오래 산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심리학자들의 제안이 있어요. 심리적으로 오래 산다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경험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조금 더 다채롭고, 생생하게, 의미 있게 경험할수록 나이가 들어도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순간을 음미하며 오래 살아갈 수 있다는 건데요.

여기서 중요한 심리학적 개념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입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거나 틀에 박히지 않은 성향으로, 인간의 성격 5개 요인 중의 하나의 독립적인 차원인데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는 Big 5 진단을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방성 점수가 궁금한 분들은 진단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을 때 다양성과 변화, 지적인 자극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을 땐 ‘새로운 음식이나 외국 음식을 종종 먹어 보려고 한다’와 같은 문항에 매우 그렇다고 체크 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했던 경험 속에서도 새로운 포인트를 포착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날 수가 있지요. 한 심리학 연구에서도 지혜가 높은 노인과 경험에 대한 개방성 점수는 긍정적인 연관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변할 수 있는 성향인가요?

[인터뷰]
성격은 많은 경우 타고난 부분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하는데요. 그래서 성격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도 하지요. 마치 내향으로 타고난 사람들은 웬만하면 내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한 것처럼요. 그런데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서 내향이라도 외향의 성격특성을 발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조금 더 말로 표현하고, 더 사람과 교류하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은 있죠. 그럴 땐 그러한 맥락에 어울리는 행동을 "선택적으로"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보다, 적응적이라고 봅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어요.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한순간에 성격을 '개조'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측면을 경험해보면 어떨까?'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새로움에 대한 나의 '태도'를 조금 더 열어 본다고 보면 와 닿으실 것 같아요. 가령, 매번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었다면 오늘은 한번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에서 이색적인 메뉴를 시도해볼 수 있죠. 물론 실패가 따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요. 대신에 새로움을 획득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자극 속에서 내가 새롭게 경험하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줄 수 있게 됩니다. 새로움을 대하는 나의 시선의 조그마한 변화를 줘본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앵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인터뷰]
우리가 나이들 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 대해서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더 생각해볼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시간이 빠르다 느껴지는 것에 신경 쓰는 내 마음"입니다. 잠시 멈춰서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의미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 혹은 잃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나이는 들어가고, '리즈'시절은 돌이킬 수가 없지요. 지나간 일은 더 미화되어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두려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불확실한 것투성이지요. 이토록 다양하게 느껴지는 내 마음이 실은 존재합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머물러보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 이면에는 나의 진짜 욕구가 있어요. "이 삶이 조금 더 생생했으면 좋겠다, 이 삶을 더 잘살고 싶다." 이렇듯 생각, 감정, 욕구는 세트에요. 내 욕구에 기반한 행동이 나오도록, 내 마음을 분석해보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 마음에 물어보고, 내 마음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을 때 우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 대처하는 행동으로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나에게 유의미한 목표를 찾아보세요. 좋은 대학가기, 좋은 회사 가기, 더 '큰 집사기'보다,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유의미한 목표요. 나에게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목표가 있을 때,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시간은 좀 더 풍성하고 덜 빠르게 체감됩니다.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나 자신을 위해서요. 남이 정한 목표 말고요.

[앵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져서 자꾸만 후회를 하고 과거를 붙잡게 되는데요, 그렇게 하기 보다는 현재 더 많은 경험의 문을 열어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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