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석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위원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연구기관 하면 보통 현장에서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 전문가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 이면에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 관리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국내 건설기술 분야에서는 어떻게 연구전략을 수립하고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지 김강석 선임위원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앞서 연구의 기획부터 운영, 관리를 담당하신다고 소개해 드렸는데요, 지금 전략 본부에 계신 거잖아요? 정확히 어떤 부분을 맡고 계시는지 소개해 주시죠.
[인터뷰]
모든 연구기관에는 유사한 부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과제나 사업을 만드는 첫 단계는 보통은 연구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전략본부는 그런 연구기획을 하기 전에 대내외 환경변화와 기관의 역량을 종합하여 연구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 투입을 정하는 단계부터 본격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수행 단계에서는 과제나 사업이 적절히 진행되는지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컨설팅하며, 기관 차원에서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수립과 시행, 그리고 제도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연구 과제가 마무리된 후에도 성과 관리뿐만 아니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기관평가에 대응하여 기관의 여러 연구개발성과를 외부에 알기 쉽게 잘 설명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어떤 자전거로 따지면,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총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요?
[인터뷰]
먼저 건설연이 소속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는 총 25개의 과기계 출연 연구원이 있습니다. 건설연은 연간 1,800억 원 내외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고, 약 900명 내외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25개 출연 연구원에서 중간 정도의 규모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건설연은 정부에서 직접 받는 출연금이 전체 예산의 1/3 남짓 되고 타 기관과 협업 혹은 경쟁하여 수주하는 국가 R&D가 약 1/3이 됩니다. 그 외 예산은 정부 부처 특히, 국토교통부를 통해 지정된 위임업무나 민간수탁과제의 예산으로 구성됩니다.
[앵커]
흔히 연구 기관 하면 연구실이나 연구원분들, 그러니까 과학자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렇게 전체적인 사업을 관리하는 전략 본부 같은 부서가 왜 필요한지 강조해서 부탁 드려도 될까요?
[인터뷰]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선진국의 연구기관은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의 비중과 연구를 지원하는 행정부서, 기술지원부서, 전략부서의 인력 비중이 50대 50 수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원인력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서 연구지원 인력이 부족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갈수록 모든 연구개발이 복잡해지고 난해해지고 있으며 기술성숙도(TRL)를 높여 갈수록 더 많은 인력, 예산, 시설 등이 필요합니다. 즉, 연구개발에 투입될 한정적인 자원의 배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국가적으로도, 기관 내부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앵커]
한마디로 연구기관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지금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는지 궁금한데, 핵심적인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해 주실까요?
[인터뷰]
건설연의 주요 연구 주제는 도로·교량과 같은 SOC 시설물의 고도화, 재난·재해 대응, 지속 가능한 국민 생활 환경 구축, 건설산업의 혁신 등 4개 분야로 크게 구분됩니다. 이미 많은 출연 연구원들이 우주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건설연 또한 우주건설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설연은 오랫동안 동토 지역에 건설에 대한 연구, 소위 '극한건설'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경험을 가지고 연구의 공간적 범위를 우주까지 확대하여 우주건설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우주연구에서도 전략적으로 투자할 분야를 선택해야 했고 강점이 있는 토양 분야 등에서 우주기지건설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 달 표면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지반열진공챔버'를 제작하고 관련 실험 장비들이 갖춰진 미래융합관을 2019년에 개관하여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로써 건설연도 우주 연구 선두주자인 항우연, 표준연, 지질연 등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듦과 동시에 독자적인 연구영역을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우주 탐사 분야에도 지금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또 탄소 감축이 지금 전 세계적인 큰 이슈잖아요. 이와 관련된 사례도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아시다시피 탄소 감축 혹은 탄소 중립은 전 지구적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 정부, 개인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건설연이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주제들은 건물 및 도시계획 분야 탄소 중립 관련 제도와 정책 연구, 에너지 저효율 건물을 선별하고 성능을 진단하는 지원 시스템 연구,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건축 자재 기술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제로 에너지화 지원시스템 기술은 건물에너지 사용량을 검진하고 성능을 진단하는 것으로 올해 서울시 소재 56만 동에 대해 건물에너지 사용량 검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건물에 대한 에너지 건강검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에너지 절약 기술보다도 위와 같은 시스템과 제도의 구축이 훨씬 더 폭넓게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탄소 중립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건설연에서 나오셨으니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게 슈퍼 콘크리트란 말이죠. 이것도 연구 성과를 좀 소개해 주실까요?
[인터뷰]
슈퍼 콘크리트 분야는 저희 연구원 과제 중 가장 오랫동안 연구되었고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로 2번이나 선정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성과입니다. 슈퍼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보다도 강도가 무려 5배 이상 되는 초고강도이고 작업성도 좋아 교량에 사용되면 그 수명이 200년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되는 재료입니다. 이미 춘천대교와 곧 완공될 고덕대교에 적용되었고요, 건축물과 군 시설물 분야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건설기술연구원의 사업이 아무래도 대규모 연구가 많은 편인데, 다른 출연 연구기관들과 비교하면 사업이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건설 R&D에서는 제도화와 실증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건설 R&D에서 개발된 기술과 성과물은 일반 국민이 소비자로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보다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영역에서 적용되고 확산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실제 검증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만 공공사업에 적용됩니다. 또한, 그 성과가 잘 활용되고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지침, 기준, 시방과 같은 제도화까지 완성되어야 합니다. 연구개발을 통한 논문과 특허의 생산도 큰 의미가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증연구와 제도화가 훨씬 더 중요하고 이를 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앵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것을 실증하고 제도화로 만드는 거까지가 큰 과제다, 이렇게 설명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연구전략을 수립할 때 특별히 고려하시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건설연 연구전략에서 중요한 강조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통섭 연구, 세계 최고 지향, 국가전략기술개발에 기여, 그리고 도전연구입니다. 첫 번째로 융복합 혹은 통섭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평가제도도 바꾸고 건설 이외의 학문 분야와 협업연구가 이뤄지도록 크고 작은 시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실증연구와 제도화는 어찌 보면 기술의 국산화에 초점을 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 세계 최고 연구를 지향하고 있으며 최근에 그런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실, 즉 세계 최고 수준 연구실(WTCL)을 지정하고 투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연구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의 개발도 참고하고 있습니다. 첨단 모빌리티,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원자력, 수소, 인공지능 분야입니다. 당연히 이 분야의 연구는 타 출연연과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하던 연구가 아닌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도 건설연 포트폴리오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저희는 '룬샷 프로젝트'로 이름 지었고요, 올해 6월에 건설연이 해야 할 3대 룬샷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어떤 것인지, 새로 기획하시는 연구도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현재 전략본부에서 가장 힘쓰고 있는 분야는 국가전략기술과 전략연구단입니다. 그 기본적인 방향은 기관의 미션에 부합하고, 전 지구적·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무한 기술경쟁 시대에 건설분야에서도 또 하나의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또 이를 위해 다른 분야나 다른 기관과 협력하고 국제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연구주제는 도시의 노후·취약지역에 AI를 활용한 지진 피해 예측 및 대응 기술, 극한 강우 대비 도시침수 대응 기술 개발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앵커]
탄소 중립에 자연재해, 또 기술경쟁까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닌데요. 전략본부처럼 선택과 집중을 이끄는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강석 선임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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