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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탄소중립의 핵심 '수소'로 에너지 기술 선점한다

2023년 10월 18일 오전 09:00
■ 박지훈 /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화학연구원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인 목표가 되면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인데요, 수소는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이지만, 다루기가 어려워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국내에서도 수소의 저장과 운송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박지훈 책임연구원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수소가 친환경 연료로서 주목받는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친환경 연료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연료를 말합니다. 주로 최근 큰 문제가 되는 기후변화, 대기오염,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사용하고자 하며, 탄소배출의 감소, 재생 가능성, 대체연료로 가능성, 지속가능성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수소는 이와 같은 조건들을 대부분 만족 시킬 수 있는 물질이라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남는 부산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아닌 순수한 물을 생성합니다. 그리고 수소는 우주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얼마든지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풍부한 물질이라는 장점은 현재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화석연료는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 지구적 규모의,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우리는 석유나 석탄이라는 물질 형태로 저장되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규모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싸고 풍부한 물질은 수소밖에 없습니다.

[앵커]
말씀 들어보면 정말 완벽한 장점이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가장 큰 단점이 다루기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까요?

[인터뷰]
수소는 가장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끓는 점이 무려 영하 270도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확산도 매우 빠르고 심지어 너무 작아서 금속 결합 사이를 통과하기도 합니다. 수소는 대부분의 경우 부피가 매우 큰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보통은 고압 상태로 압축하여 저장하게 되는데, 이를 위한 가압 장치, 저장용 고압 용기 등이 필요합니다. 700기압 이상의 높은 압력과 금속을 통과하고 약하게 만드는 수소의 성질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해 금속-강화플라스틱-탄소소재로 이루어진 복합 용기나 파이프가 필요합니다. 또한, 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도 함께 존재합니다. 이렇게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루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앵커]
저는 폭발 가능성만 생각했는데, 굉장히 까다로운 에너지원이었군요. 그렇다면 현재 박사님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계신 부분이 어떤 걸까요?

[인터뷰]
저는 이 중에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매우 안정한 화합물에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액상유기수소 운반체, LOHC라는 기술을 2015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기술 이름 그대로 액체 상태로 된 유기물, 우리가 활용하는 경유와 유사한 물질에 수소를 넣어 수소를 포함한 새로운 물질로 변화시켰다가, 필요 시 그 물질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해서 쓰는 기술입니다. 저희가 수소화, 탈수소화라고 부르는 수소 저장과 수소 추출을 위한 촉매 공정을 통해 가역적으로 수소 저장, 운송, 공급 과정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수소가 저장된 물질은 완전히 다른 물질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수소가 누출될 염려가 없으며, 액체 화합물 상태이기 때문에 실온에서 플라스틱병에도 수소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저장하는 물질에 따라 여러 가지 특성을 부여할 수도 있으며, 저장에 사용하는 운반체 물질은 사용 후 없어지거나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수소 운반체로 재활용되는 기술입니다.
저희는 거의 유일하게 LOHC의 핵심인 운반체 물질의 설계, 합성부터 공정, 그리고 응용기술 연계까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앵커]
수소 자체를 액화시켜서 옮긴다는 게 아니고 다른 액체를 녹여서 이동시킨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기술이 전체 수소의 상용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인터뷰]
대부분 에너지는 생산과 활용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그 간극은 생산지와 활용처가 다른 장소의 간극일 수도 있고 생산시간과 활용시간이 다른 시간 간극일 수도 있습니다. 수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수소 저장/운송 기술은 생산과 활용을 이어주는 하나의 필수 기술입니다. 액상유기수소 운반체 기술은 이 과정에서 이 간극을 매우 효율적으로 채워주는 기술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소를 고압 기체나 극저온 액체 상태가 아닌 안정한 액체 화합물 형태로 변환시키기 때문에 유조선이나 유조차처럼 석유를 운반하던 인프라를 이용해 거리라는 간극을 쉽게 메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장치 없이도 쉽게 변하거나 수소가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무한의 시간 동안 수소 보관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가정집에서 보일러를 사용하거나 도심지에 설치된 주유소처럼, 수소를 도심 생활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앵커]
말 그대로 수소의 보편화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그런 액화 기술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런 수소를 생활 속 에너지로 정말 상용화가 된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온실가스나 환경오염 물질,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운송용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상당한 수준이며, 발전소와 달리 자동차들이 개별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제거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빠른 충전 시간과 긴 주행거리를 가진 훌륭한 친환경 자동차이지만, 쉽게 다룰 수 없는 수소의 특성으로 인한 충전소 접근성의 한계로 보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체재로써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저희 연구실에서도 LOHC를 수소차의 연료로 직접 공급하는 안전한 수소 연료 기술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수소를 쉽게 다루고, 기존 주유소처럼 도심에서도 쉽고 빠르게 원하는 때에 연료를 채울 수 있다면, 아마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가깝고 쉬운 수소에너지 활용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앵커]
근데 다른 기술도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수소 전환 기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기술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잖아요? 혹시 현재 센터 전반에서 하고 계시는 다른 연구도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 센터에서는 박사연구자 17분을 포함하여 약 60여 명의 연구자가 지구를 되돌리는 다양한 탄소 중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수소에너지 기술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전환하여 유용한 물질로 만드는 CCU라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탄소에 산소가 2개가 붙은 물질로 연소 시에 열과 빛에너지를 방출하고 남은 형태입니다.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은 에너지를 모두 방출하고 남은 물질인 이산화탄소에 다시 적절한 에너지와 물질을 화학반응을 통해 결합해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유용한 탄소 기반 물질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선배 연구자들께서 상당히 이른 시기인 1990년대부터 이와 같은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미 몇몇 공정 기술을 개발하였고, 지난 6월에는 연간 5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데모플랜트를 완공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활용과 수소 기술이, 결국 에너지 전환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으로 모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두 기술을 융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를 직접 이용하는 전기화 기술을 적용한 이산화탄소 전환 공정과 수소 저장/추출 공정,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수소 저장과 같은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오 자원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한 기능성 고분자나 태양광을 이용한 고부가 물질 생산 기술 등, 이미 재생에너지와 이산화탄소의 순환을 하고 있는 자연계를 인공적으로 따라 해보는 연구까지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수소라는 훌륭한 에너지원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앞으로도 좋은 연구 이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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